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삼성 강기웅 2군 타격코치는 현역시절 호타준족으로 유명했다. 8시즌 동안 타율 3할을 4번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선 별 활약이 없었다. 그의 통산 준플레이오프(준PO) 성적은 타율 2할1푼1리이다. 홈런과 타점은 아예 없었다. 강 코치는 “단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포스트 시즌이라고 특별할 건 없었다. 정규 시즌처럼 스윙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큰 경기 부담 때문에 늘 신중하게 타격했다. 스윙 폭도 줄였다. 돌아보면 그게 오산이었다. 원래 스윙대로 자신감 있게 휘둘렀어야 했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큰 경기일수록 단점을 극복하려 하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준PO 1, 2차전이 끝나고 두산 4번 타자 윤석민에게 물었다.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윤석민만의 호쾌한 스윙이 보이지 않는다”고. 윤석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가능한 스윙을 컴팩트하게 하려 했다. 투수의 공도 최대한 오래 보려했다. 그런데 스윙을 컴팩트하게 하고, 선구안을 높이자는 것까진 좋았는데 생각이 너무 많았다. 생각이 많다 보니 정작 나만의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3차전부턴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할 작정이다. 그리고 정규 시즌처럼 자신감있게 스윙할 참이다.”
윤석민은 3차전부터 다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윤석민은 정규 시즌처럼 폭발력 넘치는 스윙으로 롯데 투수들과 맞섰고, 3차전 5타수 2안타 1타점, 4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을 경험했던 야구인들은 하나같이 “단기전에선 생각을 단순화하면 할수록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팀, 선수 할 것 없이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현대야구는 전력분석력이 뛰어나 자칫 단순하기만 했다간 상대팀에 농락당하기 쉽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게 있다. 야구인들이 조언하는 ‘생각의 단순화’는 ‘막무가내식 단순함’이 아니라 ‘목표의 단순화’, ‘장점에 집중하는 단순화’라는 것이다.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목표의 단순화가 뚜렷했던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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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4차전 불펜투수로 등판한 롯데 송승준(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10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PO 4차전은 3차전의 재판(再版)이었다. 3차전 롯데는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가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도스키의 부상에 롯데는 불펜진을 1회부터 가동했다.
4차전도 비슷했다. 선발 고원준은 2회 윤석민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3회에도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이를 지켜보던 모 구단 전력분석원은 “고원준의 구위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오늘 롯데가 경기를 잡아야겠다 싶으면 바로 불펜진을 가동할 것이고, 5차전을 대비한다면 3회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4차전 승리를 위해 쉐인 유먼을 제외한 전체 투수진을 총동원할 것”이라 공표했다. 역시 롯데가 선택한 카드는 전자였다. 롯데는 곧바로 1차전 선발이었던 송승준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송승준 등판 의미는 두 가지였다.
송승준에게 3이닝 이상을 맡기겠다는 것과 무슨 일이 있어도 4차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양 감독은 준PO 전부터 “두산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 승리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게 올라갔다간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SK의 들러리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었다.
전문 선발요원이 불펜에 투입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고 최동원은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과 주자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선발은 와인드업으로 첫 투구를 시작하지만, 불펜은 주자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기에 세트 포지션에서 첫 공을 던진다. 그 미세한 차이가 투구 밸런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다 불펜은 빠르게 몸을 풀고 투구하는데 익숙하지만, 선발은 충분히 몸을 풀고 등판해야 한다. 그래야 투수 스스로 불안하지 않다. 현대야구는 선발과 불펜투수의 투구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걸 잘 알기에 선발의 불펜투입이 예전보다 상당히 줄었다. 사실 그게 정상적인 야구다.”
하지만, 그런 최동원도 1984년 한국시리즈에선 1, 3, 5차전 선발로 등판하고서 6차전에 불펜투수로 나왔다. 특히나 6차전 등판은 그가 전날 9이닝 완투한 걸 감안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당시 최동원은 4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를 지켰다.
“당시 내가 등판한 이닝을 보라. 5회였다. 그땐 주자가 없었다. 언제든 투입을 대비해 2회부터 몸을 풀고 있었다. 무엇보다 5회면 내가 다소 실투해도 타자들이 점수를 만회할 4이닝이 남아 있었다. 부담이 한결 덜했다.”
송승준 등판 때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송승준은 유주자 상황에 등판했다. 와인드업이 아닌 세트 포지션으로 공을 던져야 했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등판한 건 3회였다. 앞으로 6이닝이나 남아 있었다. 부담이 덜할 수 있었다.
우려가 먼저 적중했다. 송승준은 3회 1사 1, 2루에 등판해 첫 타자 민병헌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김현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윤석민에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후 최준석에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원석은 투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했다.
기대가 현실화한 건 4회부터였다. 서서히 안정을 되찾은 송승준은 5, 6회를 깔끔히 막았다. 송승준은 7회 2사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이명우와 교체될 때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4차전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한 롯데 벤치는 0대 2로 뒤진 7회 2사 1, 2루에 김사율을 등판시켰다. 지는 상황에서 필승조 김사율을 등판시킨 건 어떻게든 4차전을 승리하겠다는 롯데 벤치의 강력한 의지였다.
롯데는 3대 3 동점이 되자 이번엔 마무리 정대현을 9회부터 올렸다. 정대현은 10회까지 던지며 2이닝 동안 30개의 공을 던졌다. 올 시즌 정대현이 2이닝 이상 투구한 건 24번의 등판 가운데 3번이었다. 투구수 30개 이상도 2번에 불과했다. 만약 정대현이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고도 롯데가 진다면 5차전 불펜진 운영은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롯데는 ‘목표의 단순화’를 바탕으로 정대현 카드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첫댓글 ㅋㅋ 왜리 길엌ㅋㅋㅋㅋㅋ
그니깐ㅋㅋ
부산갈매기~~롯데~~고고~~오오오오오~~
ㅋ죄송
우와길다
조회수1892ㅋㅋ
지금은 4085번..!레알쩌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