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25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맨시티를 2대1로 눌렀다. 구단 통산 13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여러가지 기사들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SNS에 게시글이 하나 떴다. 9경기 0골-0도움. 맨시티듸 골잡이 얼링 홀란이 맨시티 소속으로 뛴 주요 대회 준결승전과 결승전 9경기에서 올린 기록이었다. 이 날도 홀란은 골대만 한 번 때렸을 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불현듯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더 베스트 풋볼 어워즈 투표 당시였다. 감사하게도 한국 미디어 대표로 투표하고 있다. 2024년 투표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당시 나의 기준은 '유럽챔피언스리그'였다. 맨시티가 트레블을 일궜다. 맨시티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을 뽑을 생각이었다. 홀란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역시 큰 경기에서 약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1위표는 케빈 더 브라이너에게 줬다. 내 머리 속에도 홀란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것이 확실하게 박혀있었다.
홀란의 발자취를 따져봤다. 몰데 시절은 제외했다. 2018년 여름, 레드불 잘츠부르크 시절부터 짚었다. 2018~2019시즌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리그와 오스트리아 축구협회(OFB) 컵에서 우승했다. 컵 대회에 홀란은 부진했다. 8강과 4강에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라피드 빈과의 결승전에서는 아예 결장했다.
2019~2020시즌 중간인 겨울. 홀란은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DFB포칼에서는 딱 1경기만 뛰었다. 베르더 브레멘과의 16강전. 홀란은 45분을 뛰고 1골을 넣었다. 그러나 팀은 2대3으로 졌다. 탈락했다.
2020~2021시즌 홀란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020년 9월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슈퍼컵. 홀란은 1골-1도움을 기록했다. 팀은 2대3으로 졌지만 홀란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열린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팀을 이끌었다. 5월 13일 RB 라이프치히와의 결승전. 홀란은 2골을 몰아치며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아쉬웠다. 조별리그 6경기에서는 6골을 넣었다. 16강전 2경기에서도 4골-1도움을 기록했다. 맨시티와이 8강전. 홀란은 무기려했다. 2경기에서 도움 1개만을 기록했다. 도르트문트는 탈락했다.
2021~2022시즌. 홀란은 큰 무대에서 빛나지 못했다. 슈퍼컵에서 공격포인트 전무, 팀은 졌다. DFB 포칼에서 도르트문트는 16강에서 탈락했다. 홀란은 16강전에서 1골을 넣었지만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전체적으로도 부상에 계속 발목이 잡혔다.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2022~2023시즌 홀란은 맨시티로 이적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는 펄펄 날았다. 35경기에 나와 36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단일 시즌 최다골 기록도 다시 썼다. 당연히 득점왕이었다.
그러나 역시 큰 경기가 문제였다. UCL에서 홀란은 12골을 넣었다. 조별리그에서 5골, 16강에서 5골, 8강에서 2골이었다. 4강 2경기, 결승전 1경기에서는 득점도, 도움도 하지 못했다. FA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강과 결승에서 모두 무득점, 무도움에 그쳤다.
2023~2024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리그에서는 펄펄 날았다. 27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팀의 리그 4연패도 이끌었다. 그러나 UCL에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8강전 2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맨시티는 탈락했다. FA컵 준결승전에서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결승전에서도 앞에서 짚은 바와 같이 골도, 도움도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UCL이나 FA컵 등 토너먼트 준결승과 결승 기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UCL 준결승 2경기 출전. 결승 1경기 출전 0골-0도움. DFB포칼 결승 1경기 출전 2골. FA컵 준결승 1경기 출전. 결승 2경기 출전 0골-0도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홀란 뿐일까. 킬리앙 음바페(PSG)도 따져봤다. 음바페와 홀란 모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축구 황제 라이벌이다. 지난 10년 이상 메시와 호날두의 '메호대전'이 화두였다. 이제 이어질 10년은 음바페와 홀란의 '음란대전'이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음바페도 따져봤다.
우선 음바페도 모나코에서 뛰던 시절은 아쉬웠다. 성인 무대에서 2시즌을 소화했다. 2016~2017시즌 리그컵에서 모나코는 리그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음바페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프랑스컵(쿠프 드 프랑스)에서도 음바페는 준결승전에 결장했다. 모나코는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2017년 여름 PSG로 이적했다. 우승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PSG에서 리그 6회 우승, 컵대회 4회 우승, 리그컵 2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숨겨져 있다. 프랑스 리그라는 점이다. 프랑스 리그앙은 확실히 다른 리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 팀 간의 격차도 크다. PSG가 절대 강자이다. 한 대회라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PSG에서 뛴다면 입단 첫 해라도 우승컵 하나는 손쉽게 들어올릴 수 있다.
음바페는 UCL 준결승에 모두 6경기를 출전했다. 1골을 넣었다. 결승전도 1번 나갔다.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유럽 최고의 팀들과 맞부딪히는 별들의 전쟁에서는 신통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쿠프 드 프랑스에서는 골을 좀 넣었다. 준결승 5경기에 나가 9골-1도움. 결승 5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그러나 프랑스 리그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음바페 역시 아직까지는 큰 무대에 강하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국가대표팀에서는 프랑스 대표팀의 일원으로 결승전에 2번 나가 4골을 몰아쳤다. 그러나 프랑스 국가대표팀에는 다른 스타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클럽 무대와는 엄연히 다르다.
음바페 역시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홀란, 음바페에 앞서 월드클래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은 어땠을까. 2010년대 이후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골잡이 메시, 호날두, 카림 벤제마. 그리고 '사실상' 발롱도르를 받은(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기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경우를 살펴봤다. 간략하게 정리했다.
리오넬 메시. UCL 준결승 15경기 출전 6골-3도움. 결승 3경기 출전 2골-1도움. 코파 델레이 준결승 22경기 출전 11골-8도움. 결승 9경기 출전 7골-6도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UCL 준결승 22경기 출전 13골-2도움. 결승 5경기 4골-1도움. FA컵 준결승 3경기 1골-3도움. 결승 3경기 1골. 코파 델레이 준결승 6경기 4골. 결승 2경기 2골.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 4경기 3골. 결승 1경기.
카림 벤제마. UCL 준결승 18경기 출전 8골-3도움. 결승 5경기 출전 1골. 코파 델레이 준결승 8경기 출전 4골-2도움. 결승 2경기 출전 1도움. 쿠프 드 프랑스 준결승 1경기. 결승 1경기 출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UCL 준결승 10경기 출전 8골-2도움. 결승 2경기 출전. DFB포칼 준결승 8경기 출전 7골. 결승 6경기 출전 8골. 코파 델레이 준결승 1경기 출전.
*얼링 홀란. UCL 준결승 2경기 출전. 결승 1경기 출전 0골-0도움. DFB포칼 결승 1경기 출전 2골. FA컵 준결승 1경기 출전. 결승 2경기 출전 0골-0도움.
*킬리안 음바페. UCL 준결승 6경기 출전 1골. 결승 1경기 출전 0골-0도움. 쿠프 드 프랑스 준결승 5경기 출전 9골-1도움. 결승 5경기 출전 2골.
그래도 홀란과 음바페 모두 미래를 기약해볼 수 있다. 홀란은 2000년생. 이제 24세이다. 음바페 역시 1998년생으로 이제 26세에 불과하다. 큰 경기에 나설 기회는 아직 많이 있다.
그리고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다(거의 99%). 더 좋은 동료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할 것이다. 홀란 역시 맨시티에서 더욱 경험이 쌓인다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그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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