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순간에도
나 모르는 것 투성이 일까
숨 쉬고 산 것
그게 다일까
낮은 파도이고 밤은 조약돌인 것을
간신히 알까
좋아하는 것보다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려고 했던 것
무엇이 되어야 한다며
머리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던 순간을
굳이 어리석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
그것이 얼마나 희망이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첫눈 같은 신비였는지
너와 나 사이의 악기였는지를
떠날 때 그때 간신히
소스라치듯이 알기는 할까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작은 새처럼 파득이는 항구
음유시인의 비망록처럼
뿌우연 해안선을 따라가면
거기, T자 한 글자쯤이 꺼져버려
깃털같이 가벼워진 숙소
모엘(MO EL)이 있으리
모엘!
흰 파도를 솜이불처럼 내려놓고
충혈된 눈으로 사그라져가는 내 가슴의 폐항
아직 모텔이 아니어서 좋은 곳
무언가 하나를 빼버리면
이리도 부드러운 생의 하룻밤이 떠돌고 있는지
모스부호처럼 은밀히 깜박이는 신비한 추상어
그 곁에서 밤새 하모니카를 부는
겨울바다
적설을 쓰다듬는 나의 하룻밤이
끝내는 울부짖는 고래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불면의 몸을 뒤집을 때
모엘은 절벽사원처럼
바다의 성긴 눈발을
빈 가슴에 고스란히 받아들이리
모엘! 모엘!
무슨 성가처럼 따스한 기억을 채우리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
Mo' Better Blues · Branford Marsalis Quartet · Terence Blanch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