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늦게까지 사주를 간명하고 나니, 목이 컬컬하여 평소와 같이 마눌님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 나누었다.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잔을 거듭하는데, 채널을 이래 저래 돌리다 언제나 처럼 마눌님의 파워에 눌려 그만 전설의 고향에서 스톱을 하고 말았다
우리 마눌님께선 전설의 고향이 무척 취향에 맞는 모양이다 어쩔수없이 마눌님의 뜻에 따라 십여년전의 재방송 전설의 고향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프로는 평상시 직업병적으로 생각하던 인생의 숨은 수수께끼 같은 것이 내포되어 있는것 같아 오히려 내가 더 빨려 들어 갔던것 같다
조선시대까지 존재 했다던 ‘씨받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 왔지만, 이번의 작품은 그와 반대인 ‘씨내리’ 라고 하는 것이었다
‘씨받이’가 여인이 아들을 갖지 못해 아들을 잘 낳는다는 여인을 하루밤 끌어들여 아들을 낳게하여 대를 잇게 하는 방법 이었다고 하면 ‘씨내리’는 반대로 자식을 볼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서 외간 남자를 하룻밤 끌어 들여 가문의 대를 잇게 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동안 보도 듣도 못한 내용 이었는데, 고려사에는 자주 등장을 했다고 하니 암암리에 전해 내려온 우리의 오랜 풍습중의 하나가 아니었는가 생각을 해본다
배경 설명은 이러하다
때는 조선시대이며 당시 뼈대있는 가문 이었던 경상도 함양의 김씨 문중의 이야기로 종손 집안에 며느리를 맞이한지 3년이 되도록 태기가 없자 시부모가 직접나서 첩을 들일 것을 강요 하면서부터 시작이 된다
현대 같으면 이 정신없는 시부모들 법에 응징을 받아 이혼 위자료를 있는 정성껏 갖다 바쳐야 했을 것이다
당시는 여인의 칠거지악을 강요하던 시대라 이 집안에 시집온 불쌍한 종손 며느리 말한마디 못하고 꼼짝없이 이를 지켜만 봐야만 하는 불쌍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자식을 가질수 없는 신체를 갖고 태어난 이 집의 장손은 첩을 세 번 바꾸고도 끝내 자식을 생산치 못하게 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시부모들은 해서는 안되는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씨내리’였던 것이었다
시집온 며느리의 몸에 외간남자의 씨를 받게하여 가문의 대를 잇고자 하는 방법을 택하고 만다
이때 '씨내리'로 채택된 사람이 바로 당시의 소금장수가 된다 이 소금장수는 아들만 일곱반을 두었다고 한다
반은 무엇 인가?고 이 집의 청지기가 묻자 아들만 일곱을 두었고, 지금 한명은 뱃속에 들었는데 소금장수 아내의 말에 의하면 이 역시도 아들이 틀림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이 소금장수의 한마디에 모른척 아주 흡족한 웃음을 짓던 이 집의 시어머니 모습은 오랫동안 각인이 될 것 같다
자신도 같은 여자의 신분 이었을텐데....
각설하고
불쌍한 종손 며느리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어쩔수없이 소금장수와 하룻밤 합방을 하게 되는데, 문지방 앞에는 시어미가 차고 앉아 씨를 받은 며느리의 잠자리 방향과 눕는 위치까지 간섭을 한다(사주와 관련 있을까?)
새벽동이 틀 무렵 소금장수는 두둑한 노자돈을 받아 집을 나서게 되는데 나의 예상데로 이 소금장수는 집 문밖을 지나 성황당 옆의 개울에 이러러서 이 집안의 장손이 쏜 화살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아무리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함 이지만 세상에 나눠 먹을수 없는 것이 권력과 여인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래서 남자의 질투가 더 강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덧 시간은 흘러 며느리는 떡뚜꺼비 같은 아들을 생산하고 만다 집안은 경사 스러움에 부산한데, 가장 가슴 쓰린 사람이 바로 이집의 종손이 아니겠던가?
이 못난 종손은 끝네 부인에게 선물 한다는 하는 것이 기저귀 같은 긴 명주 옷감에 은장도를 선물하고는 조상을 모신 사당 앞에서 재를 올리게 된다
이 시각 기쁜 마음에 선물 꾸러미를 풀어 본 며느리 의외의 선물에 당황한다 하지만 곧 선물의 뜻이 무엇 인가를 알게된 불쌍한 종손며느리 결국 스스로 명주 옷감에 목을 매달고는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그후 십년도 안돼 이 가문도 운이 다 되었는지 겨우 건진 아들과 종손 종손의 부모들 까지 돌림병에 차례로 목숨을 잃고 가문의 문을 닫고야 만다
마지막 부분에 폐가가 된 집안에 우연히 들렀다가 종손 며느리 귀신을 보고 놀라 달려온 이름모를 객에게 집안의 청지기가 집안의 내력을 구구절절히 이야기해 주고는 작품의 결론을 내리는 듯한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끝을 낸다
“십년도 안돼서 이렇게 허탈 한 것을.... 십년도 안돼서 이렇게 허망 할 것을....”
사주를 공부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생애를 알아 보는 것 이라고 한다면 이런 내용에서 참으로 많은부분 다양한 공감대가 형성 되는 것 같다
<주인공인 부인의 예를 사주에 비유 한다면 좋은 집안에 태어날 팔자 좋은 가문에 시집갈 팔자 남편덕이 없을 팔자 외간남자와 통정을 할 팔자 아들을 낳고 명이 다하는 팔자.
종손은 좋은 집안에 태어날 팔자 무관팔자 부모가 병이요 스스로 살인을할 팔자에 작첩을 하는 팔자에 자신의 대에 집안이 망하는 팔자
소금장수는 부모덕없는 팔자 장사할 팔자 아들이 많고 딸이 없을 팔자 지체높은 여인을 품어볼 팔자 유복자를 둘 팔자에 여인이 병이 되어 객사할 팔자 명이 짧은 팔자>
많은 생각들이 교차된다
오늘도 사주를 보며 사람의 장래지사를 논하고, 내일도 역시 타인의 장래지사를 논해야 하는데, 작은 책자에 적혀있는 정석같은 오행 풀이에만 얽매여 정작 중요한 인간지사 길흉 판단에는 아직도 눈뜬 장님처럼 지내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
첫댓글 아주 맘에 드는, 역학자 다우신 글입니다.
거의 병적이가 싶죠?..ㅎㅎㅎ...이제는 몸에 베여서 모든것이 사주학에 귀결이 되는것 같습니다...이렇게 살면 세상사가 재미가 없어지는데...그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밥먹고 하는짓이 이것 밖에 없으니...할수가 없는것 같습니다...ㅎㅎㅎ
그러쿤요 과연 팔자공부를 해서 모든해안이 뜨이는것인지 인연대로 팔자대로 사라가는것인지,,
맞습니다 우리가 사주팔자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다...깊고도 오묘한 인간의 인생사를 알려면 아직도 멀고 먼것만 같습니다...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돌에도 꽃이 필날이 있겠죠...ㅎㅎㅎ
정작 중요한 인간지사 길흉 판단에는 아직도 눈뜬 장님처럼... 무척 공감이 가는 말씀이고 사주학이 결국 인간학인데 사주학으로 귀결되는 것은 인생의 지대한 관심이니 모자란 부분은 채워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재미도 더해지겠지요. 혜도님의 고뇌가 돋보이는 글 잘 보았습니다. ^^*
이젠 몸에 베여서 버릇이 된것 같습니다..인간사를 사주에 갖다가 붙이는거요..ㅎㅎㅎ..이렇게 살면 재미 없는데...그렇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