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의 스토리를 해설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느낀 점을 적은 독후감에 가까운 것입니다.
허구한 날 엄마한테 "그만둬", "돌아와"라는 전화를 받는 킹헤일로.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킹 구호'를 외칠 권리를 주며 자족하기를 일삼는 킹헤일로.
졌으면서 스스로 1착인 것 마냥 의기양양한 태도를 일관하는 킹헤일로.
하지만 그 이면에는 쓰라린 아픔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라이벌인 그래스원더는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으면서도 실력으로서 트레이너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킹을 초라해지게 만들었겠지요.
킹의 라이벌들은 여럿 있지만 그 누구보다 킹헤일로의 앞을 가로막는 건 그의 엄마입니다. 킹의 엄마는 G1을 제패한 '일류'였고 은퇴한 후에는 URA 소속 승부복 디자이너로서 여전히 일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입니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킹의 엄마는 정작 딸이 어렸을 때에는 신경을 써주지 못한 모양입니다.
킹은 무관심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엄마가 트레센에 입학한 자신을 끈질기게 만류하는 것이 원망스러운 나머지 울분을 터트립니다.
제가 가장 의문을 가진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딸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 엄마가 지지를 해주기보다 왜 만류하는 걸까?"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역전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왜 킹은 엄마가 만류하는데도 계속 레이스에 나가려는 걸까?"
킹의 말을 들어보면 킹은 주목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일류로서 추앙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서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추앙받고 인정받고 싶으면 G1 레이스에서 이기면 될 뿐이지만 킹은 스스로 일류를 자처하면서 힘든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저 레이스에서 이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류로서 존재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자신에겐 무관심하면서 대중들에게는 일류로 추앙받는 엄마가 있기 때문에.
존재감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현실에 적용해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존재감의 결핍과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행동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게임 중독입니다. 게임 중독으로 문제인 사람들은 보통 학생에 해당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해서 학생이 된 것이 아니며 누군가는 공부에 성과를 내고 누군가는 도태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학교나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학생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게임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게임에 빠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온 신경을 씁니다.
현재 매출 1~5위를 하고 있는 리니지, 오딘, 히트2 등의 게임들은 공성을 하는 쟁게임입니다. 쟁게임 중에는 라이즈 오브 킹덤즈, 삼국지 전략판같은 땅을 키우는 게임도 있지만 현재 매출 5위 이내에 있는 게임들은 단일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들입니다.
핵과금 형님들이 쟁에서 일기당천으로 활약을 할 때면 주변 아우들은 그저 밑에서 받쳐주기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럴 때 핵과금 캐릭 하나가 빛납니다. 자신의 그런 존재감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거대 과금 상품이 계속 등장해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킹헤일로는 자신이 세운 이미지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존재가치를 찾기 위해서 게임 중독인 아이가 밤새 게임을 하거나 리니지 형님이 거액의 과금을 하는 등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킹도 마찬가지로 비웃음 사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킹은 사실 엄마를 싫어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내심 존경하기도 합니다.
때론 본인도 모르게 엄마의 작품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킹의 엄마도 생일 때는 딸을 위해서 손수 케잌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요리 솜씨가 없어서 케잌을 망쳐서 돈 주고 산 케잌을 킹에게 선물하긴 했지만 말이죠.
일류인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내고자 애썼던 킹은 자신의 존재 방식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한층 성장한 킹은 엄마와 화해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킹은 엄마를 미워했던 것보다 엄마의 인정을 갈구했던 부분이 컸으니까요. 베드 엔딩을 보니 그런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비유를 하셨는데 전에 쓰신 것 보다 몰입감이 떨어지네요ㅜㅠ
난 이런 감상문 같은글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