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창에' 길 과장을 입력하면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으로 오랜 시간을 길에서 보낸다고 해서 생긴 신조어'라는 내용이 올라온다.
아직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오르지 않은 듯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서울신문에는 '길과장 이동 중 강좌 듣는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공무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인 '나라배움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기관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교육 수단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출장길을 허송세월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도 담겨 있다.
지독한 행정 비효율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나라도 없지는 않다.
브라질이 그렇다.
브라질은 1960년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900km 떨어진 브라질리아로 옮겼다.
그런데 세월이 6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브라질리아는 '사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주말은 대도시에서 보내고 월요일 돌아와 금요일 떠나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 떄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 비효율은 브라질은 비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남아공은 동북 내륙의 프리토리아는 행정수도 중부 내륙의 블룸폰테인은 사법수도, 서남 해안의 케이프타운은 입법수도다.
남환의 12배인 122만km2 남짓한 면적의 나라이니 수도 사이를 오가기는 수비지 않다.
하지만 두 나라에서 '수도 환원'이냐 '통일 수도'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브라질리아는 국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이 뒤진 내륙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해안 지역 수도의 군사적 취약성에서 탈피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니 '실패한 수도 이전'이라는 혹평에 공감하기도 어렵다.
브라질리아는 1986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남아공은 다른 종족과 피부색이 뒤섞인 4개 자치국을 통합한 나라다.
당연히 수도를 유치하려는 지치국 사이의 경쟁은 과열됐다.
결국 3개 지치국이 3개 수도를 나눠 갖고 나머지 자치국에는 국가자료관을 두고 재정 지원도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뤘다.
불편한 수도지만 비호율성을 감수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가 행정자치부를 옮기는 계획을 시작으로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 만드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선거 공약인 '행정수도 세종시'를 이행하는 데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그럴수록 '길 과장'이 상징하는 행정 비효율에 그치지 않는 역사적 당위성을 담는 노력이 중요하다. 서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