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의 아름다움
절집에서는 발우 공양을 한다.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는다. 음식물 하나 남기지 않는다.
발우에 붙은 양념 찌꺼기까지 물로 씻어 먹는다. 음식 쓰레기로 염려할 일이 없다. 참 좋은 식습관이다.
우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1년에 4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1년 동안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비용은 약 1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음식물을 남기지 않았을 때 1년에 무려 15조 4천억 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어디 그러한 사회적 비용뿐이겠는가. 그보다 더 많은 의미가 빈 그릇에서는 담겨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 과정에서 땅과 물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우리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을 음식물 쓰레기가 망가뜨리는 것이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은 결코 우리 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후손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남용할 권리는 없다. 우리는 다만 아름답게 머물다 떠나야 할 뿐이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 과식은 탐욕의 가장 단계다. 먹을 만큼만 먹는 습관은 욕심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번째 수행이 되는 셈이다. 식탐에서 벗어나 보라. 그러면 모든 욕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먹을 만큼만 담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소욕자족의 삶을 사는 첫걸음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날마다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 3만 명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지구의 한쪽에서는 먹을 음식이 없어 죽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물이 남아돌아 그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모순된 삶의 모습들인가. 우리가 남기는 음식을 그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 우리의 풍요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삶이 겸손해져야만 한다. 나의 삶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삶의 참 모습에 눈을 떠야만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의 도움으로 내 삶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눈 뜰 때 우리는 차마 나의 포만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절집의 발우 공양은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 속에는 환경도 생명도 존재의 겸손까지도 담겨 있다. 이제 이 발우 공양의 정신은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되어야만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에서부터 우리 삶을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낭비와 포만에서 절제와 나눔의 삶으로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져야만 한다. 그것이 모두 함께 사는 생명이 길인 동시에 내가 살 수 있는 건강의 길이기도 하다.
죽비가 울 때마다 우리는 게송을 왼다. 우리가 과연 이 공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밥 한 그릇 의미가 그렇게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의 의미는 하늘만큼 크다. 맑게 비워진 빈 그릇에 빛나는 행복이 가득 담긴다.
출처 : 성전 스님 / 관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