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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집에 가자
이제 곧 폭설이 올 텐데
많은 것들이 쏟아지고
더 많은 것들이 묻힐 텐데
희끗희끗 철근이 드러나는 나무들과 층층이 휘어지는 나뭇가지들
잠들 수 없는 창문들이 와르르 쏟아지듯
가을이 무너졌는데
집에는 불볕처럼 끓고 있는 미역국이 있고
냉장고에는 화내서 미안하다는 쪽지가 있고
옷걸이에는 세탁소에서 막 돌아온 슈트 한 벌
귀가를 서두르는 종종걸음으로
거리의 눈은 우리의 눈을 지우고
어떤 날은 날씨 이야기만으로 하얗게 지새우겠지
몇 페이지의 밤이 찢어지고
끼워 맞출 수 없는 기억들
거리에 두고 온 건 우리였을까
내일의 약속을 취소하고
슬픔을 꾹꾹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
우리는 영원히 숨기고 싶은
비밀번호를 가졌구나
시작노트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이다. 창밖에는 폐가를 지키는 나무들이 있다. 나무들은 이따금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얼마나 오래 거기 서 있었는지 가늠할 수 없다. 움킬 수 없는 것들이 흐르고 있다. 주울 수 없는 잎들이 쌓이고 있다. 야위고 있고 속되고 있다. 동네 입구에 있는 병원의 이름은 '새봄'이다. 새봄에 가려면 아파야 한다. 밤이 우리를 평등하게 하듯이. 뻗었던 두 팔을 바닥에 눕힌다. 무섭고 부끄러워 거꾸로 입력했던 악몽들이 깔려 있다. 잠 속 깊이 손을 넣어 뼈를 만지는 시간.
이민하 시인
2000 현대시 등단
시집『우울과 경청 』2025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