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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스님의 세심청심] 21. 무생곡 장맛비가 오락가락 주춤거리는 사이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해맑은 모습이 먹구름 속에서도 얼굴을 바꾸지 않아 옛 도반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선실에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니 신묘하기 그지없어 달빛은 바야흐로 만상을 머금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청개구리 합창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고 마치 무생곡을 부르는 듯 다함이 없다.
화두에 의정은 점점 희미해져서 젖은 나무에 불을 지피는 것처럼 화력이 없어 앉으면 혼침과 무기에 떨어지고 서면 산란심에 끄달려서 초조하기만 하다. 빈산에 달빛은 교교한데 소쩍새는 울고 크고 작은 무덤을 바라보면 참으로 무상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면 바로 돌이켜 마음을 확인하지 않고 끊어버리는 것을 공부로 삼으면 처음에는 편안할지 모르지만 갈수록 장마철에 습기가 많아서 집안이 눅눅하고 기분이 우울해 지는 것처럼 답답해진다. 또한 아는 것으로 규명해 들어간다면 서로 부딪치는 불기운 때문에 상기가 오르고 법망에 걸려서 시비가 끊어지지 않는다.
바야흐로 여름을 잘 보내려면 고요한데 치우쳐 너무 습해서도 안 되고 아는 것에 치우쳐 너무 덥지도 않아야 정혜가 등지되어 불기운은 아래로 내리고 물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 서늘하게 보낼 수 있다.
관음상 앞에는 수국이 향기를 안으로 감추고 푸짐한 다발로 수채화 물감을 풀어 먼 바다로 번지고 있다. 돌담 옆에는 하늘나리가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뒤뜰에는 치자꽃이 순백의 향기를 선실로 보내어 눅눅한 기운을 털어내고 있다.
일선 스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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