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的)
김부회
익숙하다 어디서 본 듯 들은 듯 흐르는 선율 이미 저승으로 떠난 가수의 허스키한 그가, 이승에서 울고 있다 소음을 달랜 소름이 음표가 되고 미명의 어스름이 노래가 되는 꿈과 꿈, 서로 밀접할 수 없는 등과 가슴의 결계에 내가 있다 소리 속을 흐르는 소리, 망각의 겹철릭을 걸친 소리가 이불 속을 뭉근하게 데운다 창틈으로 귀를 세울 때마다 선명하게 부조( 浮彫)되는 소리, 몸이 떠난 자리에 마른 목소리만 꿈결인 듯 흐른다 그가 떠난 것인가 내가 남은 것인가, 지금이 어제였듯 오늘이 내일이 될 수 없는 여기 어디쯤 거슬러 갈수록 더 신선해지는 시간의 모호한 선도( 鮮度)를 더듬거린다 여적 살아있는 눈꺼풀의 몽롱을 지금도 기필코 적 的 하는 그대와 그대의 그대, ‘와사삭’ 자궁을 밟고 나오며 들었던 기저 모를 오래된 비명만 손에 쥐고
와
김부회
어머니는 아버지와 살아요
나는 나와 살아요
때때로 (와)라는 것이 주인이 되기도 하죠
(와)에 붙어서 산다는 것은 기생한다는 말이에요
어느 날은 이집트에서 날아 온 모래를 손에 쥐어요
이집트와 내가 사는 것이 아닌데
손에 쥔 모래가, 밤마다 별이 되는 꿈을 꾸네요
하늘을 내가 만든 감옥에 가두는 상상을 해요
(와)는 (과)가 되기도 하죠
감옥과 하늘을 잇는 길이라고 설명하면 되나요?
하늘과 내가 같이 사는 것이 맞으니까요
(와) 또는 (과)의 법칙에 그닥 들어맞지는 않지만요
(와)면 어떻고 (과)면 어때요
주인은 눈이에요
초점에 맞닿은 정면이 세상이라면
여기가 하늘이 아니라 하늘 밖의 감옥이겠지요
나는 나와,
나는 (와)의 (나)일까요? 나의 (와)일까요?
애매한 공상은 과학이 될 수 없어요
이등변 삼각형의 꼭짓점은 이등변으로 인해
위가 되어서 꼭짓점이죠
나는 나와, 하나가 된 것처럼
닫힌 곳에서는 늘 지지대가 받쳐주고 있어요
(나) 라는 삼각형의 두 변처럼
분열이 만든 파생이겠지요
나는 별수 없이 나와 살아요
때로는 내가 아닌, 전혀 모르는
내가 아니라는 말로 들리네요
참 낯설기도 하네요
Rain
김부회
빗방울이 붓을 들었다
질척거리는 거리의 화폭
빗속에 비가 내릴 때
잠 덜 깬 젖은 꿈의 파편들
빗줄기 사이 이름이 맺혔다 뭉그러진다
물에 젖은 시간이 침묵을 뭉치다 떨군다
꿈꾸는 방은 빛의 반쪽만 필요했고
나는 햇살 가닥을 절개하고 있다
비가 비를 산란하는 날
물에 고인 눈먼 적요가 당신을 부른다
젖은 것들이 다시 젖듯
나도 젖는다
어항 밖으로
불어 터진 불빛들 뛰쳐나오는 그때
여전히 물에 잠겨있는 거리에
비는 내리고
Still Away
Still Away
Rain
by Boohoae Kim
Translated by Kyoonwon Yang
Raindrops play their brushes
on the canvas of muddy streets.
Rain in the rain
Fragments of half-awakened dreams
Among those rain streaks, names bear buds to be crushed.
Time is soaking wet, gathering and dropping silence.
Half-light is good enough for my room in dreams
And I’m lancing the sun’s rays.
The day rain spawns rain
Blind silence welling up in water calls you
As wet things get wet again,
I also get wet.
When lights swell to jump
Out of the fishbowl,
It keeps on raining
In the street still lost in water.
Still away
Still away
김부회 프로필
(계간)문예바다 편집 주간/ (월)모던포엠 편집위원/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김포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 중봉문학상 대상,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 외 다수 수상/ 시집(시, 답지 않은 소리)(러시안룰렛) 평론집(시는 물이다) 외 공저 1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