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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커피 한 잔 부탁해.”
“남의 직장에 예고도 없이 찾아오지 좀 마. 엄연히 지금은 근무시간인데.”
“난 지금 친구가 아닌 손님으로 임해조라는 바리스타가 타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달려온 거라고. 못 믿겠으면 김 실장한테 물어보던 가.”
흔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진짜 우정이 존재할까라고 묻는다면 언제든지 예스라고 답변해줄 여기 두 남녀가 있다. 그들은 서로의 연애에 대하여 의견을 묻는 일은 있어도 어떠한 터치는 하지 않는다. 물론 친구간의 있을 법한 스킨십을 제외하고는 농도 높은 스킨십 또한 하지 않는다.
가끔 친구가 그리울 때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찾아와 수다를 떨고 오늘 있었던 일 내일 있었던 일의 대하여 훌훌 털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서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동성 간에 있는 친구들의 관계처럼 딱, 그 정도로 벌써 10년째 친구로 지내오고 있는 해조와 연우다.
일단 해조는 유난히도 예전부터 커피에 관심이 많아 건축학 전공을 살리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선택했고, 외국으로 나가 바리스타 공부를 마친 뒤 WBC라는 세계적인 월드 바리스타챔피언 쉽 에서 당당하게 2위를 차지했던 기록도 있을 만큼 커피의 대한 열정으로 지금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프렌치하우스라는 카페의 사장님이기도 하다.
“미친놈. 김 실장 핑계 그만 대.”
“여우같은 계집애.”
“그걸 이제야 아셨나요? 차연우씨.”
차연우 그는 건축과 섹스에 미친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자들을 다루는데 능숙하다. 훤칠한 외모가 그 값을 톡톡히 보태고 있기도 하나, 이상하게도 까칠한 그의 말투에 정신 줄을 놓는 머리가 골빈 여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연우의 뭐든 실체를 잘 알고 있는 해조만이 그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는 유일한 여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잘 알고 있지. 내가 너에게 사귀자고 했을 때도 넌, 냉정하게 날 걷어찼지.”
“옛날얘기는 뭐 하러 자꾸 꺼내.”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슬슬 꺼내볼까?”
연우의 능글거리는 말에 해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 하고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웃긴. 자꾸 웃지마라, 나한테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한 여자들이 100트럭 쯤 되는데 괜히 너까지 보태지 마라.”
“너의 수많은 걸프렌드는 아니? 네가 이런 놈이라는 걸.”
해조의 물음에 입 꼬리를 씨-익 들어 올린 연우는 목소리를 낮추며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글쎄. 한 번 자면 알려주지.”
“쯧쯧. 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지.”
“솔직히 연애보다는 섹스프렌드를 갖는 다는 의미를 중점으로 두긴 해. 몸 궁합이 맞지 않으면 오래가봤지 금세 질리기 마련이잖아.”
“예, 예. 차연우씨 여기는 술집이 아니라 매번 말하지만, 신성한 커피를 파는 카페니 저급한 언행은 그만 삼가주시죠.”
신성한 원두를 갈아내어 날도 더운 이 여름 날 얼음이 들어간 커피도 아닌 뜨거운 커피를 건네며 이제 그만 속좀 차리는 뜻에서 건네었다. 연우는 해조가 건넨 커피 잔을 빤히 바라보며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너. 일부로 그러는 거지? 에스프레소 말고, 모카라떼로 타줘.”
“몰라. 그냥 마셔. 공짜로 마시는 주제에 투정부리지 마.”
“안 마신다니까. 돈도 두둑하게 챙겨왔으니까 다시 타. 크림이랑 시럽 듬뿍 들어간 걸로.”
생긴 걸로는 진하고 독한 원두 향만이 나는 에스프레소를 몇 십 잔도 원 샷을 할 것 같아 보이는 연우이지만 실상은 어린애처럼 크림과 시럽이 들어가지 않으면 마시지도 못한다. 그런 그에게 복수 아닌 복수의 에스프레소는 절대 입에 댈 수 없는 커피 중에 하나이다.
10년 지기 친구인 해조가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으나, 이렇게도 하지 않으면 한 두 시간 동안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연우에게 시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 불러 줄 테니까, 그만 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 모드야? 혹시 그날이냐?”
노골적이고도 서스럼 없는 연우의 말에 해조는 점점 지쳐간다. 어쩌다가 저런 인간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는지. 해조는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김 실장님. 여기 놀고먹기 바쁜 차연우 사장님 좀 데려가세요.”
ㅡ 사장님 지금 거기 계십니까?
“네. 그러니까 얼릉 와서 좀 잡아가세요. 차연우 때문에 하도 정신없어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
ㅡ 해조씨 매번 죄송합니다. 지금 출발했습니다, 어디 가지 못하도록 꽉 붙잡아주세요.
해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김 실장과의 간단한 통화를 끝마쳤다. 통화를 하는 내내 인상을 팍 구겨대던 연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금 출발했대. 더 있다가, 가.”
“어떻게 된 놈이 사장보다 널 더 따르냐?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냐.”
“김 실장님이 삶은 달걀이야? 뭘 구워삶아.”
“임해조 양다리야?”
“뭐야. 그거 상당히 듣기 거북하게 들린다? 양다리든, 세 다리든 서로에게 사생활은 터치하지 않는다? 몰라서 그래? 차연우 우리 서로 도를 넘지는 말자. 응?”
순간 선을 넘어가버린 자신의 태도에 연우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기 급급했다. 절대 이성의 선으로 넘어가지 말자는 해조의 말은 10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임해조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면 꼭 이렇게 과민반응을 한다.
“그래도, 김 실장은 절대 안 돼.”
“왜? 듬직하고 어른스럽잖아. 어느 누구씨와는 달리.”
이기지도 못할 입씨름에 연우는 씩씩댄다. 괜히 성질이나 전화를 마친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죄 없는 김 실장한테 어린애처럼 분풀이를 해댄다.
“대체, 김 실장은 언제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해조가 1년째 키우고 있는 고양이 종에서도 귀가 접혀 가장 귀여운 스코티쉬폴드인 리리 마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른이라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구김살 하나 없이 곱게만 자라고 자란 연우는 아직 철이 들려면 멀어도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해조는 결국 에휴. 하고 작은 한 숨을 목 뒤로 삼키며 고개를 설레설레 옆으로 내저었다.
프렌드 쉽
Friend ship
훼방꾼을 놓듯 카페를 휘젓고 연우는 번갯불의 콩 구운 듯 달려온 김 실장의 차를 타고 자신의 회사로 돌아갔다. 그가 카페 문밖을 넘어서기도 전에 카카오톡 한 통을 보냈다.
[여우같은 계집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카카오톡 한 통에 그만 한 입도 대지 않은 커피 잔을 손에서 떨어트릴 뻔하였다.
미친놈. 하여간 이 병 언제 고치려고 하는지 원 쯧쯧쯧.
그녀는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말들을 고스란히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다가 미친 이라는 글자까지 적었던 것을 멈추고는 답장하지 않았다. 굳이 답장을 보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키득키득 잦은 미소를 띠우고는 핸드폰을 바지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는데, 커피 머신을 이용하여 원두를 내리고 있던 한 아르바이트생이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하게 해조를 불렀다.
“……장님. 사장님!”
다급한 부름에 해조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갤 돌리었다.
“숨 넘어 가겠다. 너 또 무슨 사고 쳤어?”
사고 쳤냐는 얘기에 작은 일에도 발끈 잘하는 고등학생인 기찬이 인상을 팍 구기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 진짜! 아니거든요!”
여름방학을 하여 새 오토바이를 구입하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그는 꽤나 나이차이가 나는 해조한테도 굽힐 줄도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모르는 그런 열정 많은 열아홉이었다.
그런 그가 귀여운 듯 해조는 계속 입가에 부드러운미소를 지은 채 카페에서 돌아다니던 리리를 품에 안고는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을이었다.
“또, 또 흥분했네. 우리 기찬이.”
“우리? 와! 우리라뇨!”
“그럼, 남남 할래? 우리 얼마나 좋아. 우리 기찬이. 나는 우리 기찬이가 좋은데?”
“어후…참!”
해조의 마냥 어린아이 다루는 듯한 말투의 결국 기찬을 코웃음을 치고는 단단히 뿔이 났는지 카운터를 닦고 있던 행주를 들고 부엌으로 휙 하고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일이냐며 마냥 기찬을 불러댔지만 돌아선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째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린애처럼 귀여운 아이들만 보면 짓궂은 장난만 점점 더 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철이 없다고 연우에게 쓴 소리를 내뱉던 제 자신이 조금은 주책부리는 것 같은 해조였다.
다시 카페에는 임해조라는 바리스타가 타주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손님들로 몰려들었다.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쓰고 있지만, 함께 일을 하던 바리스타 한 명이 그만두게 되어서 그녀 혼자서 커피를 타주기에는 버겁게 느껴졌다. 해조는 아무래도 바리스타 한 명을 더 구하는 게 좋겠다. 다짐하곤 까먹지 않기 위해 포스트잇 한 장을 검지 손끝을 이용하여 떼어냈다.
그녀는 바리스타구하기 라는 짧막한 글을 적은 뒤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몇 번이나 구하자, 구하자 했던 것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유야. 잠깐 이리 와봐.”
해조는 펜을 집어넣으며 깨끗하게 탁자 위를 닦고 있던 지유를 불렀다. 지유는 자신의 부르는 해조의 목소리에 서둘러 탁자를 다 닦고 나서 황급히 다가왔다.
“사장님…무슨 일로…….”
“별건 아닌데. 오늘은 일찍 들어 가봐.”
“…….”
“할머님 생신이신데 늦게까지 무리하지 말고 집에 들어가.”
“아, 아니에요. 어떻게 그래요…….”
“내 말대로 해. 오늘은 할 일도 별로 없고 그래서 내가 뒷정리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아참, 이건 별거 아닌데 할머님이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사장님…….”
오지랖이 넓은 것도, 그렇다고 천사같이 착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성실하게도 일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인심조차 베풀 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은 해조다. 그녀는 할머니와 둘이서 힘들게 사는 지유를 위해 가끔 이렇게 깊은 배려를 하였다. 그럴 때마다 지유는 참으로 좋은 곳에서 아르바이틀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도 너무나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조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여름에 태어나신 할머니가 팥빙수를 유난히도 좋아하신다는 것을 귀담아 듣고 잊지 않았던 그녀는 지유의 할머니를 위해 올 여름부터는 마음껏 사계절 내내 드시라는 의미로 엊그제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직접 빙수기를 장만했다. 그녀는 빙수기와 함께 이미 포장된 치즈케이크와 따뜻한 커피 두 잔을 예쁘게 포장해주었다.
“지유야. 조심히 가고 내일 보자.”
“네. 그럼…….”
지유는 케이크 상자와 선물상자를 소중하게 손에 들고는 수줍게 미소를 띠우고는 끝 인사를 마치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바깥까지 배웅해주었던 해조는 카페 문손잡이를 잡고는 닫으려고 하는 데, 저 멀리서 분노의 기운을 내뿜으며 한 여자가 길 한복판에서 소리를 빽빽 내지르며 다가왔다.
대체 누구인가 자세하게 바라보는 데 중학교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오고 있는 준영이었다.
“아악…! 악!”
준영의 떠나가라 외쳐대는 악에 바친 소리는 점점 더 해조의 귓등에 가깝게 들려왔다. 그 소리가 최대 가까스로 다가섰을 때 준영은 해조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는 서러움과 복에 받친 소리를 꺽꺽대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천하의 악바리처럼 그 험하다는 방송국의 조금 많이 대박을 못치고 있는 드라마작가인 그녀가 대성통곡을 하듯 울어댔다. 부모님의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던 좌우명인 그녀는 그렇게 계속 해조의 품안에서 눈물을 보여야만했다. 하도 울어서 더는 장사를 하다가는 뭐든 손님들을 끊길 것 같아 다급하게 카페 문밖으로 close라는 문패를 달은 뒤 카페 문을 잠가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도 친구들로 인하여 카페의 분위기는 바람 한 점 안 멈추는 날이 없다.
차연우가 가고 나니, 이제는 서준영이다.
참으로 임해조 그녀의 인생의 팔자도 기구한 인생이로다.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우는 건데?”
“끄윽……끅끅.”
“그만 울고 말을 해봐. 응?”
어르는 투의 더 서럽게 느껴져 울다가, 숨넘어갈 듯 코를 팽팽 풀어댔다. 그런 준영 때문에 카페마저 일찍 접은 해조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자꾸, 이럴 거야? 야! 서준영!”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해조는 준영을 향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여전히 두루마리 휴지로 코를 팽팽 풀며 울던 준영은 그제야 흠칫 놀라 당혹스러운 눈동자를 띠우며 해조를 바라보았다. 해조가 빨리 말 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긴박한 표정에 놀라 울음마저 뚝 그치게 되었다.
“찢, 찢었다고!”
“찢었다고?”
“그래! 그, 천하의 인간말종 같은 최한결이 내가 수도 없이 밤새서 쓴 드라마 시놉을 내 눈앞에서 벅벅 찢어버렸다고!”
“뭐……? 진짜야?”
“그럼. 내가 이런 일로 너한테 거짓말하겠냐!”
한국대학교에서 차연우와 친구가 된 후 가장 서로 친한 친구들을 소개시켜 준 이후로 몇 몇 어울려서 지내오고 있는 베스트프렌드인 준영과 한결이었다. 준영과 한결은 대학교 시절 때부터 만났다하면 서로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네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를 외쳐대며 원수인지 친구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싸워대는 그들이었다. 또, 하필이면 문학창작과를 나온 준영과 연극학과 출신의 현재 가장 잘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배우를 하고 있는 한결이었다.
드라마는 절대 찍지 않겠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한결이라는 것을 친구라면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 중에 하나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해서든 드라마를 꼭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에 영입하고 싶은 준영의 애타는 마음 또한 친구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누구의 편에 쉽게 설 수 없는 입장인 해조이었다. 왜냐하면, 둘 다 소중한 친구이기에 하지만 시납시스를 눈앞에서 찢어버렸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번에는 한결이 심한 것 같았다.
“하여간. 최한결 걔 욱하는 성질은 알아줘야 돼.”
“아악! 진짜 화나! 분해! 억울해! 쪽팔려서 내가 진짜!”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다는 듯 찬 물을 벌컥벌컥 준영은 들이켰다.
“죽여 버릴 거야! 최한결 죽여 버릴 거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준영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조가 무어라 얘기도 할 세 없이 준영은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야! 최한결 말해! 뭐가 불만인지 다, 말해보라고!”
ㅡ난 안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어.
“대체, 뭔데? 내용? 대체 뭐가 그렇게 네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고!”
ㅡ마음에 안 드는데 이유 있어? 그냥 몽땅 다 네가 쓴 건 마음에 안 들어…
“야!!”
핸드폰을 향해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소리를 빽 내질렀다. 분노에 일렁이던 눈동자에서 화를 이기지 못한 눈물이 또 다시 터질 것 같은 준영이었다. 준영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한결의 장난기 그득한 음성에 폭발해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해조가 준영에게 핸드폰을 자신에게 줘보라고 신호를 보내자, 준영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해조에게 핸드폰을 건네줬다.
“한결아. 나 해조.”
ㅡ뭐야. 너 지금 서준영이랑 같이 있는 거야?
“그래. 얼마나 속상했는지 준영이 지금 울고 난리도 아니야. 야, 네가 왜 드라마 안 찍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준영이 괴롭히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 그쯤 해.
ㅡ괴롭히는 거 아니야. 진짜 안 해. 난, 드라마는 절대 안 찍는다고. 네가 자꾸 서준영 버릇 받아주니까 걔가 서른 먹고 나서도 뭣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라고.
“…….”
ㅡ난 내 의견 확고하게 말했으니까 서준영한테 다신 나 이런 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래. 나 지금 광고촬영중이라서 그럼 이만.
한결은 자신의 말만을 마치고는 매정하게 전화를 뚝 끊었다. 뚜뚜-하고 들려오는 소음에 해조는 잠시 멍했다.
가운데에 껴서 이게 무슨 고생인 것인지.
“끄……그, 그지 발싸개 같은 자식이 뭐, 뭐래?”
“바쁘대.”
“웃, 웃기셔! 바, 바쁘기는 이 세상 다 지만 바쁜 줄 아나!”
“꼭 최한결으로 해야 돼? 다른 남자배우 많잖아. 요즘 그 주원이 잘나간다고 하던데? 그런 배우로 쓰면 안 되는 거야?”
“그, 그래도 최한결 그 인간말종 같은 놈만 나오면 시, 시청률 따 놓은 단상이라고 나보고 꼭 출연섭외 해주면 메인드라마 작가로 해주, 해주겠다고……”
한 마디로 최 한결로 미끼로 삶아 자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 해보고자 하기 위해 필요했었던 인질과도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러니, 도끼눈을 뜨며 하기 싫다고 바락바락 승질을 내는 한결의 심정이 백번 천 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뭐?! 야. 서준영!”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나는 뭐 언제까지 준 메인작가로 남으라는 법 있냐고! 친구 좋다는 게 뭔데 힘들 때 도와주는 게 친구 아니냐고! 우씨!”
해조의 곁에는 철들려면 먼 친구들이 참으로 많고도,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 가 베스트프렌드라는 이름들로 연락하며 지내는 소중한 사람들 인 것을.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빽빽 울기만 하다가 준영이 나가고 카페 뒷정리를 혼자 하고 있는데 또 띠링 소리와 함께 카카오톡이 왔다.
어김없이 또 차연우이었다.
[네가 가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 불러대던 레스토랑 예약했다.]
해조가 뭐야 무슨 날이야? 라고 답장을 보냈다.
[손가락 부러진 줄 알았다. 왜 이제야 답장 보내냐?]
읽고 나서도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 문장이었다. 해조는 한결과 준영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 할까 하다가 하지 않기로 결심을 내렸다. 그런 일이 좀 있었다라고 대충 둘러대며 보내자
[서준영vs최한결 한판 승부 승자는 누구?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지]
라며 연우가 또 카카오톡을 보냈다.
아마……. 최한결이 완전 화가 나서 차연우에게 밤에 술 먹자고 나오라고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친구들이 불꽃같이 싸워댄 것을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니, 걱정거리 하나 없이 사는 인생이 그저 부럽다 못해 한심스러울 뿐이다.
“어휴, 진짜 차연우 널 어쩌면 좋니.”
연우와 해조는 친구다. 숨기려고 해도 절대 숨길 수 없는 남녀관계를 떠나서 가장 친하게 지내오고 있으며 현재 서로를 가장 이해해 주고 있는 그런 10년 지기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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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읽어보니까 오타랑 수정되지 않은 부분들때문에, 수정하고는 다시 올립니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하고 미흡하게 처리된 글을 서둘러 올렸던 점 사과드립니다. 다시는 이러는 일 없도록 올리기전에 몇 번씩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별로 많은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을 것입니다. 몇 몇 이상한 부분만 정돈했습니다. 예전에 포토샵을 서둘러 만드느냐고 시간이 없어서 연재소설 홍보에 오타가 많아서 올렸던 가상들은 다 내렸구요. 다음에 시간이 남을때 가상을 만들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 홍보방에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들 너무너무 다 감사드립니다. 업쪽이 올라왔다는 쪽지도 보내드리지 못하는 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업쪽= 댓글
첫댓글 다시 보니 반갑네요..
즐겁게 봤어여^^
ㅋㅋㅋ 재미있게 잘봤어요
아 너무 좋아요^^ 담편 보고싶어용
잘봤어요ㅋㅋ 담편도 기대할께요~ㅋㅋ
재미있어요 ㅋㅋㅋ담편 궁금하네요
우왕 기대되요!!! 열심히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