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倔起: 우뚝 일어섬)’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채 36조원 중국 ‘반도체 자급률 70%’ 차질 부품 공급 막은 미국 제재도 한몫 대규모 M&A로 위기 돌파 나설 듯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의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지난 11일 베이징 법원에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했다.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첫 디폴트를 기록한 칭화유니의 총 채무는 2029억 위안(약 3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설립된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계열사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YMTC, 통신칩 업체 쯔광짠루이, 팹리스인 쯔광궈웨이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지난 2019년 “2022년 D램 양산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 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다만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의 파산을 그대로 손 놓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칭화유니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나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가 곤경에 빠지면서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전략도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고도화 전략이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430억 달러(약 164조원)다. 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은 227억 달러(약 26조원)로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의 생산 규모는 83억 달러(약 9조5000억원)로 5.8%에 그쳤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씨를 말리려는 미국의 제재가 먹혔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부품 공급을 막았다. 푸젠진화·하이실리콘·화웨이·SMIC 등 중국의 대표 기업이 대부분 제재의 덫에 걸렸다. 미국은 인수·합병(M&A)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단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기업이 중국 59개사에 직·간접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했는데, 이 중 7개사가 반도체 업체다.
[출처: 중앙일보] [View & Review] 칭화유니 파산 후폭풍, 중국 반도체 굴기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