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름달 서른날, 흐림.
아침에 세탁소를 하는 이세훈 군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세훈 군은 세탁소 두 개를 운영하는데
그 중 새로 시작한 세탁소에 불편한 점이 있어
시(市)에 민원을 넣으려고 글을 하나 썼는데 살펴 달라는 겁니다.
그가 보낸 글을 얼핏 살펴보니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대로 보낸다 하더라도 읽는 이가 무슨 뜻인지를 모를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보내도 되겠다고 했더니 굳이 고쳐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연락을 하다가 점심까지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이세훈 군은 내가 이 골목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입니다.
오직 세탁소에 인생을 걸었다고 할 만큼 그것 하나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인데
사람 사귀는 일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던 내게 그가 다가오게 된 것은
그보다 먼저 다른 자리에서 알게 된 최성호 군이
내가 사는 골목으로 이사를 와서 식당을 시작했고
사람 잘 사귀는 성호 군이 먼저 그 식당 앞집인 세훈 군을 사귀고
이어 밥 먹으러 간 자리에서 만나면서 시작된 인연이
바로 이세훈 군입니다.
그는 부지런하고 좀 특이한 기질을 가진 사람입니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아주는 걸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짧지 않은 세월 그와 이런 저런 일들로 얽혀 지금까지 지내는 동안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와 점심을 먹는 중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관광을 갔던 한국 사람들이
타고 있던 유람선이 다른 배와 부딪쳐 침몰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이 죽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들었습니다.
삶을 즐긴다고 떠난 길이 그대로 죽음의 길이 되었다는 이 일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비극으로 남는 사고라는 생각과 함께
남은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들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세훈 군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낚시를 다녀왔고
오후는 내내 헝가리의 유람선 사고 이야기로 가득했는데
단순한 사고이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인명의 손실이라는 점에서
큰 사고일 수밖에 없음
하여 오늘 이름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붙이고
죽은 이들과 남은 사람들을 위해 두 손을 모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