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부부> 38화.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것 + <법정> 8. 도둑과 선(禪)
딩동, 딩동!
“아빠, 다녀오셨어요?”
두 아들 녀석의 저녁인사다.
“그래!”
쿵쿵쿵쿵…… 꽝꽝! 녀석들은 각자의 방으로 사라지고 적막감!
오늘도 그는 고독과 친구가 된다.
“자기야, 우리 딸 하나 낳을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자정까지 텔레비전 채널만 열심히 돌린다.
큰 녀석 열세 살(초등학교 6학년), 작은 녀석 열두 살(5학년), 그의 나이 마흔둘, 그리고 집안의 규율반장 그녀.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그에게 놀아달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했다.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던 벌을 이제야 돌려받게 된 것이었다.
큰아이의 방문을 슬며시 열며 말한다.
“준아! 아빠하고 놀래?”
“아빠! 방해 좀 하지 마요. 지금 게임 레벨 엄청 올리고 있는데. 엄마하고 놀면 되잖아.”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의 퇴근길. 평소에는 스쳐 지나던 애완동물 가게 앞에 우뚝 섰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마음에 드는 강아지의 몸값이 무려 80만 원.
의기소침한 며칠이 지나고 집안의 규율반장이 해괴한(?) 제안을 했다.
“자기야! 얼마 전에 금목걸이 하고 싶다고 했지?”
“응!”
“안 끼는 금반지들 있으니까 이거 팔고 목걸이 사면 될 거야”
그는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반지들을 가지고 금은방으로 달려갔다.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목걸이 한번 볼까요?”
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니 잠깐만요. 목걸이는 다음에 볼게요.”
그는 귀신에 홀린 듯 금은방을 나왔다. 꼬리를 치며 반길 강아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자꾸 웃음이 나와서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걸었다.
한손에는 강아지, 또 한 손에는 개집을 들고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섰다.
‘견격이 얼마 나올까? 음, 아무래도 일주일 각방 신세겠지? 그래, 일주일만 버티자.’
딩동딩동.
인사와 함께 도망치려던 두 녀석의 시선이 그의 손에서 멈췄다.
“와! 강아지다!”
그 소리에 놀란 눈으로 다가온 규율반장.
“자기, 그 강아지 어디서 났어?”
“으응, 샀어!”
“그게 얼만데?”
“저기…… 80만 원.”
“돈이 어디서 났어?”
“으응, 반……지.”
“뭐라고?”
세계 3차대전은 곧 시작되었다. 그녀는 안방으로 사라져버렸고 집 안은 다시 적막. 물끄러미 강아지를 쳐다보는 녀석들.
그는 소파에 앉아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장차 벌어질 죄와 벌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
아! 그러나 잠시 후 안방 문이 열리며 규율반장의 억지 미소가 그를 응시했다.
“어휴~ 내가 애를 셋 키운다니까. 빨리 씻고 밥 먹어.”
그의 손에서 강아지를 낚아채 가는 아내. 기사회생이었다.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 이래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했나?
아내에게서 면죄부를 받아쥔 그는 의기양양해하며 말했다.
“암놈이라 1년 후면 새끼를 낳을 텐데. 그 한 마리가 얼마인데…….”
무심히 밥만 먹는 그녀. 밥은 먹지 않고 연신 “아빠 짱”을 외치며 강아지를 주무르는 미운(?) 오리 새끼 두 녀석. 암! 아빠는 짱이지.
그날 밤, 강아지는 거실에서 밤새도록 낑낑거렸고, 그들 부부는 강아지 때문에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마치 첫 아이를 낳았을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강아지는 그렇게 새 식구가 되어 그들 가족에 합류했다.
동물 식구를 맞이해 보세요. 집안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 처음에는 새 아이를 낳은 것처럼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물 식구는 가족들에게 상상 외의 선물을 줍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사랑을 가르쳐줍니다. |
<법정> 8. 도둑과 선(禪)
어떤 고을에 나이 든 도둑이 있었다. 이 세상을 하직할 날이 가까워지자 오랜 세월을 두고 갖은 고생 끝에 익히고 쌓아온 도둑의 비법(秘法)을 그대로 묵혀둘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식에게만이라도 그 비법을 전해주고 싶었다. 어느 날 밤 늙은 도둑은 아들 하나를 데리고 밤이슬을 맞으러 나갔다. 요즘 같으면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 시간을 가리겠지만 옛날 일이라 칠흑 같은 그믐밤을 택했었다. 물론 호화주택이란 말이 나오기 전이므로 담장이 높으면서도 도사견이 없는 그런 집을 고르면 되었다.
둘이는 평소에 익혀둔 날랜 동작으로 담장을 넘었다. 고방으로 직행. 고방에는 커다란 뒤주가 하나 있었다. 도둑은 뒤주문을 열고 아들을 안으로 들여보낸 후 무슨 심사에선지 문을 닫고 곁에 있던 자물쇠로 채웠다. 그리고 나더니 더 큰소리로 “도둑이야!”라고 외치면서 담장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때아닌 도둑의 소리에 놀란 집안은 발칵 뒤집힐 수밖에. 그때 그 집안 식구 못지않게 놀라고 당황한 것은 젊은 도둑이었다.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구나 싶으니 앞길이 막막했다. 한편 자기를 이 지경에 몰아넣은 아버지에 대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궁지를 모면하여 아버지에게 분풀이를 하리라 이를 갈았다.
궁리 끝에 그는 쥐가 뒤주를 쏘는 시늉을 하였다. 그 집 더부살이는 문이 열린 고방에 들어와 살폈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어 두리번거리고 있던 참인데, 뒤주를 쏘는 소리를 듣고 쥐나 잡으려고 뒤주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젊은 도둑은 훌쩍 뛰쳐나와 도망을 쳤다. 그는 어둠 속을 달아나면서 길가에 있는 우물에 커다란 돌을 하나 던져 넣었다. 뒤쫓아오던 사람들이 풍덩하는 소리를 듣고 도둑이 우물에 빠진 줄 알고 더 쫓으려 하지 않았다.
숨이 차 헐떡거리면서 집으로 도망쳐 온 아들은, 먼저 돌아와 태평하게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고 원망의 소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늙은 아버지는 히죽히죽 회심을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도 네 계책으로 도망쳐오는 걸 보니 이제는 이 아비의 업을 이어받을 만하구나.”
이렇게 해서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도둑의 비법을 전해주었다.
말로써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 속에서 그 묘리를 스스로 터득케 했던 것이다.
이것은 중국 송나라 때의 선승 법연(法演)이 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그는 선(禪)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즉 선이란 밖에서 얻어들은 지식이나 이론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인식이 아니라 직관적인 파악, 철저한 자기 응시(凝視)를 통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창조력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그래서 선을 가리켜 지식이 아니라 체험이라고 한 것이다. 이 무한한 창조력이 사랑이라는 온도와 지혜라는 빛으로써 이웃에게 발휘될 때 선은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선실 안에서만 통용되는 선이라면 뒤주 속에 갇힌 거나 다름이 없다. 뒤주 속에서 활로(活路)를 찾아 인간의 거리로 뛰쳐나와야만 비로소 창조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창백한 좌불(坐佛)은 많아도 살아 움직이는 동불(動佛)이 아쉬운 오늘이다.
<유정 생각>
선(禪), 으음~. 이 글을 읽으니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무슨 책을 읽고, 수양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무엇을 하던 스스로 깨닫고 알아나가야 하는 것. 책, 진리도 좋지만 이론, 머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래, 선승이 책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 경험한 것을 쓴 것이니, 모두 자기가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우와! 잘 알았습니다. 무엇이 되던 나도 깨달을 때까지 나만의 방법으로 정진해나가겠습니다. 아니 책 속에서 진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진리로 향한 길도 있을 테니까요! 내 말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