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면 지난 날을 생각한다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애 3:19~20)
23년을 지하철 전도를 해 오면서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지하철 전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2호선 전 역사를 거치는 전도를 끝내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5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3시간도 넘게 불편한 다리로 걸어 다녀서 발목이 끊어질 듯 아팠다
그런 상태에서 5호선을 타려고 가는데 환승 구간이 얼마나 길던지...
게다가 가파른 내리막이라 발목이 안 움직이는 내게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얼마나 발목이 아프던지 창피한 것도 모르고
바닥에 주저앉아 한순간에 이런 처지가 된 것을 한탄하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병원비로 돌려막은 카드 빚으로
독촉에 시달리기에 부득불 전도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하루에 쓸 수 돈이라고는
허기를 달랠 겸 자판기에서 나오는 얼음 음료숫값 400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맥도날드에서 행사 상품으로 나온 500원짜리 햄버거를 큰마음 먹고 샀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가방에 넣고 전도하다가
4호선에 인덕원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승강장 의자에 앉아 햄버거를 꺼냈다
아무리 500원짜리 햄버거라도 간만에 먹어보는 햄버거는 꿀맛이었다
그런데 급하게 먹다 보니 목이 무척 말랐다
하지만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으로 햄버거를 샀기에 물 사 먹을 돈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화장실로 가서 수돗물을 마셨다
약품 냄새가 나는 수돗물을 삼키며
한순간에 이런 처지가 된 것을 한탄하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지내온 날들을 생각하니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애 3:21~22)
현재 겪는 어려움이나 고난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힘들어도
종일 서서 일해도 끄떡없는 건강한 다리를 얻었지..
마음만 먹으면 뭐라도 사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
무엇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부러운 것 없는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 아니겠는가!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오늘도 빈 냉장고를 채워주시는 만나의 역사에
... 2024년 10월 30일 일기 참조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애 3:23~24)
주님을 내 아버지로 모신 이상
그 어떤 어려움과 난관도 능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므로
"사람은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으니
혼자 앉아서 잠잠할 것은 주께서 그것을 그에게 메우셨음이라"(애 3:27~28)
지금 멍에로 느껴지는 어려움들은
그를 통해 주님께서 메워주시는 역사를
보게 되는 은혜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비록 근심하게 하시나 그의 풍부한 인자하심에 따라 긍휼히 여기실 것임이라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애 3:32~33)
주님께서 내 삶을 계획하신 큰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