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와 10월 첫째 주는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방학이었습니다.
2년이라는 세월이 후딱 지나가고 마지막 방학을 맞은 아이들도, 저도 뭔가 의미있는 방학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캠핑카를 빌려서 5박 6일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기회가 되어서 4가족이 함께 3대의 캠핑카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답니다.
차는 생각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잠자리도 그렇고 주방이나 욕실겸 화장실도 불편함이 없더라구요.
뉴질랜드가 캠핑카 여행의 천국이라더니 정말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오클랜드를 출발해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는 타우포에서 1박을 했습니다. 타우포 호수는 싱가포르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의 크기라는데 푸른 물과 넘실대는 파도가 마치 바다를 보는 듯 했습니다. 호수 건너편에 만년설이 덮여있는 루아페우 산이 절경을 이루고 있더군요.
다음 날은 바로 그 만년설이 덮여있는 루아페우 산에 올랐습니다. 1920년대에 화산이 폭발했던 산이고 뉴질랜드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는 이곳은 통가리로 지역이라 불리웁니다. 산을 오르면서 펼쳐지는 풍경은 화산지대임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뉴질랜드 북섬의 유일한 스키장까지 올라가서 직접 눈을 만져보았답니다. 2년만에 처음으로 만져보는 눈은 어찌나 희고 깨끗하던지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오고 싶었답니다. 참고로 오클랜드는 눈이 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2년만에 처음으로 눈을 만져볼수 있었지요.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빠져나와 팔머스턴 노스 라는 도시에서 2박을 했습니다. 3일 째 되는 날, 이곳에 있는 메시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고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으로 향했습니다.
웰링턴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캐피탈 씨티답게 분주하고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껴지는 도시였습니다. 우리는 먼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테 파파 통가웨라 박물관'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웰링턴의 명물이라는 빨간색 케이블카를 타고 빅토리아 산에 올라 식물원과 장미정원을 산책하고 '벌집'(Beehive)이라고 불리우는 국회의사당을 둘러보았답니다. 웰링턴은 뉴질랜드 북섬의 남서쪽 끝의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데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니 우리나라 동해안을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써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동북쪽으로 길을 잡아 네이퍼로 향했습니다. 큰 산맥을 하나 넘어가는 길이었는데 마치 한계령을 넘는 듯한 굽이굽이 산길이 이어져있더군요. 광경은 멋있었지만 운전하기에는 아주 힘든 코스였습니다. 결국 네이퍼까지 가지 못하고 네이퍼 바로 아래에 있는 하스팅스라는 도시에서 네번 째 밤을 맞이했습니다.
5일 째 되는 날은 네이퍼에서 하루종일을 보냈습니다. 네이퍼는 동쪽 끝에 있는 조그만 도시인데 1930년에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되어 다시 재건한 도시라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아르테코 풍의 건물양식으로 지어져있고 일관성이 있어서인지 어느 도시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조용했습니다. 오른쪽으로 태평양의 비치가 이어져있었는데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더군요. 마린랜드에서 돌고래 쇼를 관람하고 나서 일찍 저녁을 먹고 피곤한 여행길에 꿀맛같은 단잠을 잤습니다.
이제 마지막 날, 우리는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이곳은 날짜 변경선을 지나 처음으로 해가 뜨는 곳이라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는 지역으로 유명하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바다위로 떠오르는 해는 보지 못했답니다.) 일찍 오클랜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서 다시 타우포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타우포 호수에 있는 '홀인원 챌린지'에 참여하여 모두들 시원하게 골프공을 날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인 번지 점프대로 향했습니다.
울아들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웰링턴에 가는 것과 번지점프를 하는 것이었거든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번지점프대에 도착한 우리는 그 아찔함에 기가 죽었답니다. 25층 정도 되는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높이라는데 시퍼런 강물위로 뛰어내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그러나....
아덜놈은 뛰었습니다.
뒤에서 보고있던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그 시퍼런 강물위로 몸을 날렸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친구와 함께이기는 했지만 아뭏든 뛰어내렸습니다,
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드디어 뉴질랜드에서 아들을 죽이는구나...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 몇차례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던 녀석이 보트에 무사히 내리는 걸 보았을 때 그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확실하게 이번 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모두 무사히 뿌듯한 가슴을 안고 오클랜드로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이번 여행은 참 값진 추억이었습니다. 내 생에서 다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뉴질랜드의 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 캠핑카 여행일지를 마칩니다.
첫댓글 노을아 너두 뛰어내려보지 그랬어?? 참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겠다는 생각과 부러움이 마구 교차하네... 이제 얼굴보고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네. 그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다 오고 너무 보고싶다...
타우포를 길게길게 돌아 퉁가리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돌아왔던 아픈기억이 되살아 납니다.타우포 챌린저 앞 벤치에서 해지는 저녁놀을 한참이나 바라봤던 기억이 엊그제...미니골프장에서 아이들이랑 내기를 했던 기억도 함께..잠시 잊을뻔 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남은 몇개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수있게 꼭꼭 채워가길 바랍니다.나쁜 텍사스의 태양은 아직도 식을줄을 모릅니다..가을다운 가을은 언제나 올려는지 원.......놀언니....세월 참 빠르다. 그쟈?
에고고 부러워라...언제 한번 시퍼런 강물에 뛰어 내려보니? 함 내려가 볼것이쥐...아...글만 읽어도 내가 다녀온듯 하다 노을이 이제 곧 만나겠네...보고싶다.
샤르야 노을이 떨어지면 로프가 끊어진다야 그간 늘어난 체중땜시리 ㅎㅎㅎ 에고 올날 얼마남지 않았는데 만나면 얻어맞을라 ^^ 좋은 경험 좋은 추억만들어서 온다니 기쁘고 방갑네 하루빨리 볼날을 기약하며.......
나무오빠 병원에 가서 검진한번 받아보세요. 아마 간에 이상이 있다고 하지 않을까... ㅋㅋ 이러다 노을이 오는 날 무사히 살아남는 사람 업겄는디요... 노을아 그렇다구 안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