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프리카 동북부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아덴만으로 파병된 청해부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가 교민 보호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귀임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해외 파병부대를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청해부대 34진 4400t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의 승조원 300여 명 중 현재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장병이 6명이고, 유증상 격리자는 80명을 넘는다. 합참 관계자는 “군 수송기를 보내 확진자와 유증상자를 국내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 부대원을 진단·검사하기 위해 현지 공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지난 4월 장병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청해부대에는 백신을 보내지 않아 파병 부대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집단감염 대책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나섰지만, 추가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지난해 다른 함정 발병 사례에선 코호트 격리가 효과가 없었다.
문무대왕함의 코로나19 확산은 이달 초 시작됐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2일 간부 1명이 감기 증상을 보였고, 그 직후 다른 장병 40여 명도 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밀폐 함정 집단감염 취약한데 … 국방부, 접종 계획도 안 세워
이에 따라 신속항체검사(간이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으로 나왔으며 X선 검사에서도 폐렴 진단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가장 먼저 감기 증상을 보였던 간부와 접촉한 이들 중 인후염 등 관련 증상이 있는 간부 6명을 대상으로 인접 국가에서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왔다. 14일 밤엔 한 간부가 폐렴 의심 증상을 보여 현지 병원에 이송했지만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참은 전했다.
청해부대는 군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 전인 2월 출항해 접종자는 없다. 그런데도 군의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현지에 도착한 뒤에도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백신을 청해부대에 보내려면 현지 협조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한국에 돌아오면 접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는 통상 6개월 정도 작전에 투입되므로 8월 말 귀국할 때까지 미접종 상태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했다는 뜻이다. 안일한 인식과 소홀한 관리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파병지에서 현지인을 접촉하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군은 보급을 위해 수시로 현지 항구에 들어가는데, 이번에 폐렴 증세를 보인 간부도 지난달 말 현지에서 군수물자 적재 임무를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현지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물자를 옮겨싣는다”면서도 “보급 담당 간부는 물건을 확인하고 추가 계약을 상의하려면 현지인을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무대왕함 장병은 출항 전까지 2주간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1~2월 PCR 검사를 두 차례 실시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청해부대 33진(최영함)과 임무를 교대할 때까지는 확진자가 없었다.
군 당국은 앞서 해외 파병 장병 중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제대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바레인 연합해군사에 파견된 해군 장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에서 2월과 4월에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나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 파병 장병 1300여 명 중 960여 명(72.6%)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남수단 한빛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아랍에미리트(UAE) 아크 부대 등의 장병이다. 이들은 대부분 출국 전 국내에서 접종하거나 현지 당국이나 유엔의 협조를 받아 파병지에서 접종했을 뿐 국내에서 보낸 백신을 현지에서 맞은 경우는 없었다.
함정이 집단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고립된 공간에서 다수의 승조원이 24시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밀폐 공간이라 자연 환기가 어렵고, 인공 환기 시설은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 국내외에서 이미 여러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서 1000명 이상의 승조원이 확진돼 작전을 중단하고 괌으로 긴급 피항했다. 4월 서해로 이동하던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도 확진자 38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달 30일 출항해 8월 말 한국에 입항할 예정인 영국 해군의 디젤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함에서도 100여 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지난 14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해 방역 인력, 의료 인력, 방역·치료 장비, 물품을 최대한 신속하게 현지에 투입하라”고 주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http://naver.me/FNm43D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