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
-거대 양당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세상을 바꾸는 정치
윤현식 지음
쪽수: 360쪽
판형: 145*212
ISBN: 979-11-6861-216-7 0334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3년 11월 27일
책 소개
거대 양당의 독점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장치 지역정당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
선거마다 비슷한 투표용지를 받는다. 후보자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그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그놈이 그놈’인 투표용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
『지역정당』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시선에서 쓰인 글이다. 지역 문제는 늘 존재해 왔고 언제나 치열했다. 동네에 생기는 쓰레기 소각장, 뒷산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지역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해당사자 간의 분란이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들은 이권 다툼이나 님비(NIMBY)로 치부됐다. 왜 지역 갈등은 공적인 갈등임에도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개인적 이기심으로 평가될까. 그것은 정치가 전 국민적 의사형성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전국정당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전국정당은 중앙정치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 방해되는 의견을 묵살한다.
지역정당은 활동범위를 정당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지역 문제 해결 및 지역주민의 의사형성에 기여하며 해당 지역의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주된 활동으로 하는 정당을 말한다. 오늘날의 지방선거는 거대 양당 소속 공직자를 임명하는 절차로 전락했다. 그들은 선거 시기 공략을 반짝 내세우고 끝나면 외면한다. 혹은 졸속으로 안을 제출하여 오히려 지역의 골칫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부속물 취급하고 지역의 사안을 뒷전에 놓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정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지역정당이 필요하다.
쿠데타 세력의 1962년 체제, ‘정당법’
현행 ‘정당법’은 그 구조상 지역정당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정당법’은 5개 이상 시·도당을 두고 각 시·도당마다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하는 전국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을 때만 정당으로 인정한다. 게다가 반드시 중앙당이 있어야 하며 중앙당의 사무실은 서울에 소재해야 한다. 이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헌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당에 대한 현행 헌법의 규율과 ‘정당법’의 규제는 1961년 박정희 쿠데타 직후 등장한 것이다. 군부는 자신들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이들 조직을 해체해버렸고 나아가 입법, 행정, 사법, 전부에 걸친 중앙 독점적 권력 행사를 시도했다. 그 결과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는 완벽하게 통제되었다. 이때 형성된 ‘정당법’의 틀이 군부독재가 청산되고 민주화에 접어든 오늘날까지 지역정치를 방해하고 있다. 1962년 체제의 시혜를 만끽하고 있는 것은 거대 양당뿐이다. 주권자는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길도, 대신할 사람도 찾지 못한 채 정치 혐오를 느끼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정당이 각종의 이해관계를 놓고 정치적 경쟁을 하는 다원적 민주주의는 현 ‘정당법’ 체계에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정당법’의 개정을 요구한다.
지역정당의 실현은 불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 지역정당은 낯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와 같이 강력한 규제를 행하는 ‘정당법’이 더 드물다. 안정된 대의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정치를 추구하는 선진국은 ‘정당법’이 부재하거나 규제가 느슨하다.
지역, 규모, 성격 등에서 다양한 정당 활동을 보장한 국가들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정치결사가 지역의 의제와 정책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영국에는 중앙당과 지역정당을 합쳐 380개가 넘는 정당이 있으며 미국에는 개별 주 단위로 등록된 정당이 총 225개이다. 스페인은 무려 5,064개의 정당이 있다. 가까운 일본도 자유로운 정당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지역정당이 가능할 때 중앙의 독점을 견제할 지방분권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공고한 기득권의 벽을 뚫고 지역정당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풀뿌리옥천당과 마포파티, 은평구민들레당 등이 그 예이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분투를 계속해 왔으며 그 한계와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정당 창당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정당 난립과 특정 지역의 의사 형성을 추구하는 단체를 막기 위해 지역정당을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무부는 난립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는 늘 50개 전후의 정당이 등록되어 있다. 몇 개의 정당부터가 이들이 말하는 난립인 것일까. 또한 지역의 주요 사안이 온전하게 해당 지역의 문제에 국한되는 일은 거의 없다.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문제는 주변 지역의 대기 오염과 전기세 인상의 등의 갈등을 일으킨다. 생활격차, 신공항, 지방소멸 등 지역의 사안이지만 지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재해 있다. 지역정당은 특정 지역의 이기심을 행사하는 단체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다각화된 논의를 전개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지역정당은 지역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에서 해야 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할 유일한 방법이다. 지역정당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게 하여 지역 간의 감정 대립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갈등의 해소가 이루어졌을 때 제대로 된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전국정당의 지역조직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국정당의 지역조직은 결정적인 순간에 지역의 이해가 아니라 중앙의 이해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정당법’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사법기관과 입법기관이 자기 책무를 방기하는 동안 지역정당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끝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지역정당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주권자가 스스로 정치 결사를 조직하여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위배된다. 양당의 기득권을 축소하고 그 빈 공간에 다양한 정당세력이 경쟁하는 사회가 곧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지역주민 간의 연대, 지역과 지역의 연대를 꿈꾸는 이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물결을 막을 명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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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9
어떻게 이 철옹성 같은 양당구조를 파훼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저들을 넘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어찌 보면 원론적인 것이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누구든 자신의 정견과 대안을 공정하게 꺼내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급선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한 장은 거대 양당만이 기득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지금의 정당법 체계를 해체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p88
중앙정치가 지역정치를 부속물로 취급함에 따라 여러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역의 사안이 번번이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의 사안이 중앙정치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건 오로지 특정한 지역 간의 이해관계가 전국단위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때뿐이다. 선거 시기 정치적 득실, 즉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표’의 향방에 따라 지역의 의제가 좌충우돌하게 된다. 어떤 문제는 선거 때 반짝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종래 무소식이 된다거나, 어떤 문제는 선거가 닥치니 졸속으로 안을 제출했다가 두고두고 지역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기도 한다.
p151
2인 선거구에서 발견되는 다수의 무투표 당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양당 각 1인의 후보 출마, 이 구조 속에서 출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제3당의 한계. 이 모든 상태는 한국 정치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두 거대 정당의 정치적 담합에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자원은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적 패권을 장악하면서 싹쓸이한다. 이 틀안에서 유권자의 한 표는 거대 양당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알리바이에 머문다.
p278
이 규정은 한국에 존재하는 전국정당이 실제로는 모두 서울정당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거대 양당이 아무리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들이 내놓는 정강 정책은 서울 중심을 벗어나지 못한다. 겉으로는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역을 꺼내 들고 균형발전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기준은 서울의 이해를 벗어나지 않는다.
p338
전국정당과는 달리 지역정당에서는 그 주도적인 역할을 여성, 소수자, 청년, 청소년, 노인, 노동자, 협동조합, 노동조합, 주민단체, 통반장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이 책임질 수 있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속에서 실제로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는 민주적인 절차와 지역 정치에 대한 공동의 관점이 전제될 것이다.
저자 소개
윤현식
헌법을 전공했으며, 민주주의·공화주의·인권을 연구했다. 이론에 머물지 않는 제도적 실천을 도모하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노동당에서 정책을 생산했다.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당원이며, 지역과 현장의 살아 숨 쉬는 정치를 지향하는 단체 ‘노동·정치·사람’의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정당을 통해 삶의 정치, 생활의 정치를 만들어보자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역정당 네트워크(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 은평민들레당, 진주같이, 노동·정치·사람의 연대조직)에서 지역정당 인큐베이팅 사업의 기획과 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업은 영세독립연구자. 잡생각이 많은 만큼 연구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생각하며 실천하고자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거대 양당의 폐단에 강력한 제동을
제1장 지역정당? 그게 뭐야?
우리 동네 구청장이 누구인가?
우리에게도 지역정당이 있었다고?
지역정치의 주체, 지역정당
제2장 풀뿌리 민주주의, 자치분권 그리고 지역정당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보완-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능
적절한 풀뿌리의 규모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효과
자치분권 2.0 시대?
제3장 빨간당과 파란당만 존재하는 나라
우리가 선거를 하는 이유
무너진 정치의 단편–무투표 당선의 급증
거대 양당의 담합정치
냉소하는 유권자
다 가진 양당, 더 가질 욕심
제4장 1962년 정치체제-지역정치 압살의 제도적 기원
기원–박정희 쿠데타와 군부의 득세
전야-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면 폐지
출발-『정치활동정화법』
기반–쿠데타 헌법(제5차 개헌)
완성–『정당법』
효과–지역정치의 말살
제5장 지역정당을 가로막는 『정당법』의 문제점
전국정당만을 전제한 독소조항
정치 주체에 대한 차별적 처우
정당설립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 침해
헌법 제37조 제2항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국제·보편 기준을 벗어난 지역정당 규제
제6장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는 세상으로–제도의 정비 방향
중앙당만 서울에 없는 전국정당 입법안들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정당법 개정안
정당제도의 개선 방향
제7장 지역정당, 기대와 가능성에 대하여
갈등의 원인과 대안에 충실할 지역정당
관과 토호의 유착을 불가능하게 할 지역정당
1표 1가의 원칙, 위성정당 꼼수 막을 대안 세력
지역사안의 해결에 유능한 지역정당
“그놈이 그놈” 아닌 참신한 주체들이 책임지는 미래
나가며–내가 가면 길이 된다!
[부록] 은평민들레당 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