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붕白大鵬(1550?~1592)
천민으로, 궁궐의 열쇠와 왕명의 전달 책임을 맡은 액정서(掖庭署)
정6품 사약(司鑰)의 지위에 올랐다.
같은 천인인 유희경과 함께 '유·백'으로 불렸고, 위항인들의 시 모임인 '풍월향도'(風月香徒)를 주도했다.
1590년 허성을 따라 일본에 가서 시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으며,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수변사 이일과 함께 상주에서 싸우다가 죽었으며
많은 시가 사라지고
두 편의 시만 존재한다.
취음醉吟
“술 취해 산수유꽃 머리에 꽂고 혼자 즐기며, 醉揷茱萸獨自娛 (취삽수유독자오)
산에 가득한 밝은 달 아래 빈 병을 베고 있네. 滿山明月枕空壺(만산명월침공호)
곁의 사람은 내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지를 마라, 傍人莫問何爲者(방인막문하위자)
흰머리로 이 풍진세상에 전함사의 종노릇 한다네. 白首風塵典艦奴(백수풍진전함노)
이 시는 작자가 전함사(典艦司)의 서리(書吏)로 있을 때, 중양(重陽)을 맞아 술을 마시고 달밤에 밖에 누웠다가 지은 것으로,
자기자신을 소개하면서 쓰라린 세상 살다가 머리가 희어졌는데, 겨우 전함사에서 종노릇 한다고 탄식하고 있다는 이 시구 때문에 그의 시체(詩體)를 사약체(司鑰體)라고 한다.
추일秋日
秋天生薄陰(추천생박음)
가을 하늘에 엷은 그늘이 생기니
華嶽影沈沈(화악영침침)
화악산에도 뉘엿뉘엿 그림자 지네.
叢菊他鄕淚(총국타향루)
한 떨기 국화꽃은 타향살이 내 눈물이고
孤燈此夜心(고등차야심)
외로운 등불은 이 밤의 마음이라.
流螢隱亂草(류형은란초)
흐르는 반딧불은 풀 속에 숨어 어지럽고
疎雨落長林(소우락장림)
성긴 빗방울이 숲에 떨어지는데
懷侶不能寐(회려불능매)
반려伴侶 그리워 잠도 못 이루는 밤
隔窓啼怪禽(격창제괴금)
이름 모를 산새가 창밖에서 우는구나.
*위항인委巷人: 조선 중기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문화활동을 주도한 중인 이하 계층을 일컫는 말로, 여항인(閭巷人)이라고도 하며, 위항문학 또는 여항문학을 탄생시켰다.
매창 첫 연인 유희경이 위항인 최초로 개인 시집 침류대시첩(枕流臺詩帖)을 만들었으나 전해지지 않고, 문집으로 『촌은집(村隱集) 3권이 있다.
침류대: 노년기 집 담장가에 흐르는 냇물가에 정자를 세우고, 지인들과 시문학을 나누기 위해 세운 누대 이름.
중인 계층이 활발히 형성되던 1660년 위항시인들의 시를 모은 것으로는 최초의 시집 육가잡영六家雜詠이 정남수(鄭柟壽), 최기남(崔奇男), 남응침(南應琛), 정예남(鄭禮男), 김효일(金孝一), 최대립(崔大立)이 지은 210수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