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포항종합제철 사보 <쇳물>의 송년특집호는 당시 박태준 사장의 ‘목욕론’을 다뤘다.
직원 부인들한테도 목욕령을 시달했다는 해설기사도 썼는데, 사장은 과장보도라며 편집 책임자에게 정정을 요청했다. 목욕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랬다.
“목욕을 잘해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주위의 지저분한 것, 바르지 못한 것, 정리 정돈되지 않은 것들을 수용할 수 없다. 깨끗한 몸은 현장 안전과 제품의 질로 나타난다. 회사는 최고의 제품을 추구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나의 목욕론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지 부인들에게 목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박 회장은 산업 현장에서부터 청결한 문화가 뿌리내려야 전체 국민 수준도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80년대 초반 전 공장과 직원 숙소에 해마다 수십억원씩 들여 특급호텔 수준의 목욕탕과 화장실을 갖추도록 하기도 했다.
깨끗한 몸은 깨끗한 마음으로 이어진 듯 그는 치부나 부패 같은 너저분한 흔적 없이 세상을 떴다.
포스코의 창사 주역이며 26년 동안이나 최고경영자로 지냈는데도 그의 이름으로 남은 회사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서울 아현동에 있던 집도 지난 2000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마지막까지 큰딸 집에 얹혀 지내고, 병원비도 자녀들 도움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그는 인생 목욕론까지 실천했다. 박 회장의 전기집을 낸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인은 돈 앞에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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