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10건 거절한 선재스님…“이건 하고싶다” 한 가지 소원
요리하는 수행자 선재 스님-하편
#궁궁통1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의 대가입니다.
간혹
몸이 아픈 사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선재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의사가 아닙니다.
치료를 해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음식으로 마음을 맑게 하고,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
병고를 녹이는 방법을
일러줄 수는 있습니다.”
음식이 단순히
배만 불리는 게 아니라
약(藥)이 되게끔 한다는
뜻입니다.
그 핵심이 뭘까요.
선재 스님은
‘발효 음식’이라고 답합니다.
“쌀에는 소화효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
발효식과 함께 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몸속의 독소가 빠집니다.”
궁궁통통
그 발효식이 뭘까요.
한식에서는
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의 장류와
김치와 장아찌입니다.
식사한 뒤에
우리 몸의 장 속에
변이 계속 남아 있다면
독소를 내뿜게 됩니다.
변비가 심한 사람은
더 많은 독소를 내뿜겠지요.
그래서 선재 스님은
발효 음식을 함께 먹으라고
강조합니다.
“간장과 된장, 김치와 장아찌 등
발효 음식은 소화를 돕고
변이 몸 밖으로 쉽게 나가게끔
배설을 돕습니다.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생겨나는 독소를
그런 식으로 빼내다 보면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이
더 잘 작동하게 됩니다.”
동양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서양도
마찬가지더군요.
“서양 사람들의 주식은
빵입니다.
기본적으로 빵은
발효 음식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여기에 와인을 곁들여 먹습니다.
와인도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지요.
고기는 소화가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고기를 와인에 절여서 먹습니다.
이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고기의 독성을
와인이 중화시키고
소화와 배설을 돕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서양에는 치즈가 있습니다.
치즈 역시
대표적인 발효 음식입니다.
궁궁통통
동서양의 전통 음식에는
소화와 배설을 돕는
해묵은 지혜가
‘발효’의 이름으로
깃들어 있습니다.
#궁궁통2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 파리에는
아주 유명한 요리학교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르 코르동 블루입니다.
궁궁통통
1895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대표적
요리학교입니다.
2016년이니까,
꼭 10년 전이네요.
선재 스님이
르 코르동 블루에서
한국의 전통 사찰음식에 대해
강연과 요리 시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취재차,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선재 스님은
한국에서 가져온 간장을
하나 꺼냈습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맛을 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간장의 냄새를 맡아보고,
숟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다들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짤 거라고 생각한
간장에서
오히려 단맛이 났던 겁니다.
그들을 향해서
선재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20년 묵은 간장입니다.”
서양의 대표적 발효 음식인
치즈의 발효 기간은
짧게는 2~3주,
전통 방식으로 발효하면
2~3년 정도,
아주 길게는 5년까지도
발효를 시킵니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 선재 스님(오른쪽 셋째)이 한국 사찰음식 특강을 하고 있다.
목에 삼색 칼라를 두른 국가 공인 셰프인 브로아 오구를트 교장(오른쪽 둘째)과
에릭 브리파 교수가 20년 묵은 한국의 간장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20년 발효한 간장이라고 하니까
다들 깜짝 놀란 겁니다.
한국의 절집에는
40년, 50년 묵은 간장도
곳곳에 있습니다.
#궁궁통3
선재 스님은
르 코르동 블루의 교수들과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은
먼저 이런 물음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합니다.
‘무엇을 위한 요리인가?’”
앞자리에 앉은 한 교수는
노트에 일일이
선재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적고 있었습니다.
“입에만 맞다고
음식이 아닙니다.
기분만 좋아진다고
음식이 아닙니다.
정말 좋은 음식은
내 몸에 약이 되는 음식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요리사가 최고의 요리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의 몸에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최고의 요리사입니다.”
르 코르동 블루의 교수진에는
프랑스 정부가 인정한
‘국가 명인’도 있습니다.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요리 국가 명인이면
그 실력이 얼마나 뛰어날까요.
그런 국가 명인 요리사가
입고 있는 요리사복의
목 칼라에는
프랑스 삼색기를 상징하는
파랑·하양·빨강의 삼색 선이
수놓아져 있더군요.
프랑스 요리사들은
그것만 봐도 ‘존경’을
표합니다.
그런 삼색 선 요리사복을
입고 있던
에릭 브라파 교수는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강연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파리든, 뉴욕이든
음식이 원재료의 맛을 찾아가는
큰 흐름이 있습니다.
좋은 음식은 심플합니다.
요즘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은 거기에 있지 않더군요.
음식에 비유하자면
단순한 걸 찾는 게 진정한 행복입니다.
한국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은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현대적 트렌드와
정확하게 맥이 통합니다.”
옆에 서 있던
르 코르동 블루의
브로아 오구를트 교장도
삼색 선 요리사복을
입고 있더군요.
오구를트 교장은
20년 묵은 간장을
맛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간장을 많이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맛있는
간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게 간장인가 싶더군요.
하나도 짜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익힌
밀레니엄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선조들의 지혜가 참 놀랍습니다.”
#궁궁통4
2주 전에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선재 스님을 만났습니다.
스님께 물었습니다.
“‘흑백요리사’에는
왜 출연하신 겁니까?”
#궁궁통통5
선재 스님의 답은
간결했습니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그 프로에 나갔습니다.
저는
수행자의 음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에
선재 스님에게
광고 섭외와
예능 프로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고 했습니다.
10건이 넘는
요청을
모두 마다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대신
선재 스님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음식에 담긴 지혜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직 어릴 때
한국의 전통 음식에 담긴
문화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장 담그고, 김치 담그는
우리 고유의 문화가
오래오래 전해지지 않겠어요?
거기에
우리 몸을 살리는
이치가 숨어 있으니까요.
그게 두고두고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선재 스님이
‘발효 음식’과 함께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다름 아닌
‘제철 음식’입니다.
“제철 음식은 치료약이자
예방약입니다.
계절에 따라서 병도 오고,
계절에 따라서 약도 옵니다.
그래서 계절에 따른 음식을 먹으면
병도 치료됩니다.”
선재 스님은
오이를 예로 들더군요.
“오이는 기운이 차갑습니다.
소금에 절인 오이를
여름에 먹으면 약이 되지요.
그러나 겨울에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중화하려면
오이를 고춧가루에 묻히거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고추에 열이 있기 때문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요?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력이 달라집니다.”
발효 음식과 제철 음식,
거기에는
수백 년 동안
한국의 절집에 전해져 내려오는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더군요.
[출처:중앙일보] 백성호: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