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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92회) 하인의처 6
석실 앞의 오엽송(五葉松) 나무에 기대서서 송혜련은 서문경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중천에 떠 있는 휘영청 밝은 달을 나뭇가지 사이로 우러러보기도 하며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사람의 모습이 희끗하게 비쳤다.
“오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송혜련은 슬그머니 긴장이 된다.
그러면서도 달빛 아래 절로 나긋한 미소가 떠오른다.
가슴도 조금 두근거린다.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구려. 난 내가 먼저 온 줄 알았는데...”
서문경은 굵으면서도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왔다.
“주인어른, 어두운데 나오시느라...”
송혜련은 약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그런 몸짓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이제부터 주인어른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게 좋겠소”
서문경은 흐뭇한 웃음을 떠올리며 송혜련 앞에 가만히 멈추어 선다.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몰라서 묻소?”
“호호호... 잘 모르겠는데요”
“그걸 모르다니, 바보구려. 허허허...”
서문경은 매우 기분이 좋은 웃음을 그러나 조심스레 웃는다.
한밤중의 동산 숲 속이기는 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서 은밀히 만나는 터이니 말이다.
송혜련은 수줍은 듯한,
그러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 같은 보잘 것 없는 여자를 주인어른 같은 귀하신분이 좋아해 주시다니, 정말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지 뭐예요”
“그런 소리 마오.
보잘 것 없는 여자라니...
여자는 매력이 있으면 그만인 것이지,
보잘 것이 있고 없고가 어디 있어”
“정말 고마워요”
송혜련은 두 눈에 감사의 빛을 담뿍 담아 또 살짝 절을 하며 곱게 웃어 보인다. 달빛을 받아 그 두 눈매가 유난히 아름답다.
서문경은 그만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좀 빠른 것 같아 욕망을 지그시 눌러 참으며 점잖게 말한다.
“고마운 건 오히려 내 쪽이오.
당신 같은 매력이 넘치는 여자가 내 마음을 받아주었으니 말이오”
그건 서문경의 입에 발린 소리만은 아니었다.
사실 서문경은 여자를 두고는 귀천을 가리질 않았다.
보잘 것이 있거나 없거나, 천하거나 말거나, 여자는 그저 곱고 매력이 있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게다가 몸뚱어리까지 풍만하고 감칠맛이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여자를 대해 왔고, 그래서 여섯이나 되는 아내들 가운데 제대로 말하자면 보잘 것이 있는 여자는 정실인 오월랑 하나뿐이었다.
“당신은 나를 첫눈에 사로잡았지 뭐요”
“어머, 그래요?”
“내가 언제 당신을 처음 보았는지 아오?”
“언젠데요?”
“언젠가 하면 저... 이병아의 생일 축하연 때였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내 눈길을 잡아끄는 여자가 한 사람 있지 않겠소. 처음 보는 여자여서 저게 누군가 싶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변을 보러 나갔지 뭐요”
“호호호...”
송혜련의 웃는 두 눈이 달빛을 받아 유난히 아리땁다.
서문경도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말을 잇는다.
“소변을 보고 오니까 마침 옥소가 방문 곁에 서있지 않겠소.
그래서 저 여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글쎄 바로 자기 육촌 언니라지 뭐요. 그리고 내왕이의 처라고. 얼마 전에 결혼한...”
송혜련은 살짝 고개를 떨군다.
“그날 밤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니까.
내왕이의 아낸데, 내가 좋아해서 되겠는가 싶어 꽤나 괴로웠다오. 두고두고 생각한 끝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옥소를 찾아가 내 마음을 털어놓고 부탁을 했지 뭐요”
“..........”
“혹시 거절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응해줘서 정말 고맙소. 내가 앞으로 두고두고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거니까...”
“실은 저도 무척 망설였지 뭐예요”
이제 자기가 할 말을 해야 될 차례라 싶어서 송혜련은 차분하게 입을 연다.
“남의 아내 된 몸으로 다른 남자분의 청을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처음에는 도저히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나를 좋아하는 분이 다름 아닌 바로 주인어른이어서...”
“이제 주인어른이라는 말은 하지 말라니까”
“그럼 뭐라고?”
“당신이라고 그러면 되잖아”
“어머... 죄송해서...”
“죄송하긴... 허허허... 사랑하는 사이에 죄송이 어디 있어.
자, 어서 당신이라고 그래 보오”
“예, 그럴게요. 호호호...
당신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지 뭐예요”
“내가 아니었다면 끝내 마음이 안 흔들렸다 그건가?”
“예, 맞아요. 다른 남자 같았으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을 거예요”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도?”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을 찍어도 안 넘어가요. 정말이어요. 안 그래요?”
“그 말은 맞어”
기분이 좋은 듯 서문경은 환한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남자 같았으면 백번 찍어도 안 넘어갔다면서
왜 나한테는 몇 번 찍지도 않았는데 넘어갔소?
자... 두 번 찍은 셈인가?”
서문경은 약간 농담기 어린 그런 어투로 묻는다.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찍힌 셈이죠”
송혜련도 장난기 있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세 번인가? 보자... 두 번 같은데...
한 번은 비단을 보냈고 두 번째는 금목걸이를 보냈으니...”
“아니예요. 세 번이라구요.
금목걸이를 받고도 옥소가 한 번 더 찾아가서 다짐을 받았었잖아요. 그러니까 세 번인 셈이죠”
“좋아요.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좌우간 다른 사람은 백 번을 찍어도 안 넘어간다면서 왜 나한테는 두세 번으로 넘어갔는지 그 점이 궁금하구려. 어디 좀 얘기해보오”
공연히 기분이 좋아 서문경은 싱글싱글 웃으며 재촉한다.
뭐라고 말을 했으면 좋을지 얼른 입이 열리지가 않는 듯 송혜련은 좀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상책이겠다 싶어 불쑥 내뱉듯이 말한다.
“당신이 부자기 때문이죠 뭐.
부자라도 보통 부자가 아니라, 청하현에서 제일가는 부잔데, 그런 분의 청을 마다할 수가 있겠어요. 더구나 남편과 이혼을 하면 아내로 삼겠다고 까지 하시는데 말이에요”
“허허허...”
“왜 웃으세요? 제 말이 우스우신가요?”
“아니요, 우스운 게 아니라, 너무 솔직한 말이라서...”
“말은 솔직하게 해야죠
뭐. 속 다르고 겉 다르게 해서야 되겠어요”
“맞다구. 속에 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보다 솔직한 말이 백배 더 낫다구요”
서문경의 반응이 좋은 바람에
송혜련은 서슴없이 속에 있는 말을 잇달아 쏟아놓는다.
“당신의 아내가 되면 저로서는 팔자를 고쳐도 아주 엄청나게 고치는 셈이죠.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지 뭐예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와도 사는 것 같이 살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구요.
만날 입에 풀칠하기가 바쁘고, 남에게 굽실거리는 것이 일이었죠. 그런데 당신의 아내가 되는 날이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가 되는 거 아니겠어요. 땅이 하늘이 되는 셈이죠.
복이 떨어져도 이만 저만한 복이 떨어져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호강 한번 해보자싶어서 당신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거죠.
남편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남편한테 미안할 것도 없다구.
내왕이와 처녀총각으로 결혼한 조강지처도 아니고,
재취로서 같이 산 것도 불과 얼마 안 되는데 뭐...”
서문경의 말에 송혜련은 살짝 고개를 떨군다.
결심을 하기는 했지만, 역시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잘 생각했소. 당신 말마따나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호강 한번 해봐야지. 앞으로 내가 정말 잘 호강시켜 줄 테니까... 그런데 말이오 여보, 당신이 내청을 받아들인 게 순전히 호강하고 싶은 생각 한 가지 때문이오? 돈만 보고서 응낙을 했느냐 그거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도 호감이 안가더냐 말이오”
그녀가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좋으나 자기에 대한 호감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아서 서문경은 좀 섭섭했던 것이다.
“아니에요.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구요”
송혜련은 약간 당황하듯 냅다 고개를 내흔들며 말을 잇는다.
“호감이 안 가다니요. 서문 대관인이 어떤 분인데... 평소에 속으로 남자 중의 남자고 대장부 중의 대장부라고 은근히 우러러보고 있었다구요. 정말이에요”
“그래요? 허허허...”
이제 좀 기분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런 분이 저한테 손을 뻗치시다니, 정말 놀랬지 뭐예요. 감격했다구요”
“헛헛허...”
서문경은 그만 대 놓고 큰소리로 기분 좋게 웃는다.
그리고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달려들어 그녀를 가슴 안에 덥석 안아버린다.
“아으-”
그녀는 당황하듯 몸을 움츠린다.
“아- 난 당신이 못 견디게 좋다구. 정말이야. 음-”
야릇한 신음소리를 가볍게 토하면서 서문경은 그녀를 안은 팔에 뿌듯이 힘을 준다.
그리고 그녀의 하얀 이마가 눈앞에 보이자,
가만히 입술을 가져간다.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나자
언뜻 그녀의 한쪽 귀가 까만 머리카락 밑으로 내 보인다.
이번에는 입을 그 귀로 가져간다.
부드러운 귓불을 입안에 넣고 자근자근 애무한다.
“아이 간지러워 음-”
그녀도 야릇한 신음소리를 흘린다.
귓불에서 입을 뗀 서문경은 그녀의 입술을 더듬는다.
그러자 별안간 놀란 듯이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여보, 잠깐만...”
무슨 할 말이 있는 듯이 그녀는 돌렸던 고개를 뒤로 젖혀 서문경을 빤히 바라본다.
“왜?”
“물어볼 말이 있어요”
“뭔데?”
입맞춤 직전에 새삼스럽게 무슨 물어볼 말이냐는 듯이
서문경은 김 샌 듯한 그런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본다.
“여보, 정말 저를 사랑하시는 거죠?”
“뚱딴지 같이 무슨 그런 말을 새삼스럽게...”
“대답해 봐요. 정말 사랑하시죠?”
“응”
“아이, 대답이 어찌 시원찮네요”
“어, 내 참, 어떻게 대답하면 되는 거지? 예, 사랑합니다. 그럴까?”
“호호호...”
송혜련은 이제 됐다는 듯이 웃고 나서 다시 묻는다.
“사랑이 두고두고 변하시지 않으시겠죠?”
“물론이지”
“믿어도 돼요?”
“되고말고. 남아일언이 중천금이라는 말 몰라?”
“알아요. 정말 중천금이라야 돼요.
만약 중천금이 아닐 때는 아시겠죠?”
“나를 어쩌겠다는 건가?”
“당신을 어쩌는 게 아니라,
제가 죽어버릴 거예요.
저는 사랑에 배반당하고는 못 살아요”
“야, 지독한데...”
“사랑은 지독해야 된다구요”
“그렇지, 그렇지...”
놀랬다는 듯이 서문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말이에요,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구요”
“그럼? 또 돈 얘긴가?”
서문경의 얼굴에 약간 경멸하는 듯한 기색이 어린다.
“그게 아니라,
아내를 삼아주셔야 된다 그거예요.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단 말이에요.
제 소원은 그거라구요.
꼭 아내로 삼아주셔야 돼요. 알겠죠?”
“응”
“이번에도 대답이 희미하시네”
살짝 곱게 눈을 흘긴다.
“틀림없다니까 그러네. 옥소한테 얘길 못 들었어?
당신이 그 점을 걱정한다기에 염려 말라고, 다짐을 했지 뭐야”
“얘기 들었어요.
그러나 직접 제 귀로 당신의 약속을 듣고 싶었다구요”
“조금도 걱정 말라구.
난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일곱 번째 마누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야”
“아이 좋아, 정말 당신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러면서 그녀는 그만 얼굴을 서문경의 가슴에 묻어버린다.
서문경은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이번에는 서문경이 나직하나 무게가 있는 그런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당신을 아내로 삼는 것은 문제가 없다구.
그러나 그 일은 당신이 내왕이와 헤어진 뒤라야 가능하다구.
말썽 없이 이혼을 할 수 있겠어?”
“예, 할 수 있어요”
송혜련은 착 가라앉은 그런 어조로 대답한다.
* 계속 93회~~
첫댓글 송혜련 남편과 어찌 이혼 하려나 ?
하인이 재혼하면서
우짠다꼬 이쁜여자를
골라가지고 ㅜㅜ
가엾네
그러게 목숨 부지할수 있을런지요
추천합니다
70대 (代)중반의 어느 할머니가 산부인과에 갔다. 그런데 어쩌다 같은 이름의 젊은 산모와 차트가 바뀌었다.
간호사가 튀어 나오며 말했다.
“ 할머니, 임신이 확실합니다. 축하 드려요! ”
순간, 할무이가 눈이 똥그래지더니 큰 소리로 말한다.
“ 보이소 ~!! ~ !!, 간신히 꾸개서 너어도 (구겨서 넣어도) 임신이 되능교? ”
ㅎㅎ~
ㅋㅋㅋ
그동네 재미있게 사네
접어서 넣으면 쌍둥이 나옵니다 ~~
송혜련,깜찍한것..
남편있는 여자가
자기출세를 위해서
남편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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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입니다
천하 난봉꾼 서문경
발칙한 송혜련
내왕이와 어떤식으로 이혼을 할지?
추천은 꾸욱~
글쎄요 내왕이 목숨이 걱정 입니다
소리없이 추천만 쿡
바람은 안불고 덥기만 합니다
추천하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에구 난장판이네
판은 난장 이라도 꾹은
성심으로 ㅡㅡ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