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15 광복절 서울 날씨 흐림 청주 상공 흰 구름 부산 날씨 흐림
지금 이 항공기는 청주 상공을 안전하게 운항중입니다.
기장실로부터의 방송이 들려왔다.
청주의 흰 구름 아래 게바라의 모습을 보며
난 성내에서 예배를 친구목사와 보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게바라가 있고 그의 딸이 있고 누군가 기도하는 이의 음성도 청주 상공의 구름위로 떠올라 내게 전해졌다.난 눈을 감았다.그리고 난 청주상공의 흰 구름 위에 비치는 저녁 석양이 가까울 무렵의 그 아련한 빛들을 보며
마냥 꽃구름 속에서 헤메었다.
[주막의 꿈]
동해 바다 어느 바다가 잘 보이는 포구에 허르스럼한 주막 하나 차리면 좋을 거 같다.게바라.
진짜 하나 차려봐.난 물고기 잡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니까 하루 종일 물고기를 잡으련다.문학이 어디 별개이던가.자연과 하나 되는 삶 그 자체가 문학인데.난 자연이 되고 싶다.게바라는 주막에서 시를 써고 술도 좀 팔고 주막을 찾는 사람들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고 아뭇튼
아주 좋은 마담 노릇을 해야 될건데.아니 주막이니 주막할매라고 해야 지.옛날 주막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술장사를 하였으니.게바락 시 잘쓰면,난 앞바다에서 맛있는 물고기 잡으련다.내 낚시하는 솜씨는 천하가 알아주는 신기이니,강태공이 부럽지 않아.
카푸스님 오면 물고기 잡아 드리고,또 금은화,다리우스님 주막 오시면 물고기 잡아드리고,오랑캐꽃 오시면 상어 하나 낚시하여 파도를 보며 잔치를 하리이다.
문학이 어디 별개이던가....자연과 하나 되는 게 문학인데.난 걸인이 되기로 했다.내 자신을 걸인처럼 비워내기로 했다.
그리고 아래 글을 시처럼 하나 쓴다.
[나 동해 바다 물고기 되련다]
나 동해 바다 물고기 되련다
내 사랑하는 이들 허기질 때
어부 낚시에 싱싱하게 잡혀 올려
사랑하는 이의 맛있는 상추 이파리
푸르디 고운
쌈에
물고기 안주라도 되어
사랑하는 이들 기쁘게라도 하여주어도 좋으련만
나 동해 바다 물고기 되련다
한계령 넘어 미시령 넘어
흰 눈이 동해로 나릴
겨울
차가운 동해바다 물고기
싱싱한 횟거리가 되어
내 사랑하는 이
다시
어여쁘디 부끄러운 그 미소
한번이라도 봤으면
[백석을 만난 기쁨]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詩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내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백석의 작품을 읽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백석은 한국이 낳은 가장 자랑스러운 세계 최고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번역가이다라는 백석연구가 송준의 평을 읽고 밑줄을 초록색으로 그었고,그는 한국최고의 민족시인이라는 평의 글들을 읽는다.난 그가 자연을 아주 사랑했던 사랑이 아주 많았던 자연주의자였음을 읽어간다.
위에 시가 너무 좋아 백석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역시 한국최고의 민족시인이며,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인이 있었음을 난 오늘에야 비로소 알아간다.
백석의 말이 너무 좋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시인이라 한다.
이런 시를 읽으면 누가 술한잔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으랴.나는 감히 내가 최고 좋아하는 시인의 반열에 백석을 올려놓기로 한다.백석을 오늘에서야 만난 것은 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다.그의 대부분의 시들은 자연에 대한 간절한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을 알아간다.
나는 자연주의자가 되고 내 자신 우선 걸인이 될 것이다.
첫댓글 교보문고에사 <자산어보><현산어보>를 사려 했는데....난 아마 물고기가 되어야 할 거 같다.난 상어가 되련다.
백석을 읽었거든 자야(애인)에 대해서도 연구해라. 금홍이와 같은 계열이다. 시인은 연약하기에 늘 한쪽에 지향점을 두는 버릇이 있다. 그것이 도달하지 못할 이상향이거나 모성이거나 시인에게 늘 자양분이 되는 뿌리가 있다. 뿌리 이야길 하다보니 김용준의 <근원수필>도 떠오른다. 역시 백석과 같은 어깨다.
백석을 오늘부터 읽고 있는 중..자야 ..금홍이.....이 같은 계열..이라.자야를 사랑하겠네.금홍이도.난 옛날 자야를 사랑한 적이 있는데...
백석의 나와 나타샤 흰 당나귀 읽으니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구나......오늘 꿈에는 자야도 만나고 금홍이도 만나고 미스리도 만나야 겠다.....김용준의 <근원수필> 읽어보지.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거의 미쳐버릴 만한 대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