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버린 정의를 정치인이 주워 휘두른다
법원이 소신을 버리면 정의가 무너지고, 대통령이 정의에 자신이 없으면 잡술꾼들이 기어 나온다
무학산(회원)
오늘 조선일보에《[박정훈 칼럼] 유동규는 왜 ‘목숨 걸고’ 법정에 선다 했나》란 칼럼이 있다. 문재인이 일으키고 이재명이 완성하는 것 같은 ‘권력 만능 풍조’를 꼬집은 글이다. 칼럼은 결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7개 사건 10개 혐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가 되고, 2심 2년형을 받은 조국 대표가 차차기 대선에 나오는 일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키고, 선거가 정의마저 좌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뛰어나게 잘 쓴 글이며 이 시대를 깨우는 죽비 같은 문장이다. 저런 글을 쓰지도 못하는 내가 감히 잘 쓴 글이라고 말하는 것이 내가 봐도 같잖고 미안하다. 그런데 본말이 뒤바뀐 것 같다. 특히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키고, 선거가 정의마저 좌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라는 대목은 더 뒤바뀐 것 같다. 과연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키게 됐을까? 내 생각은 다르다. 정치가 사법을 오염시켰다기보다는 법원이 법률을 오염시켰고, 그 결과 정치 또한 오염되고 그래서 선거가 정의를 좌우하게 되었다고 본다. 재작년에 영국 신문이 “한국은 법원이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라고 꼬집었는가 하면, 이재명 사건의 선고일이 눈앞에 닥치자 재판장이 “내가 원님도 아니고…”라면서 사표를 내고 달아났다. 이재명이에게 유죄 선고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그럴 소신이 없으니 사표를 낸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범죄는 소명되지만 야당 대표라서 구속할 필요가 없다며 구속도 시키지 않았다. 이재명의 재판을 이재명의 뜻대로 무한정 뒤로 미루어 주기도 한다.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나야 된다는 선거법마저 지키지 않는다. 2심에서 징역이 선고되면 법정구속이 마땅한데 유력자 앞에선 그러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법원이 법질서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한탄하는 시절이 되고 만 것이다.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말든, 권력자이든 아니든, 법원이 법원 노릇을 다하고, 법관이 소신대로 재판하면 어떻게 “선거가 정의마저 좌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라고 자조할 수 있겠는가. 법관이 국가가 맡긴 재판권을 소신대로 쓰지 못하니 정의가 실종돼 버렸고 그러다 보니 범죄인이 자기 죄를 감추지도 않고, 뻔뻔한 면상과 더러운 입술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성경도 “소신대로 재판할 수 없거든 재판석에 앉지 말라”라고 했다. 당대에 문명(文名)을 날리는 문사(文士)가 선거를 탓하기보다 법원의 법률 질서 파괴를 먼저 나무랐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법원이 정의를 간직하지 않고 엿 바꿔 먹으니 권력자란 엿장수가 주워서 정치를 오염시키고, 선거란 뚜쟁이가 정의를 좌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가 기강과 법률질서와 세상인심을 이렇게 주저앉히고 말았다. 문재인과 김명수를 법정에 세우지 않는 윤석열 또한 소신 없기는 매한가지다 정의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법원이 소신을 버리면 정의가 무너지고, 대통령이 정의에 자신이 없으면 잡술꾼들이 기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