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욱] 아약스와 토트넘의 유대인 더비[뷰티풀게임=서형욱]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는 토트넘과 아약스는 유럽에서 '유대인 클럽'이라 불리는 팀들입니다. 이 두 팀의 서포터들 역시 이를 부인하기는커녕 '유대인 서포터즈'를 자처하는데요, 따라서 이들을 상대하는 라이벌들은 '유대인'을 비하하는 노래와 응원구호로 맞받아치곤 합니다. 양쪽 다 유럽 사회에서...sports.news.naver.com
그냥 소소한 스포츠 소식 자료들입니다. :) 반유대주의가 성행하는 이때에 요즘 주목받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인 토트넘과 그 상대편 아약스 모두 유대인 역사와 배경이 깊은 두 팀이라고 합니다. 물론 선수들 주에서도 유대인 출신들도 있으며 무슬림들도 있습니다. 다만 소속 두팀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 유대인 기반으로 형성된 역사와 문화가 있습니다.
[뷰티풀게임=서형욱]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는 토트넘과 아약스는 유럽에서 '유대인 클럽'이라 불리는 팀들입니다. 이 두 팀의 서포터들 역시 이를 부인하기는커녕 '유대인 서포터즈'를 자처하는데요, 따라서 이들을 상대하는 라이벌들은 '유대인'을 비하하는 노래와 응원구호로 맞받아치곤 합니다. 양쪽 다 유럽 사회에서 골치거리로 생각하는 부분이죠. 그렇다면,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의 수도를 연고로 하는 두 클럽은 어떻게 '유대인 클럽'으로 인식되게 된 것일까요?
유대인 클럽?
그 연원을 알아보기에 앞서, '유대인(Jew)'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유대인은 '민족'이나 '인종'을 뜻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두산백과사전은 유대인을 "BC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팔레스티나로 이주한 헤브라이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그 자손"으로 정의하면서 "자신을 유대인이라 여기고, 타인으로부터 유대인 취급을 받고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랜 시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동안, 그 후손들의 형질, 문화, 종교가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인데요, 실제로는 인종적으로 흑인으로 분류되는 유대인들도 많습니다. 둘째, 유대인의 인구는 세계적으로 약 2천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Berman Jewish DataBank, 2017), 그 중 대다수가 이스라엘(650만)과 미국(570만명)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30만명으로 5위, 네덜란드는 약 3만명으로 15위권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전체 유대인의 과반수 이상이 유럽 바깥에 살고 있음에도, 영국과 네덜란드에 유대인이 별로 살고 있지 않음에도 두 클럽이 유대인과 깊은 연관을 가진 클럽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세기까지만해도 유럽은 전세계 유대인 인구의 80%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도 60% 정도였고요. (두산백과사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학살과 유럽 곳곳서 벌어진 박해로 인해 대다수가 다른 대륙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유럽 내 유대인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이죠. 두 클럽의 경우, 설립 당시의 주요 팬 기반이 유대인들이었다고 하네요. 유대인 밀집 거주 지역이 연고지였던 셈이죠.
서쪽의 예루살렘' 아약스
아약스의 연고지인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도시로 꼽혔다고 합니다. "서쪽의 예루살람"이라고 불리던 이 시기의 암스테르담에는 약 8만 명 정도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안네의 일기'의 저자 안네 프랑크의 가족들이 나치의 박해를 피해 프랑크푸르트에서 건너가 은신했던 도시도 암스테르담이죠.) 좀 더 남쪽으로 이동한 지금의 크루이프 아레나로 옮기기 이전의 옛 홈 구장 드 미르는 암스테르담에서도 유대인들이 밀집지였던 동부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아약스의 경기가 열릴 때면 네덜란드 곳곳에서 유대인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고 하네요.
세계대전 이후 아약스는 몇몇 유대인 회장들이 팀을 이끌기도 했고, 6~70년대에는 베니 뮬러, 시아크 스워트 같은 유대인 선수들이 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유대인 축구선수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지낸 수비수 월터 사무엘과 파블로 소린, 레버쿠젠과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우크라이나 공격수 안드레이 보로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약스가 '유대인 클럽'이라 불리기 시작한 건 한참 뒤의 일 같습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아약스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에 비로소 '아약스=유대인 클럽'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유럽 무대를 휩쓴 아약스의 엄청난 성공을 질시하는 상대팀 팬들이 아약스 선수들과 팬들을 '유대인'이라 부르며 혐오 발언이 섞인 응원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는건데요, 아약스 팬들이 유대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구호와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먼저인지 상대팀들이 아약스 야유에 '유대인'을 동원한 것이 먼저인지는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무렵부터 아약스 팬들은 스스로를 "슈퍼 유대인(Super Jews)"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약스의 강성 훌리건 조직인 'F-side'가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죠. 이런 상황에서 1980년을 전후로 상대팀 훌리건들 사이에서는 "유대인을 가스실로!"와 같은 흉악한 구호들이 터져 나왔다고 하네요. 역사 의식이 있다면 입에 올리지 못할 이 끔찍한 표현이 담긴 구호나 노래는, 차별 발언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요즘도 아약스와 토트넘을 상대하는 라이벌 팀들 관중석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합니다.
토트넘과 유대인
토트넘이 유대인과 연관된 것도 아약스와 배경이 비슷합니다. 런던 내 유대인 밀집 거주지역 인근에 자리잡은 토트넘은 1930년대부터 유대인 커뮤니티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대계 저널리스트인 앤서니 클라반은 얼마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대인 밀집지역에 더 가까운 팀은 아스널과 웨스트햄이었지만, 20세기 초엔 토트넘이 더 빅 클럽으로 여겨졌다"면서 유대인 커뮤니티가 토트넘에 더 관심을 가진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스널, 첼시 등 상대팀들은 토트넘을 '유대인' 팀이라 상정하는 야유를 일삼아 왔는데요, 토트넘 팬들은 이에 대응해 스스로를 '유다의 민족'이라는 의미의 '이드(Yid)'라 일컬으며 맞대응해왔습니다. 토트넘 최대의 훌리건 조직으로 알려진 '이드 아미(Yid Army)' 역시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고요. (경기장 내 혐오발언을 없애려는 관련 기관들은 경기장 내에서 구단과 팬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Yid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서는 Yid 구호나 걸개가 줄어든 편입니다.)
토트넘 경기장에서 종종 이스라엘 국기가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유대교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은 아약스와 토트넘 경기장에서 쉽게 눈에 띄는 심볼 중 하나죠. 토트넘의 경우, 다니엘 레비 회장이 유대인이라는 것이 유대인 클럽 이미지를 강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죠.
축구장 안에서 소비되는 '유대인' 이미지
토트넘과 아약스가 진짜 유대인 클럽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축구적인 쇼맨십이라고 해야할까요. 경기장에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유대인으로 상정한 뒤, 유대인을 비난하는 상대팀 야유에 적극 대응하는 일종의 롤 플레이인거죠.
네덜란드의 '반유대주의' 재단 대변인 한스 크눕씨 같은 경우,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90%의 아약스 팬들은 이스라엘이 지구 어디쯤 위치한 나라인지도 모를 것"이라며 "아약스 팬들이 '슈퍼 유대인' 같은 구호를 외치는 데에는 '화이팅'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크눕씨는 "상대팀 선수들도 아약스가 유대인 클럽이라 유대인 혐오 발언을 하는게 아니라, 그런 발언이 아약스를 야유하는 것이라 여긱기 때문에 하는 것일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내일 새벽, 토트넘 홈 구장에서 열리는 두 팀의 맞대결은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관전 요소가 있습니다. 상대팀에게 늘 유대인이라 비난 받는 역할을 담당해야 했던 두 팀은 서로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질까요. 혹은, 그 이미지로 인해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두 팀의 팬들이 펼칠 응원전은 다른 경기들과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요.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앞둔 또 하나의 소소한 이야기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