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76. 그 후 일주일
뢰원 후 한 주일이 지났다.
처음 회복되는 추세 같아선 벌떡 일어나 다닐 만도 한데 나는 여전히 누워있다.
자다가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려면 내 몸이 천근이고 도저히 혼자서 일어설 수가 없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3년 전 허리 수술을 하고 나서 회복 될 때도 이 정도 고통은 아니었던 듯 싶다.
어쩌다 컴퓨터 앞에 앉으려면 10분 정도 걸리는 일에도 다섯 번을 일어나 누웠다가 다시 앉아야 한다. 심각하다.
심지어 급히 써야할 글은 내가 종이에 다 써 놓고 죠셉이 더듬거리며 자판을 쳐 주거나 앞집 지원이가 컴퓨터에 대신 올려준다.
거의 하루 종일 누워 있다. 누우면 전혀 안 아프다.
부축을 받아가며 밥을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갔는데 밀라가 심하게 절뚝거린다.
며칠 전 새끼발톱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발목 안쪽 복숭아뼈까지 부어올라서 걸을 수가 없단다.
큰 일이다. 밀라가 아프면, 그래서 일을 못하면 우린 정말 큰 일이다.
"밀라, 빨리 병원엘 가 봐." "내일 오전에 가려구요."
" 오늘 가 봐. 차로 데려다 줄게." "내일 동네 의사가 진료하는 날인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병원비가 얼마나 되니?" "350페소요."
보통 우리가 일반 병원에서 500페소 정도를 내는데 비해 보건소처럼 운영되는 동네 병원이라 좀 싼 것 같다.
"그거 내가 줄게."
나는 선심을 쓴다. 그런데 고맙다고 할 줄 알았던 밀라의 대답이 뜻밖이다.
"약값은요?" "응?...... 내가 500페소 줄테니 병원비 내고 네가 보태서 약을 사 먹어."
여기 애들은 참 이상하다. 병원비를 준다면 일단은 고마워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고맙다는 말커녕 약값까지 달라는 모양새다.
사실 이 마당에 밀라가 아픈 건 내가 아픈 것만큼 큰 일이다.
당장에 누굴 새로 데려 온대도 내가 꼼짝을 못하는 판국에 우리 입에 맞는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이며 우리 집 사정을 어찌 대신할 수 있을까?
밀라는 우리집에서 5년이나 함께 살았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 가 있는 3개월도 무조건 월급을 주고 집을 돌보게 했다.
과연 병원을 간다 해도 저렇게 부은 발목과 새끼 발톱을 쉽게 고칠 순 있는 걸까?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다.
첫댓글 걱정거리가 연속으로 나타 나네요.
한꺼번에 왔다가 한꺼번에 사라져
하루 속히 평온이 찾아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