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19일 이후 참담한 심정으로 보낸 시간들
몇 년간 안 걸리던 감기에 심한 몸살까지 합세(?)하면서 그야말로 ‘우울한 연말’을 거쳐
2013년 ‘희망차지 않은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이 너무 심하게 침잠하다보니 ‘삐뚤어질테닷’에서부터 원망과 한탄 그리고 무기력감 등 등 제 능력으로는 이 상태를 벗어날 길이 없는 듯 보였지요.
TV와 인터넷은 겁나서(?) 못 보겠고, 다운 받아놓았던 영화들을 하루에 내리 세 네 편씩 감상하며 시간보내기, 나중에는 이 영화들이 서로 섞여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무엇을 봤었는지 혼돈, 약 기운에 몽롱한 상태에서 독서하기는 집중력을 최대치로 올려야 하기에 일종의 극기 훈련... 이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계속 마음이 다운되기에... 몸이 아파 외출도 힘들고...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정에는 몸도 아팠지만 친척들 대부분이 대선에서 1번을 찍었을 것이라 짐작되고 도저히 그들을 만나기가 힘들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기에 불참... 새해가 되어 서로 세배하고 정도 나누고 옹기종이 모여 밀린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자리에 갈 수 없는 비극(?)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허전하고... 허망한 날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장염 비슷한 것이 걸려 집에서 죽만 해먹다가 차차 회복이 되어 오랜만에 단골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작은 규모에 서울 외곽에 위치한 ‘나의 단골식당’
3년 전부터 다닌 곳.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에는 늘 붐비는 곳으로 반찬이 다양하고 성의가 있는 솜씨 좋은 집
그리고 서빙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늘 같은 분... 저는 주로 한가한 시간에 자주 갔었고, 그 아주머니는 말수가 적고 표정도 항상 같았고 계산대에서도 가끔 눈인사 정도하는 사이...
그날 점심을 끝내고 계산대에 가서 카드를 꺼냈는데 그 아주머니가 카드를 받고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며 “저번에 실망 많이 하셨죠?”... 순간 당황하며 이분이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가?... 함께 왔던 지인이 얼마 전에 여기에 왔었는데 그전과 달리 그날은 반찬이 신통치 않았고 서비스도 좀 그랬다는 얘기를... 그걸 말하나? 근데 왜 그것을 나를 보며 하지? 나는 그날 안 왔었고 내 지인만 왔었는데...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혼자 머리를 막 굴리고 있는데, 아주머니 왈 “대선요... 안철수 씨가 단일화 사퇴 뒤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면서 막 좋아했었잖아요.” 순간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어머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이 한마디가 저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이고 감동이에요” 그러고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 “아주머니 한번 안아 주세요” 아주머니 살짝 쑥스러워 하시며, 마침 그 순간 기계에서 영수증이 드드득 소리를 내며 올라오고, “나 이거 해야 돼요” 하면서 영수증을 확 잡아당기시더니 바로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저 그동안 몸살도 걸리고 힘들었어요” “어머 아프기까지 했어요?”...
단일화 후보가 확정된 이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만나 서로 껴안으며 협력관계를 도모하기로 한 날, 그 단골식당에서 그 장면을 TV를 통해 본 뒤, 티 나게(?) 마구 좋아했던 저의 모습을 기억하시고는... 한 달 여가 지난 이후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신 아주머니...
‘우울한 연말’과 ‘희망차지 않은 새해’ 그리고 ‘정치적 이산가족(?)’의 아픔을 씻겨준
‘나의 단골식당’ 사랑스러운 아주머니의 이 따뜻한 한마디가 끝 모를 절망으로 하염없이 떨어져 가고 있던 저의 찢겨진 마음을 추슬러 주셨지요.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이 말 한마디가... 어쩌면 저같이 이번 대선결과에 충격 받고 실망하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치료제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도사 님도 출감하셨고, 미권스 자게판지기 님도 선출되어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으로 ‘멘붕탈출 에피소드’ 들고 이렇게 흔적 하나 남깁니다.
미권스 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첫댓글 ㅜㅜ 우리의 힘입니다
당신의 글에 힐링 반고 갑니다 ㅠㅠㅠㅠ
저도 그래요.ㅠㅠㅠ 어르신께서 너무 아타깝다며 저를 다독여 주셨어요.. 눈물이 나고 .... 눈이 헐었지만 지금은 괜찬아졌어요. 힘내십시다.
감동입니다. 아직 멘붕가출 상태인 저는 ~ 내가 벼락공부해서 시험치듯 대선을 맞았었구나~~~라고 반성 중입니다.
힐링되는 글이네요..감사해요...좋은글...예쁜글 올려 주셔서요...님..힘내시고요..우린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것 뿐입니다..다시 걸어갑시다..
스크랩해갑니다.
모두 힘드는 시기였던것이 사실입니다만 우린다시 이렇게 추스리고 일어나야 합니다....감사합니다.......
참 감동스런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화이링 입니다~!!
뒤늦게 글을 읽었습니다.담담하게 마음을 써 내려간 님의 글을 읽으며 연신 훌쩍 거렸습니다.
지난 한달여간 제가 본 영화의 수는 이제까지 살아 오며 봤던 양과 거의 비슷 합니다.
이젠 그 모든 영화의 제목도 생각 나지 않고 ...결국 고통스런 시간은 나홀로 치유 해야 겠지요.
잠깐 이라도 이 나라를 떠나 보는 것도 좋을듯 하고.... 아무튼 저는 심한 우울로 아직도 견디기 힘 듭니다.
악몽에서 벗어 나려는 님의 아픈 모습에 다시 한번 가슴이 아파 옵니다. 고맙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 한달간 이런 심정으로 연말연시를 보냈을것 같습니다.
해피봉님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이 전해지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힘 내시고 파이팅 하세요!!
공감입니다 아직도 힐링되었다 싶었는데..
문의원님 관련 소식이나 글을 보면 눈물이 나네요 휴유~~
우리 문재인 의원님은 큰산 큰바다입니다 그래서 믿음이 가지요 포에버~~
자게지기 잘한다.. 이거 선거때 내가 건의한 내용인데......
좋은글 공지란에 좀 띄우자고.....ㅎ
자게지기 잘뽑았어....화이팅...꾸벅....
토닥토닥~!!
너무도...
너무도...
정권교체를...
원했나봅니다..
아니~~
나같은경우는
문재인님이 좋았나 봅니다....
아직도 ㅜㅜㅜ
잘읽었어요.... 콧날이 찡하네요...나랑 비슷한 돔지가 있다는게 참 많은 위안이 됩니다.....
심정 이해가네요
전 아직도 멘붕입니다
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뉴스도 보고싶지 않고 정말 티브이보는게
겁나네요
다시 일어설 기력도 없는데~~
운동같이하던 지인이 투표끝나고부터 힘이없어보인다네요
내가너무 티 내고다녔던가 자꾸자꾸힘내자고 노력해도 아직은 안됩니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먼 훗날 웃을 날이 올겁니다 힘내세요
아직 우리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북유럽과 같은 민주주의와 복지와 성장이 같이 발전하는 나라가 너무 부러운 요즘입니다
추천 드립니다..
저도 대선후 일본에 계신 선배가 전화를 하셔서는 안타깝다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더군요.
제가 쓰는 카스글이랑 트위터로 올리는 글을 늘 보고 계셨다면서.. 절대로 절망하지말라고..
천천히 가자고 다독여 주시더군요..
제가 혹여나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어 할까봐 멀리서 전화까지 해주셔서
전 일찍 추스릴수 있었네요..
감동입니다..마음이 아파요..우리의 대통령님을 되찾아야 하는데..ㅠ.ㅠ
글을 읽으며 같이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