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민주주의는 함께 가야 합니다
나는 오랜 시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또한 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사람의 존엄성과 자유의 소중함을 배워왔습니다.
나에게 신앙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신앙은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며, 약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삶의 길입니다.
우리 시설은 천주교 부산교구 산하 법인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입소장애인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면, 우
리 역시 그 자유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특정 정치적 이념과 정파를 신앙과 동일시하며,
이를 강하게 주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판단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종교 지도자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신도들에게
편향된 정치적 관점을 강요하는 일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종교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으면
신앙이 부족한 사람처럼 몰아가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도록 가르친다면
그것은 건강한 신앙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셨습니다.
배제보다는 포용을, 증오보다는 사랑을,
심판보다는 용서를 가르치셨습니다.
참된 신앙은 상대를 미워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참된 신앙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권리까지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하고,
선거를 통해 선택하며,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가운데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신앙인이자 민주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분명합니다.
더 많이 사랑할 책임을 갖는 것입니다.
이성과 민주주의의 원칙 위에 서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올바른 시민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