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기간 정체되어 있는 재개발사업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민간재개발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0%로 고시해 5월 2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인천시는 의무비율 0%를 추진하는 이유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전날 진행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인천시민연대')의 고시 철회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에 대한 해명성 보도자료다.
인천시, "재개발 임대주택은 실효성 없어, 공공이 건설할 예정" 밝혀
인천시는 주택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17%에서 0%로 조정한 것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구청장이 정비계획 수립 시 구역에 따라 세입자나 기존 주민의 임대주택 입주 수요를 조사해서 정비계획 수립 시 5%까지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구청장이 임대주택 수요를 조사해 임대주택을 전체 세대수의 5% 이상 건설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구역별로 시장이 따로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어 구체적인 사례도 곁들여 0% 고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48개 단지, 51,886세대의 임대주택이 건설돼 있으나, 이 중 민간주택은 사원임대아파트 2개 단지를 포함해 3개 단지, 1,209 세대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는 모두 LH공사와 인천도시공사 등 공공에서 건설했다고 설명하고, "13,000여 명의 공공임대주택 대기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은 앞으로도 LH공사와 인천도시공사 등 공공에서 주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 재개발 사업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17%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왔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인천시 주거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지금까지 인천에서 준공된 도화2구역, 산곡1구역, 부평5구역의 사례를 보면 당해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가 임대주택에 입주한 경우는 건설 세대수의 0.8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따라서, 시는 재개발 임대주택은 공공에서 건설하는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주택과는 달리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입주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유형의 임대주택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개발사업의 경우 지금까지는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지어서 공공에 시중가의 60~70% 정도의 가격으로 인계해야 하는 제도였지만, 앞으로는 재개발 조합이 손해 보는 형태가 아닌 이익이 되는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세입자 입주율 낮은 건, 인천시 책임방기 때문"
인천시가 이와 같은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자 인천시민연대도 28일 인천시의 논리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맞섰다. 그동안 인천지역 재개발 구역 세입자들의 임대주택 입주율 0.86%에 그친 것은 인천시의 명백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17%에 따라 재개발조합이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이를 매입해 세입자들에게 제공했어야 하나 인천시는 매입의무를 저버리고 LH공사에 책임을 미뤄고, LH공사는 공공임대에 비해 거의 3배의 비싼 가격으로 10년 단기 임대 후에 분양했기 때문에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임대주택을 인천시가 매입해서 공공임대 수준으로 분양해야 세입자를 비롯한 주거약자 서민들이 저렴하게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데, 인천시가 책임을 방기해놓고 이제와서 세입자 입주율이 낮다며 실효성 운운하는 것은 인천시의 거짓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또 인천시가 재개발사업 구역지정을 남발한 결과와 함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인해 재개발사업이 장기적으로 늦어지면서 세입자들이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세입자의 입주율이 낮게 된 것이지, 세입자들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행 규정상 세입자는 재정비구역지정 당시 3개월 이전부터 거주해야 세입자 조건을 충족해 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지는데도, 이를 잘 알고 있는 인천시가 세입자의 입주율이 낮은 책임을 세입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민연대는 또 인천시가 정책의 일관성 운운하면서 내놓은 "구청장이 재개발 사업지역의 수효를 조사하여 5% 이하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것과 "5% 그 이상을 건설하려면 인천시에 계획을 제출하고 시장은 해당구역에 한하여 비율을 변경 고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대해서 가능성이 없는 허언에 불과다하고 비판했다.
박재성 인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인천시는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제로가 아니고 군수구청장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의 주장대로라면 말 그대로 임대주택 건설의 모든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런데 민선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수천에서 수만 명으로 조직된 재정비조합을 상대로 의무건설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한 단서조항을 달고 0% 고시에 대한 책임회피와 편법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대주택 비율 없애면 재개발사업 추진 가능한가?
재정적자 공기업 LH, 인천도시공사가 임대주택 지을 수 있나?
지난 4월부터 인천시와 인천시민연대는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폐지를 둘러싸고 입장차이를 보여왔다. 인천시는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0% 고시와 함께 당장 내일(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인천시는 그러나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을 폐지하면, 인천에서 장기간 사업추진이 안 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지구 중 몇 곳이 사업추진이 가능한지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간재발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으로 될 곳을 밀어주고 안 될 곳을 해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폐지가 시급히 구역지정을 해제해야 할 조합과 추진위 단계의 정비구역에 생명만 연장해서 막대한 비용만 유발하고 사업추진이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높다는 의견이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신현무 전문위원은 "인천시가 밝힌 대로 13,000여 명에 달하는 공공임대주택 대기자가 있는데, 인천시는 이들에게 민간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대신 LH공사나 인천도시공사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 공기업이 과연 어떤 계획을 갖고 인천지역에 공공임택을 건설할 것인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설득력이 없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인천시민연대가 제안한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개토론회 개최 제안도 거부한 채 0% 고시를 밀어부쳐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성 운영위워장은 "인천의 공공임대주택 신청자는 인천도시공사가 2000년 이후 공급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348세대의 40배인 1만3천500세대에 달한다. 평균 대기 기간이 무려 57개월(4년 9개월)로 전국 평균 21개월, 서울의 9개월에 비해 대기 기간이 가장 길다. 전국에서 가장 나쁜 임대주택 상황인데, 인천시가 무턱대고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폐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정확한 수요를 예측해 종합적인 임대주택 수급 정책을 마련하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