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354448_thumb.jpeg)
제주에 눈이 내렸다.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이 며칠째 그칠 새 없이 내려댔다. 하지만, 제주의 하얀 풍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녹아 사라졌다. 눈이 온 제주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알았던 나는 놓칠 수 없었다. 그 경이로운 자태를. 그래서 떠났다. 한라산 자락에 있는 큰노꼬메오름을.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436582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420153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501651_thumb.jpeg)
경이로운 여정
큰노꼬메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
큰노꼬메오름은 제주 북서쪽 중산간에 위치해 있는 오름으로 바로 옆에 족은노꼬메오름이 나란히 서 있다. 높고 뾰족한 오름이 큰노꼬메오름이고, 그 옆의 낮은 오름이 족은노꼬메오름이다. 큰노꼬메오름은 해발 800m의 높이와 가파른 사면을 이루고 두 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큰 화산체다. 북쪽의 봉우리가 주봉으로 정상이고 화구 방향인 북서쪽에 작은 구릉이 산재 되어있으며 원형 화구였던 것이 침식되어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었다. ‘노꼬’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옛날 사슴이 내려와 이 오름에 살았었다는 것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이 있다. 오름 탐방로 초반에는 완만한 숲길이 이어지다가 가팔라지지만, 중간에 두 개의 쉼터가 있어 숨을 고를 수 있다. 큰노꼬메오름의 정상 전망에 서면 족은노꼬메오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오름들이 펼쳐지고 한라산과 한림 앞바다가 선명하게 보인다. 가을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611871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6](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629514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653945_thumb.jp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723538_thumb.jpeg)
눈 위의 여정
하얀 눈이 가득 내린 날. 어디를 여행할까 고민했다. 처음엔 한라산을 오를까 고민했지만, 2023년이 새로 시작되는 1월 1일 성판악 코스를 예약했기에 한라산은 패스. 그렇다면 어디를 갈까. 한라산 아래 지역의 오름들은 이미 눈이 다 녹았기에 패스.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한라산 권역의 오름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끝에 이곳을 찾기로 했다. ‘큰노꼬메오름’을. 이곳을 오르는 건 처음인데, 족은노꼬메오름은 트레킹 했던 경험이 있어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올라보기로 했다.
올바른 트레킹
큰노꼬메오름을 선택한 건 옳은 일이었다. 하얗게, 또 소복이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고스란히 있었으니까. 또 큰노꼬메오름은 족은노꼬메오름과 달리 이정표가 정확히 놓여있었다. 헷갈릴 거 없이 정직하게 오를 수 있는 올바른 트레킹. 그게 바로 큰노꼬메오름을 오르는 매력이었다.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803219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817138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834158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856226_thumb.jpeg)
연애 프로그램
큰노꼬메오름은 TVING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환승연애 2’의 촬영지기도 했다. 너른 초원을 가진 궷물오름부터 시작해 큰노꼬메오름까지 이어서 걸었다고 하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나로선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유명 프로그램에 나와서인지 이곳엔 많은 여행자가 찾는 유명 여행지가 되어있었다.
아이젠은 필수
큰노꼬메오름은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아름다운 설경이 있었고, 침엽수림 위에 핀 눈꽃이 아름답게 빛났다. 그저 아름다운 겨울왕국과도 같은 노꼬메오름.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족은노꼬메오름을 오르면서도 분명 경험했던 사실인데,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바로 경사. 설경으로 아름다운 오름은 등산로도 마찬가지로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은 사람들에게 밟히고 밟혀 미끄러운 상태를 유지했고, 아이젠 없이는 등산이 어려울 정도로 변모해 있었다. 그런 나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올랐고, 계단이 나오는 지점부터 깨달았다. 분명 오르는 것은 괜찮겠지만, 내려올 때는 정말 힘들 거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결과론적으로 하산을 하며 미끄러운 계단에서 세 번의 엉덩방아를 찧은 뒤에 정상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929252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3941611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008317_thumb.jpeg)
눈 오리
미끄러운 계단은 줄을 의지하며 올랐다. 계단이 끝날 무렵 도착한 능선. 그다음부터는 미끄러움 없이 오름을 걸을 수 있었다. 천천히 능선을 타고, 큰노꼬메오름 정상과 족은노꼬메오름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확인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귀여운 눈 오리 한 마리가 있던 이정표. 나는 흐뭇한 미소를 한 번 짓고 정상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정상에 서다
이정표를 지나 정상까지는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정상의 풍경은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20여 분을 기다리니 안개가 다 걷히진 않았지만, 시야가 트일 정도로 걷혔다. 시야에 들어오는 정상의 풍경. 그 모습은 제주의 경이로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일 듯 말 듯 하고, 서귀포의 산방산이 아름답게 빛나며, 오름 아래로 설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하얗게, 또 포근하게 빛났다. 후회 없는 기다림. 하얀 눈을 보고 싶었던 여정은 오름 정상에서 완벽한 방점을 찍었다.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6](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045547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101296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112847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1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140914_thumb.jpeg)
![눈이 왔다 [큰노꼬메오름]2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2%2F12%2F28%2F20221228174214698_thumb.jpeg)
내려오는 길
오름을 내려오는 건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앞서 말했듯 엉덩방아를 3번이나 찧고 끝났으니까. 이 모든 건 예견되어 있던 거고, 기정 사실화 돼 있던 것이다. 오르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냥 끝나진 않을 것을. 눈이 없는 날이라면 확실히 오름을 오르내리기 좋았을 계단. 눈에 파묻혀 단단히 언 상태에선 조심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로프가 있어 계단에선 의지할 수 있었다. 천천히 내려가며 제발 안전히 넘어지자, 조심히 넘어지자 외치며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엉덩방아는 필수였고, 계단 내에서만 3번을 찌었다. 우여곡절 끝에 닿은 땅.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설산은 아이젠이 필수고 꼭 착용하겠다는 것을.
큰노꼬메오름은 겨울날 분명 매력적인 장소였다. 하얗게 뒤덮인 설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었으니까. 겨울의 진풍경. 이는 바다에도 있지만, 오름과 산에 더 많다. 만약 겨울철 제주를 여행한다면, 동백꽃으로 하루를 즐기고, 등산으로 가득 채워보는 건 어떨까. 제주만의 특색있는 눈꽃 여행이 당신의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