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아부지 보약, 개구리
그 후로도 한약방 할아버님께서는 가끔씩 들르시어 너희들 할아버님의 병세를 보아 주셨단다. 그런데 하루는, "아가, 늑아부지 기운을 돋과 줄려면 소뼈라도 고아 먹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된께 네가 좀 고생스럽겠다만 이젠 봄이 되었으니 들판에 나가서 개구리 좀 잡어와야 쓰겄다." 하시며 병 후, 원기 회복에 개구리가 그렇게 좋다고 하시더구나. 그래, 개구리 잡는 훈련은 이미 예전에 충분히 했기 때문에 지렁이 잡는 것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구리를 잡으려면 목포 시내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열차를 타야 하는데, 버스는 부피가 큰 엿목판을 잘 안태워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잠을 조금 덜 자고 열차 시간에 맞추어, 목포역에서 두 세 정거장 ‘임성’이나 ‘일로’ 등 논이 있는 역을 찾아갔단다.
엿목판 진 열네 살 소년의 머릿속엔
엿 팔 생각, 개구리 잡을 생각에
마음 급한 엿가위질 소리에 맞춰 걸어도
눈은 폴딱폴딱 뛰노는 개구리들만 찾는다.
그날 장사 다 끝나면 개구리 사냥도 끝난다.
엿목판 아래 궤짝엔 엿과 바꾼 고물들이 가득
울아부지 몸보신 개구리도 가득
흐뭇한 마음으로 꽉 채워진 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더러는 개구리 잡는 재미에
해지기 전 기차를 놓치기라도 하면
은은한 달빛 아래서
막차를 기다리는 풀렡홈까지 들리는
개구리들의 개굴개굴 소리는
울아부지 보약들의 합창이다.
그 즈음 해서 너희들의 할아버님의 통증은 거의 멈추셔서 손수 개구리죽을 데워 잡수실 만큼 병세가 회복되고 있었다. 나는 장사가 일찍 끝나는 날은 얼른 개구리죽 끓여드리고, 개구리죽 드시는 너희들의 할아버님 턱 바로 아래 누워서 그 날의 일들을 쫑알쫑알 전해드렸다. 내 고생의 보람스러운 행복이 엿방안에 뭉실뭉실 채워진다. 나는 그 때, 너희들의 할아버님께 졸라서, 구전 민요처럼 엿장수들 사이에 불려지던 엿타령을 배워단다. 너희들의 할아버님께서 건강하실 때엔 가끔씩 당신이 술기운이 얼근하시면 엿방 마당이나, 대폿집 문 앞에 무거운 엿목판 부리시고 그 엿목판을 빙빙 돌며 구성지게 부르시는 엿타령에 맞춰 당신 몸을, 당신 맘을 춤으로 덩실덩실 추시던 모습이, 노래 소리가 지금도 내 눈에, 내 귀에 선하구나.
당신의 온갖 시름
손가락 끝에 모아
하늘로 휘휘 내 저으신다.
그러시다
당신 흥에 취하시면
춘향가, 심청가 목청을 뽑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