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허파 역할을 하는 보물같은 산 서울 중심에 있는 남산이 서울의 허파라면 대전에는 보문산이 있다. 도심에 있는 나지막한 산으로 도심 어느 곳에서도 오를 수 있다. 산길이 험하지 않아 노약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주변에 있는 만인산(537m), 식장산(598m), 계족산(423.6m) 등과 연결하여 종주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산자락에는 불광사와 고촉사를 품고 있으며, 망향탑과 뿌리공원도 있다. 약 300m 길이의 보문산성에서는 삼국시대의 치열한 전투가 연상된다. 산의 서쪽에 있는 뿌리공원에서는 나의 근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나의 조상은 누구였는지 더듬어볼 수 있다. 또,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는 오월드 등의 유원지와 야외음악당도 있어 대전 시민들이 휴식처가 되고 있다. 보문산은 대전 지하철 1호선 서대전네거리역에서 가깝고, 국철 서대전역에서도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다.
↑ 장대루에서 내려다본 대전시내.가까이로 충무체육관이 보이고, 멀리 건 물 두 개 있는 것은 한국철도시설공단 건물이다.
↑ 보문산성을 걷다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장대루를 가리키고 있다.
서대전네거리역~대신초교~망향탑~고촉사~시루봉~보문산성~전망대~대사동입구~테미고개~서대전네거리역… 3시간여 산행
서대전네거리역 8번 출구를 나와 곧장 가면 오른쪽 차도 건너편에 충남대병원 소아병동이 있다.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대신초등학교가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길은 대신초교의 정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철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다. 대신초교 정문에 오른쪽으로 난 골목길로 5분 정도 올라가면 길이 좌우로 나 있는 능선에 도착한다. 좌측은 대사동 입구, 우측은 망향탑 방면이다. 숲 사이로 산줄기가 보인다. 산세는 대체로 완만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찾는 주민들이 많다. 우측 능선으로 10여 분 가면 개석(蓋石)까지 있는 육씨(陸氏) 봉분이 보인다. 경사진 길에는 계단이 있으며,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있다.
하얀 수국이 바뀌는 계절을 아쉬워한다. 숲이 뿜어내는 산소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가을 초입이다. 학교 정문에서 망향탑까지는 20여 분이 소요된다. 망향탑은 실향민들을 위해 1990년에 건립된 것으로 분단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망향탑부터는 포장길이다. 이곳에서 약 10분 정도 가면 고촉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넓은 길 좌우에 있는 수목이 우거져 터널을 이룬다. 가을에는 단풍이 멋진 곳이다.
고촉사는 석굴의 나한전과 대적광전(大寂光殿)이 볼거리다. 삼층석탑 주위의 활짝 핀 꽃들도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절 구경하며 쉴 수 있는 곳이다. 대적광전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의 왼편은 보문산성 방면이고 오른편은 보문산의 정상인 시루봉(457.6m)으로 가는 길이다. 정상에 있는 보문정에서는 대전 시내가 멀리 보인다. 정자 근처에는 등산안내도가 있어 대전을 에워싸고 있는 산줄기를 짚어볼 수 있다.
서울에 '불수도북'이 있다면 대전에는 '보만식계'가 있다.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의 4개산 능선을 연결해서 종주하는 것이다. 총 60km에 달하는 능선을 무박 2일로 걷는다. 20시간 안팎이 소요되는 불수도북 종주(약‧40km)보다 길다. 보문산 정상에서는 계룡산과 주변 산들이 이어진 산세를 볼 수도 있다. 보문산성이 1.2km 떨어져있으며, 장대루(將臺樓)도 가깝게 보인다. 고촉사 뒷부분으로 다시 내려가서 보문산성으로 가는 길은 등산객들이 비교적 많다. 많이들 다니는지 나무뿌리가 드러난 곳도 많다. 야외음악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쭉쭉 뻗은 소나무가 보는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갈림길에서 앞으로 곧장 가면 보문산성이다. 1991년에 복원된 약 300m의 산성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7~8부 능선에 거의 수평으로 쌓는 테뫼식 석축이며, 대전시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어있다. 백제시대 말기에 신라와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300년 전의 함성소리가 성벽을 타고 들린다.
↑ 보문산의 특징은 바로 보문산성. 그리 길지 않은 약 300m의 백제시대 산성이다.
장대루에서는 대전역의 코레일 건물과 그 뒤에 있는 식장산의 운무가 가깝게 조망되고 북쪽의 계족산도 가물가물 보인다. 충무체육관의 타원형 모습도 뚜렷하다. 뒤돌아 시루봉을 보면 주변 능선이 거의 평지처럼 일자로 이어져있다. 대사동은 능선으로 가도 되고 조금 되돌아가 보문천약수터를 경유해 가도 된다. 전망대쪽의 능선은 가끔 바윗길도 나오지만 그리 험한 편은 아니다. 우측의 복전암이나 부사동 약수터로 빠지는 길에는 이정표가 잘 세워져있어 길 잃을 일은 없다. 등산로에는 조금만 험해도 안전 줄을 설치해놓았고 나무 계단도 있다. 완만한 능선을 천천히 걷다보면 우측에 있는 식장산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반달 모양의 보문산 전망대가 지척이다. 전망대가 너무 낮은 곳에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옛날에는 케이블카도 운행되었다고 한다. 아래쪽으로 가면 큰 비석이 있는 봉분이 있다. 궁내부(宮內府) 주사를 지낸 사람의 묘라고 한다. 궁내부는 조선 말기인 1894년 제1차 갑오개혁 때 신설되어 왕실 업무를 총괄했던 관청이다. 이곳에서 내려오면 왼쪽의 야외음악당과 오른쪽의 부사동으로 빠지는 사거리에 닿는다. 좌측의 야외음악당으로 내려가면 근처에 전적비가 있고 송학사와 불광사로도 갈 수 있다. 큰 나무가 있는 길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데 간간이 자동차도 지나간다.
↑ 불광사 근처에 있는 큰 나무들은 사철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송학사로 가는 길에 심어져있는 몇 십 미터 높이의 나무는 원근감 있는 그림을 만들어준다. 멋진 나무 구경을 하며 큰길로만 가면 좌측에 있는 불광사에 닿는다. 불광사는 조선시대 이전에 창건됐다. 6.25전쟁 후 전몰군경 위패를 모시고 봄가을에 춘추제례를 지내던 호국도량이라고 한다. 아기자기한 경내에서 정성이 많이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불광사는 수십 개의 석불상이 볼거리다. 거의 사람 크기 정도의 석불 수 십 개가 갖가지 표정과 자세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산을 내려오는 길 따라 철학관들이 즐비한데 계룡산을 정비할 때 나온 후 보문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큰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테미고개라는 낮은 언덕이 나온다. 길 따라 가면 사거리에서 오른쪽의 서대전네거리역까지 5분도 안 걸린다. 서울 등 타지에서 온 등산객들은 근처에 있는 국철 서대전역을 이용해도 좋다.
↑ 불광사 경내에 있는 수 십 개의 석불상은 각각의 크기와 표정이 다르다.
산행정보
보만식계
대전의 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의 4개산 능선을 연결한 종주산행 코스를 이른다. 산줄기 중간에 떡갈봉, 정기봉, 망덕봉 등의 봉과 도래말고개, 절고개, 닭재 등 숱한 고개가 있다. 총 60km에 달하는 능선을 무박 2일로 걷는다.
보문산성
성의 둘레가 300m 정도로 규모가 작은 산성이다. 테를 두르듯이 돌로 쌓아 만든 테뫼식 석축 산성이다. 백제시대 말기에 신라와 전투를 하던 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흙을 깎아 내고 바깥쪽에만 돌을 쌓아 만들었다. 남문터와 서문터가 있으며 성내의 북쪽 끝 높은 곳에 장대루가 있다. 백제와 고려시대의 토기와 기와조각 및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민무늬토기가 성안에서 발견되었으며 대전시 기념물 제10호다.
대전 오월드
오월드는 동물원과 꽃동산 놀이체험이 어우러진 유원지다. 보문산 자락의 안영2터널 근처에 있으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축제와 공연을 한다. 조이랜드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도 있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문의 042-450-4820
다정식당
26년 된 이곳은 단골손님이 많으며, 시골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비지장을 사용해서 만든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다. 식당에서 추천하는 보리밥 순두부에 파전 하나, 막걸리 한 통이면 산행 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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