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정부모님과 친정형제들이 모여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한계령자락에 있는 진소계곡은 우리 아이들 어릴 때부터 해마다 찾았던 계곡이다. 한울회 동무들하고 자주 어울렸는데 이번에는 5월에 시댁형제들하고 1박 나들이하면서 친정형제들은 여름을 기약했던 터이다. 회사휴가는 7/30일부터 시작됐는데 혜진이 과학교실(천안교육청, 천안시중학교대상)이 덜 끝나 31일 새벽에 떠나기로 한다. 낮에는 덥기도 하고 길도 막힐 것이므로...
덕분에 30일 이른 아침부터 마당 안 풀을 뽑기 시작했다. 아침밥 앉혀놓고 호미 들고 앉아 텃밭 풀을 부지런히 뽑는데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더 뜨겁기 전에 끝내려고 밥도 거르고 손을 바삐 움직이는데 아주머니가 오셔서 10시에 미숫가루한잔 타주시는 것 마시고 11시 넘도록 해서야 겨우 텃밭손질을 끝냈다. 안방 앞, 꽃밭까지 가다듬고 남편은 서재 앞과 농구장 둘레 풀 뽑는 일을 똑 같이 하였다. 개운하게 손질된 밭고랑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간단히 샤워하고 나니 온 몸이 후끈거리고 따갑다.
'야아, 농사를 우째 짓겠노?' 내 먹을 쌀 농사를 손수지어 먹고 싶다는 계획이 덜컥 겁난다. 12시쯤 나와 지홍이를 학교 앞에서 태우고 천안중학교교정으로 가서 과학교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혜진이를 태우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시원한 메밀국수나 한 그릇 먹었으면 싶었는데 중복이라고 <구 안성식당>에 가서 탕수육이랑 수육을 시켰는데 음식이 여엉 아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 정신 못 차리는 종업원들, 부실한 음식내용... 잘못 왔다는 생각을 여러 번하고 돌아섰다. 음식값이 아깝다.
아이들과 간단히 쇼핑을 하고 내일 떠날 휴가를 위해 식품류를 사고 텐트랑 가방을 챙기니 비로소 휴가 떠나는 기분이 난단다.
1.7/31일(금요일)새벽2시,
깨어나 간단히 세수하고 지난밤에 다 실어놓은 짐이 가득한 스타렉스로 길을 떠났다. 여주 지나 문막 휴게소에서 4남매와 부모님 모두 만났다. 부산 사는 큰 아우네만 못 오고 작은 아우가 부모님을 모시고, 명희네는 막내내외와 함께, 우리 네 식구 따로 그렇게 만났다. 컴컴한 휴게소에서 다들 반가이 만나 어린 예서를 데리고 김밥을 잔뜩 싸온 명희 덕분에 간단히 요기를 했다. 모두 맛나단다. 내가 먹어봐도 야무지고 맛나게 김밥을 잘 말았다.
아침7시 좀 넘어 진소계곡에 도착하니 들어온 사람들이 하 많아서 우리가 텐트 칠 자리가 없다. 야영장 여 주인장께 그리 여러 번 전화를 했건만...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주인아주머니가 옆에 나갈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선 자기네 텐트를 쳐놓은 델 쓰라고 한다. 올케가 끓여온 감자탕과 아침을 지어 맛나게 먹는다. 아이들 물놀이한 후에 먹을 고구마 쪄 놓고...
내일은 태풍이 불어 낚시를 못할지도 모른다고 오후3시쯤 낚시 배를 타도록 예약을 해 놓고 쉬었다. 맑은 계곡 물과 시원한 바람결, 나는 아이들과 물 속에 들어가 풍덩거리고 논다.
예서(생후2개월 된 조카딸)를 누군가가 봐야해서 내가 남으려 했더니 남편이 자꾸만 같이 가잔다. 할 수 없이 친정엄마가 잠든 손녀딸을 보기로 하고 모두 바다로 나갔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11명까지 가능, 지선이. 지은이를 유아라 해서 1명으로 쳐도 12명이다.
(아버지, 남편, 지홍, 혜진, 명희, 류서방, 막내, 막내 제부, 의수네 네 식구) 남편이 내리겠다는 걸 내가 내리기로 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낚시 배를 타고 구명조끼입고 출발, 혼자 남아서 무얼 하나? 가게에 가서 차량열쇠를 맡기고 택시를 불러 계곡으로 들어왔다. 예서가 울어서 엄마가 쩔쩔매면 어쩌나? 불안해서 그랬다. 서둘러 들어오니 울기는커녕, 유모차에 타고 할머니가 부채질을 해주니 새근새근 잘 자고 있다. 덕분에 텐트에 들어가 한시간 이상 푹 쉬었다. 낚시꾼들이 돌아왔는데 막내네 내외가 배 출발하자 말자 멀미한 이야기를 어찌나 적나라하게 들려주는지 예서 엄마는 아주 신이 났다. 오히려 김지선(초등2년)이가 까딱 않고 낚시를 곧잘 했다는 후문... 잡아온 가자미 세꼬시를 맛나게 먹었다.
첫날 저녁에는 삼겹살 소금구이를 하여 저녁을 먹다.
2 .8/1 일요일, 비가 왔다.
아침에는 자반 굽고 김치찌게 끓여서 다들 맛나게 먹는다. 이 곳 양양시장 자반은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아침은 비 온다고 남정네들이 밥을 했는데 찌게를 곧잘 끓였다 후후훗.
한울회 회원 손영옥도 우리 집처럼 친정형제들과 부모님이랑 다 함께 왔다. 옆에 텐트5개 칠 자리를 잡아주고 나는 감자와 양파를 까서 강판에 부지런히 간다. 또 가자미 튀김도 해 먹었다.낚시 배 주인 네가 주었다는 문어 두 마리도 튀김옷 입혀 튀겼더니 퍽 맛나다.(영옥씨네 텐트에 가자미와 문어튀김 조금, 감자전 넉넉히 보내었다.)
텐트 안에서 쉬면서 놀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물놀이하던 지홍이가 안경을 물 속에 빠트리고 못 찾는다해서 내가 수영복입고 셔츠 걸치고 수경 끼고 안경 떨어트린 정확한 지점을 물어서 들어갔는데 한번만에 안경을 바로 찾았다. 스스로 신기했다. 지홍이는 좋아라하고 현진네 외할아버지 내외분도 신기해 하셨다. 옷 적신 김에 물 속에서 혼자 한참을 놀았다. 감자전 부친다고 기름냄새에 절인 게 다 씻어나간다. 짬짬이 예서 보느라고 즐겁다. 이른 저녁에 야영장에서 파는 토종 삼계탕 닭죽과 닭도리 탕을 시켜 쉽고 맛나게 먹는다. 밤, 어른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고스톱 치기... 허리 아프고 힘들어서 9시쯤 슬며시 들어와 잤다.
3.8/2 월요일,
막내내외와 지홍이만 고속버스로 먼저 떠났다. 막내 네는 시어머니가 병중에 계시고, 지홍이는 내일부터 학교 운동을 가야해서다.
지선이와 지은이를 위해서 설악공원에 가서 케이블카를 탔다. 들머리부터 차가 많아 나 혼자 내려서 걷다가 택시로 먼저 들어갔다. 11시30분쯤 표를 샀는데 3시15분 탑승 표다.
뒤따라 올라온 식구들과 공원 입구에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씩을 먹고 신흥사 및 산책로를 걸었다. 시간 맞춰 케이블카 탑승, 예서를 껴안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권금성에 오를 때 권금 산장에서 예서랑 쉬었다. 줄무늬 토종 다람쥐가 바로 눈앞에서 재롱을 피우며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예서엄마는 아이 맡기고 마냥 혼자 인냥 즐겁다.
돌아오는 길에 낙산해수욕장에 들렀는데 파도로 수영은 금지라 물가에서 노는데 울 엄마가 가장 신나셨다. 속 옷 다 버리고 첨벙첨벙 물가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신다.
옷 젖은 사람들 태우고 먼저 들어가고 우리내외하고 명희랑 양양시장을 보러 갔다. 자반, 더덕, 감자떡, 노각 오이, 된장 끓일 두부, 쇠고기, 감자. 양파...
계곡으로 들어와 더덕양념장을 맛나게, 넉넉히 만든다. 밥은 끓고 자반은 굽히고 손을 부지런히 놀려 더덕 짓 쪄서 양념장에 잰다.(현진네 넉넉히 보내고)
자반구이와 더덕구이~~ 우, 맛나다. 모두 맛나다한다.
밤, 어쩌다보니 씻지를 못했는데 계곡 물에는 차서 들어가기가 싫고... 남편한테 떼를 써서
시내 24시 불가마로 가자고. 모두들 잠자리로 들어갔기에 둘이 가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왔는데 우와~달빛이 어찌 그리 밝은지...나무에 매어놓은 그물에 드러누워, 남편은 곁 의자에 앉아 밤 깊도록 이야기를 했다. 계곡 전체가 물거품 빛깔로 하이얗게 달빛이 내려앉고 소나무가지로 기울어 가는 둥근 달 움직임도 신기했다. 한기가 들도록 오래오래 그러고 있었다. 진소계곡 몇 년 걸음에 처음 맞는 분위기다, 그 달빛은.
4.8/3 화요일,
맛난 된장찌개와 참김 양념쌈, 노각 오이무침으로 아침을 맛나게 먹다. 아버지가 노각무침이 퍽 맛있다며 잘 드신다.
오늘은 또 엄마와 아버지가 먼저 가신다. 해마다 단골인 손두부, 순두부로 점심을 사 먹고 양양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예약한 차를 태워드리고 올케가 가장 하고 싶다는 급류 타기를 찾아갔다. 인제군 레제스 래프팅, 안민수 가이드. 청년이 밝고 유머감각이 빼어나다. 복장을 갖추고 안전교육을 받고... 이번에는 부득이 예서랑 예서엄마만 남고 8명이 탔다.
우리 세 식구, 의수네 네 식구, 그리고 둘째 제부. 안전모를 씌우고 구명조끼를 입혀놓으니 모두 볼만하다, 푸하하하핫.
인제 내린천 래프팅, 급류 타기는 환상이었다. 넓은 강가에 뛰어들어 잠시 쉴 때 비가 내리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물 표면이 활짝 피어나는 꽃밭 같다. 지선이와 지은이도 물을 겁 안내고 재미나게 논다. 우리 뒤 팀 배가 뒤집어져 급류에서 꽤 오래 떠내려오는 걸 보면서 위험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들 중 둘은 우리배가 건져주고...
"양현, 앞으로! 양현 뒤로!"하는 가이드 지시에 따라 온 몸을 실어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재미나기만 하다.
마흔이 된 김의수- 놀았던 모든 놀이 중에 오늘이 가장 재미나 단다. 지선이 지은이는 겁먹은 표정은 간 곳 없이 그 귀여운 아저씨(가이드)가 참 재밌었다며 또 타고 싶단다. 혜진이도 재밌다하고 남편은 회사직원들 데리고 와야겠다고, 나는 우리 차암테크 엠티를 함 올 거라고, 올케도 퍽 유쾌해한다. Very Good!! Beautiful!!
돌아오는 길에 점봉산 쉼터에서 30년 약초꾼이라는 장성국씨 가게에서 저녁밥을 참으로 맛나게 먹었다. 산나물 정식, 13가지 나물반찬과 고추장 절임 산나물 장아찌로 행복해하며 밥을 먹었다. 아무것도 안 넣고 왕소금과 들기름만으로 무친 거라는데...그릇을 깨끗이 비워 긁어먹고 얼레지나물과 다래순 나물, ... 마른나물 몇 가지를 사왔다.
'그대로 해봐야지, 그 맛이 날까?'
오다가 페레 약수터 던가?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 약수 물도 먹고 바람결을 온몸으로 받는다. 좋다, 참 좋다.
4. 8/4 수요일,
느긋하게 깨어나 아침 지어먹고 텐트 걷고 뒷정리하다. 의수 네는 양평 처형 네로, 명희 네는 밀양 시댁으로 떠나고 11시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진소계곡을 떠났다. 아주머니께 내년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채로. 참 알차고 보람된 휴가였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좋아하니 우리내외도 참 좋다.(*)
첫댓글 여름 휴가를 참 살뜰하고 즐겁게 보내셨네요. 읽는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없이 유익한 휴가 일지입니다....더욱 활기찬 에너지로 남아있는 8월의 날들도 엮어가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