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봄이 완성되는 달이라 한다면 6월은 성하(盛夏)로 가는 길목입니다.
4월과 달리 5월은 모든 것이 안정적인 달이지요. 하늘은 맑고 초목도 연둣빛을 지우고 초록빛으로 갈아입습니다. 또한 야생화, 울타리 안의 화초도 꽃의 색감도 다양해 지면서고 크기도 탐스러운 계절이 바로 5월입니다.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동이 트는 시간도 5시 중후반에 자리로 옮겨 갑니다. 이런 영향 덕분에 기온마저도 야외활동을 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주는 달이 바로 5월입니다. 이러한 환경의 영향으로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행사가 많은 달도 5월이 된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4월은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때로는 폭설이 내리고 우박이 떨어지는 겨울을 불러오는 일을 서슴지 않는 심술을 부리는 달이 바로 4월입니다. 더군다나 강원도에 몰려 있는 1000m 이상 고산지역 정상에는 폭설이 내려 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멋진 설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 바로 4월 말 요즈음의 모습입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와 동시에 우박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다가 오싹한 한기를 느꼈습니다. 손 빠르게 세탁하여 장롱 속에 묻어 두었던 폴리스 쟈켓을 꺼내 껴입었습니다. 참 어깨 부근에서 시작되어 허리 부근까지의 온기 쓸어 내림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등이 따뜻해지니 아늑함이 가슴까지 전이되어 봄꽃처럼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작년 12월은 온전하게 지키고 금년 1월 일부 동안 머물다 떠난 후 찾지 않은 산막, 내려온 지 오늘로 열흘이 지났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였다간 거침없이 자라는 초목끼리 뒤엉키면 낭패를 당하게 됩기 대문입니다.
무질서하게 변해버린 것을 다시 제자리를 잡으려면 스스로 노동력을 끝도 없이 착취해야 정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젠 세월의 무게가 가슴팍까지 차올라 그런지 견디기 힘든 노릇입니다. 묵혀 놓으면 고단한 품을 팔아야 하므로 그때그때마다 건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산막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감을 몰아 두었다가 몰아쳐서 해결하려면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꾸준히 매월 건사의 품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어야 탈이 없습니다. 산막 부근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인적이 끊긴 지역은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름대로 겨울에 산책을 도모하면서 가지치기를 해 놓은 곳은 길이 선명하게 뚫려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잡목과 새로운 잡초들이 길을 지워버렸습니다. 양지바른 산 길도 정강이까지 풀이 자라 올라 기세가 무섭습니다.
고작 열흘 동안 정주의 시간이었지만 산막은 많은 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수선화, 튤립은 지고 뒤를 이어서 매발톱과 앵초, 붓꽃, 피기 시작하였고 작약도 봉오리가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애기똥풀 꽃도 지천을 이루고 머이 꽃대는 지기 시작하면서 머이 잎은 급성장하기 시작하는군요. 모과 꽃도 한창 피기 시작하였고 아기단풍 잎처럼 앙증맞던 담쟁이 잎도 성큼 커버렸습니다. 5월이 성숙해가는 결 따라 앵두꽃도 필 것이고 감꽃도 피고 밤꽃도 피기 시작할 것입니다. 노란 송화가루도 여기저기 색을 입히고 다니고 있는 모습이 바로 지금의 산막 환경입니다.
얼마 전에는 수퍼문이 감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중천으로 옮겨가는 달구 경도하였습니다. 그날 달무리가 뚜렷하더니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일이 자주 있는 중입니다.
달이 없는 봄 날엔 북쪽 방향으로 은하수도 보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은하수를 순수 우리말로 미리내라 부릅니다. 미르의 뜻은 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라는 단어는 시내를 뜻하지요. 용이 살고 있는 시내라는 뜻이 됩니다. 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밤하늘의 낭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은하수를 제대로 관찰하려면 광공해가 없어야 하고, 미세먼지와 습도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주어야 잘 볼 수 있습니다. 하얀 쪽배가 있다면 그러한 공해와는 상관없겠지만~~~ 산막엔 광공해가 아주 적은 편이라 관찰이 용이합니다. 어릴 적 별자리를 찾는 관찰을 하면서 익힌 은하수와 관련된 전설이 불현듯 떠올라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유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집안에서 자란 저는 개인적으로 이웃들에게 떡 배달을 잘하는 소년으로 소문난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절기 따라 찾아오는 전통에 의거하셔서 음식이나 떡을 만드셔서 집 안에서 나눔 하시고 이웃에게도 나누곤 하셨는데 가마솥을 거신 후 시루를 올려 쌀 또는 찹쌀을 팥 고명과 함께 올려 시루떡을 만드신 후 종종 나눔 하셨습니다. 칠월칠석날이 오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었는데 이 때도 떡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야기와 일 년에 단 한 번인 7월 7일 까치와 까마귀가 다리 놓아 두 사람을 만나게 하였다는 전설도 당시에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동북아에 속한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한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음도 당시에 알게 되었지만 그리스 설화나 아랍의 설화에도 전설이 있다는 사실은 성장하면서 알게 됩니다. 그리스에서는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려고 헤라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젖을 물렸는데 헤라 크레스의 강한 힘에 놀란 헤라가 밀치자 그 사이 뿜어져 나온 젖이 은하수가 되었고 지상으로 몇 방울이 떨어져 하얀 아이리스 꽃이 되었다 합니다. 이런 연유에 의하여 은하수를 영어로는 밀크 웨이(Milky Way) 라 한답니다.
아랍에서도 은하수에 대한 전설이 내려옵니다. 아랍인들의 한 종파인 가난한 배두인 (Bedouin족은 아라비아 반도 내륙을 중심으로 시리아, 북아프리카 등지의 사막에서 살아가는 아랍계 유목민 부족을 뜻합니다.) 집에 손님이 찾아옵니다. 손 님을 대접할 음식이 없음을 고민하다 외아들을 죽여 대접을 할 계획을 결심합니다. 이를 본 신께서는 천사 가브리엘 에게 흰 새끼양을 갖다 주도록 합니다. 참극을 막기 위하여 서둘러 달려가다 털이 빠져 날아가 은하수를 이루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이러한 전설을 기억하며 은하수를 잘 관찰할 수 있는 4월을 보낸 것도 산막에서였습니다.
장날 읍내에 다녀왔습니다. 일반 고추, 오이 고추, 토마토, 가지, 마디 호박, 단호박, 당귀, 적상추, 청상추, 치커리, 참외, 노각 모종을 준비하여 산막으로 올라왔습니다. 심어 놓으면 고라니가 뜯어 먹고 사라져 어느 해에는 먹어보지 못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도 참으며 공존이라 생각을 키우다. 이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산막 외곽에 간이 울타리를 치기로 한 것입니다. 작년 텃밭 위주로 울타리를 쳐 두었더니 피해 없이 야채를 먹거리로 즐 길 수 있었습니다. 흙을 갈아 업고 퇴비를 준 후 준비해 놓은 둔덕에 호미자루를 이용하여 모종 심을 자리를 눌러 만든 후 그 속으로 밀어 넣고 흙으로 다져주었습니다. 심기를 거의 끝낼 무렵 폭우가 쏟아져 제대로 뒤 정리를 못해주고 일을 멈춰야 했습니다. 어제까지도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여 작업을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잔뜩 흐려있군요. 기온도 많이 낮습니다. 오늘 모든 작업을 쉬기로 결정하고 대신 등산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쉬지 않고 걸어 오르면 약 1시간에 정상까지 주파할 수 있는 산을 선택하였습니다. 해발 고도 436M 산입니다. 정상까지 가는 길 대부분 급경사지입니다. 하산길 역시 반대편으로서 급경사를 이룬 곳이지요. 등산하며 걷는 길의 길이는 약 3,86KM로서 하산길 소요 시간은 20분 정도입니다. 육산인 관계로 하산길은 무척 편안합니다. 오름에서 느끼는 가파른 호흡은 등 뒤에서 펼쳐지는 전경이 퍽 아름답고 해를 등지고 걷게되어 가파른 한 오름을 오른 후 등을 돌려 전망을 해 보면 찬란한 태양빛에 색들이 자연 곳곳에 뿌리를 내려 얼마나 근사하지 모릅니다. 5분여 머물다 이어서 걸어오르다 다시 한 번 더 등을 돌리면 눈 높이에 맞춰 다른 아름다운 전경이 기다립니다. 작은 정상에서 큰 정상까지의 외 길은 거의 고도가 같아 숨고르기에 좋은 산책 길 같은 곳입니다.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오름 길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수목은 대부분 활엽수 중에 참나무가 대세인 산입니다.
앞에 보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빠져 내려가면 배티성지로배티 성지로 가는 주능을 만나게 됩니다. 직접 배티 성지로 갈 수도 있지만 서운산 정상으로도 갈 수 있는 지맥입니다.
이 방향은 다시 산막 뒤 숲과 연결되는 상당히 가파릅니다. 어느새 숲은 이렇게 우거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뭇잎도 그렇고 가지와 몸통도 쑥쑥 자라는 것이 아침저녁으로 비교가 될 만큼 속도감이 생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