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고 싶던 싱싱한 자유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목 터지게 부르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뉴욕 빌리지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녔지
자유가 이렇게 쉬운 거야?
그냥 제멋대로
카페 블루노트에, 빌리지 뱅가드에
재즈 속에 기타줄 속에
슬픔처럼 기쁨처럼 흐르는 거야?
내 고향 조악한 선거 벽보에 붙어 있던 자유
음흉한 정치꾼들이 약속했지만
바람 불지 않아도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진 자유가
감옥으로 끌려간 친구의 뜨거운 심장도 아닌
매운 최루탄도 아닌
아방가르드, 보헤미안, 히피들 속에
여기 이렇게 공기여도 되는 거야
햇살이어도 되는 거야
청와대보고 여의도보고 내놓으라고 목숨 걸던 자유가
비둘기여야 한다고, 피 냄새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던 자유가
어쩌다 흘러 들어간 낯선 도시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녀도 되는 거야?
그것을 쇼윈도에 걸린 명품처럼
아프게 쳐다보며 속으로 울어도 되는 것이야?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미디를 보다가 와락 운적이 있다
늙은 코미디언이 맨 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미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 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 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미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