하늘이 이렇게 푸른 아침 발길을 옮기는 바람소리도
행복한 초가을 냄새가 가슴을 타고 들어가는 시간~
몇일 남지 않은 추석명절이 실감나는 거리
차량 행렬을 지나 조금 일찍 서둘어 도착하였는데도
일부 쌤들이 오셔서 준비셑팅을 하고 계셨다
시간이 되어 교수님이 출석체크를 하였고 몇몇분의
지각과 3분의 결석이 있었다
종진쌤과 숙경쌤 그리고 명단에 있지만 2주째 얼굴 못 뵌 신입회원이다
오늘수업은 백석을 총망라 해 오셨다
[고 야(古夜]
백석 - 古夜
아배는 타관 가서 오지 않고 산(山)비탈 외따른 집에 엄매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 뒤로는 어느 산(山)골짜기에서 소를 잡아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이 쿵쿵거리며 다닌다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 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 아래 고래 같은 기와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에 청밀에 은금보화가 그득하다는 외발 가진 조마구 뒷산(山) 어느메도 조마구네 나라가 있어서 오줌 누러 깨는 재밤 머리맡의 문살에 대인 유리창으로 조마구 군병의 새까만 대가리 새까만 눈알이 들여다보는 때 나는 이불 속에 자즈러붙어 숨도 쉬지 못한다
또 이러한 밤 같은 때 시집갈 처녀 막내고무가 고개 너머 큰집으로 치장감을 가지고 와서 엄매와 둘이 소기름에 쌍심지의 불을 밝히고 밤이 들도록 바느질을 하는 밤 같은 때 나는 아릇목의 삿귀를 들고 쇠든밤을 내어 다람쥐처럼 밝어 먹고 은행 여름을 인두불에 구워도 먹고 그러다는 이불 위에서 광대넘이를 뒤이고 또 누워 굴면서 엄매에게 웃목에 두른 병풍의 새빨간 천두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고무더러는 밝는 날 멀리는 못 난다는 메추라기를 잡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 방 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무르며 흰가루 손이 되어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
섣달에 냅일날이 들어서 냅일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쌔하얀 할미귀신의 눈귀신도 냅일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히 여기며 엄매와 나는 앙궁 위에 떡돌 위에 곱새담 위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세기물을 냅일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 두고는 해를 묵혀 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 해도 갑피기를 앓아도 먹을 물이다
=<단어 풀이>
노나리꾼 : 소를 밀도살하는 사람
날기멍석 : 낟알을 널어 말릴 때 쓰는 멍석
니차떡 : "찰떡" 인절미의 평북 방언/ 청밀 : 꿀
조마구 : 조막, '조무래기' 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재밤 : '헌밤즁' 의 평안 방언
삿귀 :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의 가장자리
쇠든밤 : 새들새들해진 밤. 말라서 생기가 앖어진 밤.
밝어먹고 : 발라먹고
은행여름 : 은행나무 열매
광대넘이를 뒤이고 : 물구나무를 섰다 뒤집으며 노는 모습
천두 : 천도복숭아
쩨듯하니 : 환하게
냅일날 : 납일(臘日). 동지 뒤의 셋째 미일(未日).대개 음력으로 연말 무렵이 되는 이날 나라에
서는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올렸고, 민간에서도 여러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냅일눈 : 납일에 내리는 눈. 이 눈을 받아 녹인 납설수는 약용으로 썼다. 납설수로 눈을 씻으면 안질에도
걸리지 않으며눈이 밝아진다고 믿었고 납설수로 장을 담그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하여 장을
담글 때도 사용했다.
곱새담 : 짚으로 엮은 이영을 얹은 담.
버치 : 자배기보다 조금 깊고 아가리가 벌어진 큰 그릇
대냥푼 : 큰 양푼
눈세기물 :' 눈석임물' 의 평안 방언
진상항아리 : 가장 소중한 항아리
갑피기 : '이질'의 평북 방언
=
@백석이 고향에서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쓴시로 고향말 표현이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전통획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였으며 관용절을 많이 인용한 백석만의 표현이 느껴지는 작품.
=====
정 주 성(定州城)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주성 : 평안북도 서남부의 해안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백석의 고향이다
뷔였나 : '비었나'의 고어
아즈까리 : '아주까리'의 평북 방언
문허진 : '무너진'의 고어
어데서 말 있는 듯이 : 말소리가 나는 듯이
한울 : 하늘
청배 : 배의 일종으로 일찍 익으며 빛이 푸르고 물기가 많다
====
@ 정주성은 백석의 19살에 등단작으로 백석의 객관적 묘사와 쓸쓸함 허망함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비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리 방석을 깔았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주된 시각적 이미지와 후각적이미지가 풍성한 느낌을 줌
모 닥 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항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 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력사가 있다
====
@개끼오리 : 새끼줄
깃신창 : 가죽신 바닥에 댄 창. '갓신'은 '가죽신' 의 고어
개니빠디 : 개의 이빨
너울쪽 : 널빤지
짚검불 : 지푸라기
닭의 짗 : 닭의 깃털
재당 : 향촌의 최고 어른에 대한 존칭
초시 : 과거의 첫 시험에 급제한 사람, 또는 한문을 좀 아는 유식한 양반을
높여 이르는 말
문장 : 문장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갓사둔 : 새사돈
불상하니도 : '불쌍하니도"의 고어
몽둥발이 : 몽동발이.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둥이만 남은 물건
====
@ 모닥불은 나열과 역음의 특징적 작품
특히 1연에서의 '도'=> =>는 더 귀하고 덜 귀하고의 의미.
오늘 백석작품을 읽으면서 단어에 힘이 많이 주어진 수업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지방 방언의 생소함에서 오는 힘겨움 일 것이다
오늘은 10분 정도 일찍 수업을 맞쳤다
추석이 얼마남지 않은 이번주라 교수님과 명절 분위기를 느끼는 작은 성의로
예전처럼 단체 떡값을 조금 상품권으로 준비해서 전달 하였다
여전히 수줍음 많으신 교수님의 모습으로 덩달아 작은 성의 표현이 쑥스럽게 느껴졌다
온늘은 채정란쌤이 점심을 쏘기로 하고 함께 식당으로 모여 따끈함이 좋은 점심에 분위기는
행복의 맛이었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으로 가시고 일부는 정리차 강의실에서 간단한 차 후식으로 잠시의 대화와
마무리 정리를 하며 오늘은 모두가 명절준비로 바쁜시간에 합평회는 없고 빠른 귀가를
서둘러 일어났다
햇살도 곱게 드리워진 하늘가득 아름다운 구름은 평온함으로 가는 발길에 친구되어 주었다
교수님 그리고
가천의 시 창작반 문우님들 모두 해피 추석 되세요~*~
첫댓글 허복례선생님!
지난주 수업 후기는 일주일 늦게 올렸네요~
바쁘신것 알기에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수업은 백석의 시 <고야>를 감상하며 명절 분위기를 맛보았지만
그날 '고운 빛 바람떡' 선물은 교수님과 문우님들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선생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영주쌤
한주 못뵈어서 서운 했습니다
추석연휴가 무지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건너 뛸까 하였는데 그러기엔 좀 죄스러워
늦었지만 뒤늦은 후기였습니다
담주는 얼굴 뵙겠네요
또 살짝 훔쳐서
공부하고 갑니다
기나긴 옛시 소상히 정리
하셨군요
수고만큼이나 유익했습니다
감사했어요~!
정겨운 백석의 작품 잘읽으셨지요?
늘 방문 해 주시고 공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