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음식이자 별미인 냉면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냉면은 중독성이 있고 냉면에 대한 신조어가 말해주듯 많은 마니아층이 있다 냉면성애자(냉면과 사랑하는 사람) 냉부심(냉면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사람) 냉믈리에(냉면 감별사) 면스플레인(냉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잘난 체 하는 사람)
그런데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다 보면 가위로 잘라 먹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냉면집은 아예 가위가 수저통에꽂혀있거나 종업원이 냉면을 가지고 오면서 잘라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열십자(╋)로 잘라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냉면 애호가들은 이런 행위를 아주 싫어한다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냉면 면발의 탄력 때문에 먹기 힘들어서 자른다 우리나라에서 냉면의 양대 산맥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를 평양냉면은 물냉면 종류이고 함흥냉면은 비빔냉면 종류라고 알고 있는데 틀린 말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는 면발의 성분에 따라 달라진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면발이 부드러워 가위로 자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함흥냉면은 고원지대의 감자녹말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쫄깃하고 면발에 탄력이 있어 몇 번을 씹어도 잘 잘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위질이다 평양냉면은 일제 강점기부터 평양지방 부호들이 서울에서 식당을 열어 냉면 사업을 해 역사가 오래되지만 함흥냉면은 6.25 전쟁 때 함흥에서 내러온 피난민들이 남한에서 터를 잡고 녹말가루로 면을 뽑아 가자미를 양념해서 매콤하게 만든 농마(녹말)국수가 원조인데 고향의 이름을 따 함흥냉면으로 불렸다 녹말로 면을 뽑았기 때문에 면발이 질기고 가자미 양념의 매콤한 비빔면이기 때문에 먹다가 싸리들리고 재채기나 목에 걸리고 급체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냉면집의 가위질 문화는 6.25 전쟁 후 함흥냉면이 널리 알려지고부터다
중국집에서도 짜장면을 먹을 때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검은 짜장 소스가 입술에 묻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국수 종류의 긴 면발은 장수를 상징한다 임금의 생일, 나라의 경사날이나 부모님의 장수를 축하하는 환갑잔치 결혼식 등에 잔치국수를 먹는다 장수를 의미하는 국수에 가위로 면을 자르는 것은 목숨을 자르는 것과 같은 주술적 의미가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냉면을 <명길이국수>라고 부른다 주술적 의미를 떠나 음식 전문가들도 국수 종류의 면을 가위로 자르자 말라고 한다 국수가 보통 30Cm 내외인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맛있는 길이이기 때문이다 국숫발이 목구멍을 치고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된다 가위로 면발을 잘라버리면 씹는 맛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때 남측대표단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이 나오자 종업원에게 면발을 자르게 가위를 달라고 부탁하자 종업원은 펄쩍 뛰면서 냉면은 가위로 잘라먹는 음식이 아니라고 하면서 냉면을 먹을 때는 3분의 1은 그릇에 3분의 1은 입안에 3분의 1은 뱃속에서 맛을 즐겨야 한다는 훈계를 들었다
사실 음식을 먹는 행위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오래 씹을 자신이 있고 국수의 원형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먹으면 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가위로 잘라먹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맛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이다
국수 종류 면발 음식은 후룹후룹 하는 게 좋다 가위로 잘라버리면 후릅후룹이 없다 가위로 잘린 국수 종류는 먼가 기(氣)가 빠지고 생명력이 없는 느낌이다
첫댓글 헐!
금시초문.
주술적 의미가
있다니 무서워서도
못 잘라 먹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