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붙박이 2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장성호는 묘한 선수다. ‘방망이는 불’이지만 ‘작전수행 능력은 꽝’인 두 얼굴의 사나이다. 지명타자인 그는 두 게임을 치른 3일 현재 8타수 4안타에 볼넷 2개를 골라 출루율과 타율에서 팀내 수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막상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주루 플레이나 번트 작전 등에서는 그야말로 ‘바닥’ 실력을 보이고 있다.
2일 중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8회 초 한국 공격 상황. 볼넷을 골라 1루에 나간 장성호는 다음 타자 이승엽의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아웃 때 뒤도 안 돌아보고 2루까지 갔다가 늦게 돌아와 병살플레이를 당했다. 타구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의욕만 앞섰다가 아웃된 것.
3일 대만전. 벤치는 3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의 장성호에게 번트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기본적인 희생번트를 대지 못했다. 당연히 번트를 댈 것으로 보고 뛰었던 2루주자 김종국이 하마터면 아웃될 뻔 했으나 대만 포수의 악송구 덕에 2·3루의 행운으로 탈바꿈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장성호는 결국 우전안타를 치며 실수를 만회하긴 했지만 작전수행 능력 부족이 엿보인 대목이었다.
장성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예선 6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좌익수로 나서 1사 3루의 일본 공격 때 ‘아무 생각없이’ 파울 플라이를 잡아내 희생타로 만들어준 경력(?)도 있다
스윙 훈련용 링을 배트에 끼고 타석에 들어서는 등 해외토픽에서나 나올 만한 해프닝도 저질렀다.
그는 국제대회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자질구레한 실수를 잘 하기로 소문난 선수. 누상에 나가면 물가에 둔 아이 같다. 번트는 이미 소속팀 기아에서도 포기했다. 수비 중계 플레이 때 판단 착오도 많다. 당연히 집중력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팀내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며 올 프로야구 타율 1위의 자존심을 보여준 그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과연 앞으로 불명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