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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90회) 하인의처 4
“내가 말이야 비단 한 필을 줄 테니까 그걸 선물로 갖다 주고, 혜련이한테 반해서 내가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형편이라고 말을 하라구.
알겠지?”
“예”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면 비단 한 필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금은보화를 달라면 금은보화를 줄 것이며, 내왕과 이혼을 하고 내 아내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도 해주겠다고 말하라 그거야.”
“어머, 그래요?”
아내로 삼을 의사까지 있다는 말에 옥소는 다시 놀란 눈길로 서문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일을 잘 성사시키면 옥소에게도 큰 사례를 할 테니까.
혜련이에게와 마찬가지로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금은보화를 달라면 금은보화를 주고...”
그러나 아내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도 해주겠다는 말은 하질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서문경이 제 마음대로 여자를 들여앉힌다고는 하지만, 집안의 하녀를 곧바로 아내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밖에서 그런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상관없지만, 하녀였던 여자를 아내로 삼으면 위계질서가 얄궂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체통도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옥소의 마음바탕이나 사람 됨됨이가 잠시 겪어보아도 하녀로서 아까울 정도지만, 그러나 서문경은 아내로 삼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질 않는다.
그저 종종 귀여워해주고,
선물이나 후하게 줘야겠다는 생각에 그친다.
어쨌든 솔깃해진 옥소는 서문경이 시키는 대로
그날 밤 비단 한 필을 받아 보자기에 싸가지고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언니 송혜련을 찾아갔다.
남편을 동경으로 보낸 뒤로 독수공방을 하고 있는
송혜련은 불을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불이 꺼진 집의 출입문을 옥소는 가만가만 흔들며,
“언니, 언니, 벌써 자? 나야, 나, 옥소...”
하고 조심스레 소리를 질렀다.
아직 잠이 들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곧 방에 불이 켜지고, 뒤이어 출입문이 열렸다.
“어서 들어와. 웬 일이지? 밤에...”
“언니한테 뭐 좀 얘기할 게 있어서...”
옥소의 한쪽 손에 들린 보자기를 힐끗 보며
송혜련은 방으로 들어간다.
옥소가 뒤따른다.
탁자에 마주 앉자,
옥소는 들고 온 보자기를 말없이 언니 앞으로 밀어 놓는다.
“이게 뭔데?”
“풀어봐. 뭔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송혜련은 그 보자기를 끄른다.
안에서 한 필의 비단이 나오자, “어머나, 비단 아냐?”
약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불빛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흐르는 진홍색(眞紅色)의 비단을 송혜련은 눈부신 듯이 내려다보다가 한손으로 살살 어루만지며,
“이게 도대체 웬 거지?” 하고 묻는다.
“언니한테 보내는 선물이래”
옥소는 재미있다는 듯이 약간 장난기 어린 그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누가?”
“알아맞혀 보라구. 누가 보낸 선물인지...”
“글쎄... 나한테 이런 값진 선물을 보낼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누굴까?”
“언니, 놀래지 말라구. 누가 보낸 선물인가 하면 말이야...”
좀 뜸을 들이듯이 옥소는 일부러 생글생글 웃기만 하다가 불쑥 내뱉는다.
“주인어른이 보낸 거지 뭐야”
“뭐? 주인어른?”
“응”
“주인어른이라니, 서문경 말이야?”
“서문경 말고, 주인어른이 또 있어?”
“어머나, 어머나...”
“놀랬지?”
“도대체 무슨 일이지?
무슨 일로 서문경이가 나한테 이런 선물을 다 보내지?”
너무나 뜻밖의 일에 송혜련은 벌어진 입이 잘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왜 보냈는지 언니, 정말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내 남편을 멀리 동경까지 심부름을 보내서
날 위로하느라고 보낸 걸까?”
“핫핫하 핫핫하...”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옥소는 입을 있는 대로 다 벌리며 웃어댄다. 그 호들갑스러운 웃음에 송혜련은 왠지 그만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진다.
웃음을 거두고서 옥소가 일러준다.
“언니, 뻔 한 일이잖아. 남자가 여자한테 이런 값진 선물을 보낼 때는 다 꿍꿍이속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럼 서문경이가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거야, 뭐야?”
“글쎄 그렇다니까. 언니한테 반했다는거야”
“뭐? 반했다고?”
“응, 자기 입으로 직접 그러더라니까”
“핫핫하...”
이번에는 송혜련이 웃음을 터뜨린다.
반했다는 말이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허풍으로 들려 우스우면서도 결코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그런 웃음이다.
“입에 발린 소리는 아닌 게 확실하다구”
“확실한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아니?”
“언니를 처음 보고서 말이야,
나한테 저게 누구냐고 꼬치꼬치 캐묻더라니까.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그게 언젠데?”
“이병아 마님의 생일잔치 때였어.
그 때 주인어른이 언니를 처음 봤던가봐”
“그래?”
송혜련의 표정이 눈에 띄게 진지해진다.
“오늘 오후에 말이야,
주인어른이 직접 나를 찾아와서 글쎄 언니한테 자기 마음을 전해 달라는 거지 뭐야. 반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는 말을 하라는 거야”
다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송혜련은 애써 참는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반했다는 말은 다분히 과장이겠지만, 어쨌든 서문경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아 웃을 수가 없다.
옥소는 언니의 마음이 움직이는 듯해서 조금은 심정이 착잡하기는 했으나, 자기가 맡은 일은 다 해야겠다 싶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그리고 말이야 언니, 주인어른이 뭐라고 그러느냐 하면, 자기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언니가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금은보화를 달라면 금은보화를 준다는 거야”
“그런 말까지 해?”
“응, 그런 말뿐 아니라,
또 뭐라 그러는지 알아? 들으면 정말 놀랠 거야”
“뭐라 그랬는데?”
“뭐라 그러는가 하면 저...”
옥소는 좀 말을 꺼내기가 난처한 듯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쏟아 놓는다.
“언니가 말이지 형부하고 이혼을 하면
자기의 아내로 삼겠다는 거지 뭐야”
“뭐라구?”
송혜련은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언니의 그 놀람이 어떤 성질의 것인가 싶어 옥소는 가만히 표정을 지켜본다. 어디서 그런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느냐는 그런 놀람인지, 아니면 어머나, 그게 정말이야, 하는 투의 놀람인지, 얼른 분간이 되지가 않는다.
너무나 뜻밖의 말에 아마도 가타부타 생각 없이 그저 당황하는 기색인 것 같다. 어쨌든 옥소는 언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
그래서 약간 서문경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그런 어조로 말한다.
“첨부터 내가 언니는 남편이 있는 몸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구. 그랬더니 글쎄 내왕이는 지금 동경에 가고 없지 않으냐, 빨리 돌아와도 석 달은 걸린다면서 기회가 좋으니 걱정 말고 언니한테 자기 마음을 전해 달라는 거야.
남편이 없는 여자 같으면 뭣 때문에 너한테 부탁하겠느냐, 직접 내가 나서면 되는 거지, 이러잖아. 난 속으로 정말 못마땅하더라구.
돈만 있으면 남의 아내고 뭐고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자기 욕심을 채워도 되는 건가. 그 심보가 얄밉기 짝이 없지 뭐야.
그러나 도리가 없잖아.
주인 말이니 시키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언니한테 할 짓이 아니고, 형부한테는 큰 죄를 짓는 일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이 비단을 받아가지고 심부름을 왔지 뭐야.
언니,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해 줘.
남의 집 종으로 팔려온 게 죄라구”
가만히 듣고 있던 송혜련은 히죽 웃어 버린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하나도 미안할 것 없다구. 주인이 시켜서 한 건데 뭐...”
“언니, 이해해 줘서 고마워”
“고마운 건 오히려 나라구”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뜻밖의 말에 옥소는 약간 놀라듯 언니를 빤히 바라본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지 뭐야.
그리고 이런 값진 선물을 가져다주기도 했으니 말이야”
“어머나, 언니...”
옥소는 약간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고 만다.
언니가 그렇게 생각할 줄이야... 정말 의외였던 것이다.
“왜? 내가 좀 이상하니? 하기야 네 말이 다 옳다구.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나 너는 아직 세상을 몰라.
순진하다 그거야”
옥소는 할 말이 없어 멀뚱히 언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살다가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느냐 말이야. 굴러들어온 복이지.
제 발로 찾아온 행운을 마다할 수 있어? 안그래?”
“..........”
“너네 형부한테는 좀 안됐지만, 도리가 없는 일이지.
처녀 총각이 만나 부부가 된 것도 아니잖아.
난 어차피 그의 재취라구.
그는 나의 두 번째 서방이고... 정이 깊이 든 것도 아니라구.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헤어질 수 있는 사이라 그거야”
옥소가 입을 꼭 다문 채 말이 없자,
송혜련은 자기가 너무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았는가 싶어 약간 어조를 낮추어 자기 변명조로 말을 잇는다.
“그렇다고 말이야 내가 반드시 남편과 헤어져 서문경이한테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구.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지.
그리고 서문경이가 입으로는 그렇게 지껄이지만,
그 속은 뻔 한 거라구.
남자의 말을, 더구나 서문경이 같은 난봉쟁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다니, 말도 되지가 않는다구.
너같이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나이 같으면 모르지만, 난 이미 알 것은 다 안다 그거야.
서문경이가 일곱 번째 아내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은 낚싯밥이라구. 알겠어? 나를 낚으려고 던지는 미끼지.
우선 낚아 올려 보자 그거라구.
나같이 새것도 아닌, 이미 두 번째 남자에게 시집 와 있는 여자를 뭣이 좋다고 아내로 삼겠어. 더구나 천한 자기 집 하인의 여편넨데... 안그래?”
그 말에는 이의가 있는 듯 불쑥 옥소는 다시 입을 연다.
“언니도 참... 사랑에 귀천이 어디가 있어.
사람은 다 마찬가진데... 그리고 말이야 주인어른이 아무리 난봉쟁이라 해도 반드시 언니를 데리고 놀다가 차버린다는 법도 없다구. 사랑을 해보고 정말 마음에 들면 아내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거야”
송혜련은 표정이 활짝 밝아진다.
그리고
자기의 말을 못마땅한 듯이 듣고만 있던 옥소가 뜻밖에 동조를 하고 나섰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 옥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언니를 설득하려는 듯이 지껄여댄다.
어떻게든지 잘 얘기해서 일을 성사시키라는 서문경의 말이 무의식중에 작용을 한 모양이다.
“주인어른의 여섯 부인들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잖아.
첫 번째 부인만 제대로 처녀를 맞아들였을 뿐, 그 밖의 부인들은 언니 말마따나 다 새것이 아니었다 그거야.
얘기를 들으니까 그 중에는 기방에서 술과 몸을 팔던 여자도 둘이나 있지 뭐야.
아무리 하인의 아내라고는 하지만,
술과 몸을 판 여자보다는 언니가 월등히 깨끗하고 낫다구.
그리고 말이야 다섯 번째 마님인 반금련은 무대라는 보잘 것 없는 난쟁이 행상의 아내였고,
여섯 번째인 이병아 마님은 더구나 친구의 아내였다잖아.
말을 들으니까 그 마님은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장죽산 의생까지 세 남자를 거쳤다지 뭐야.
그런데도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첫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을 했을 뿐인 언니가 어째서 안된다는 거야? 기왕에 나설 바엔 그런 약한 생각 말고, 팔자를 한번 고쳐 보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하라구. 나 같으면 까짓것 물고 늘어져서 기어이 일곱 번째 부인이 되고야 말겠어”
“하하하...”
옥소의 말에 송혜련은 속이 시원해진 듯 기분 좋게 웃는다.
그리고 역시 인생을 아는 언니답게 말한다.
“네 말이 맞다구. 한번 부딪쳐 보겠어. 밑져야 본전이니까.
강물에 배 지나간 자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맞어. 히히히...”
“일이 잘되면 서문경이의 첩이 되어 호강을 해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돈이나 몽땅 뜯어내는 거지 뭐.
어쨌든 굴러들어온 복이니까 차버려서는 안되지”
“언니, 그럼 어떻게 할까?
내일 아침에 주인어른한테 보고를 해야 되거든.
언니도 좋다더라고 얘기하고, 당장 만나자 그럴까?”
ㅈ
옥소의 두 눈빛이 유난히 반질거린다.
일을 잘 성사시키면 자기에게도 큰 사례를 하겠다고 했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송혜련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다.
“아니야, 그러면 안 돼.
너무 쉽게 승낙을 하면 만만하게 본다 그거야.
애가 바짝 닳도록 좀 질질 끈 다음에...
그래야 이쪽 요구대로 될 수가 있다구”
“맞어. 역시 언니가 나보다 생각하는게 한 수 위야.
그럼 내일 아침에 뭐라고 말을 할까?”
“처음에는 고개를 내흔들더니, 돈과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남편과 이혼을 하면 아내로 삼기까지 하겠다는 말을 하니까,
그제야 좀 솔깃한 듯 며칠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라 그러라구”
“알았어. 히히히...”
* 계속 91회~~
첫댓글 정실인 오월랑을 빼고는
그나물에 그 밥일쎄
하기사 서문경이가 천하 잡넘에
난봉꾼이니 말해 뭐하리
추천은 꾸욱~
갈수록 가관입니다
그나물에 그밥이네ㅡㅡㅎ
그래도 꾹ㅡㅡㅡ
며칠 해외 출장이라도 다녀
오셨나요? ㅎㅎ
@골드훅 방콕 했습니다 ㅡㅎ
처와 첩이 대판 싸웠다. 본처가 영감에게 첩의 비행을 고하자 죽여버리겠다고 첩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 나죽네! 나죽네 "! 하는 첩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본처가 고소하다싶어 문구멍으로 엿보니 때리긴 커녕 둘이서 발가벗고 한참 얽혀있었다.
본처가 문을 활짝 열어제끼며 소리쳤다.
" 야! 이놈아! 그렇게 죽일라면 차라리 날 죽여라. "
형님글에 그져 감복할 뿐입니다
여자들도 다 마찬가지네요..
추천 눌렀습니다
그러게요 다 똑같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차라리 날 죽여라 ㅎ
추천꾸욱~
왜 큰누님을 죽입니까 ㅎㅎ
반갑습니다
이렇게 뿌리고(?)다니면
서문경 2세가 한 트럭은 태어나야하는데ㅡ
어째 2세 소식은 통 없는지 ? ? ?
👻👻👻
저도그게 젤 궁금했는데
과연 한번에 우르르 쏟아질까요?
여자 꼬시는데
비단과 다이아가 최고였지요
지금도 유효하고
그런여자는 더큰 보석 시주는
남자보면 또 떠나가겠지요
콕 추천합니다
잘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