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주도주로 법원 경매시장을 주름 잡았던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의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신건임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즉시 팔려나가던 물건들이 1회 유찰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2번씩 떨어지는 물건도 속출하고 있는 것. 실제로 연초 대비 강남권의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3계 입찰법정.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장미아파트 140㎡(46평형)이 10억4000만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 감정가 13억원에서 한차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빼어난 입지조건에 재건축 등 미래가치도 예견돼 예전같으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 날은 불과 4명만이 참여해 11억2777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86.4%.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진주아파트 138㎡(47평형)도 15억원에서 두 차례나 유찰돼 오는 11월19일 9억6000만원에 재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처럼 버블세븐 지역 내 유망 아파트 물건들이 올 들어 경매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강남권 입성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다. 강남권에 내집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나 평형대를 넓히려 한다면, 요즘 같은 때 경매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달 안에 버블세븐지역 내 유망물건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줄줄이 쏟아져,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강남권에서는 오는 23일 1회 유찰된 개포동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25일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논현동 경복아파트가 감정가의 80%에 입찰에 부쳐진다. 타워팰리스 223㎡는 40억원에서 한차례 떨어져 32억원에 입찰이 진행된다. 같은 날 서초 방배래미안과 2회 유찰된 반포동 신반포아파트도 경매가 진행된다. 이어 29일에는 각각 2회씩 유찰된 문정동 올림픽훼미리타운과 가락 시영아파트가 주인을 기다린다. 또 22일에는 송파 오금동 현대아파트와 신천동 진주아파트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다. 오금동 현대아파트는 12억원에서 두차례나 유찰돼 7억6800만원에 재입찰이 실시된다. 용인권에서는 24일 신봉동과 상현동에서 각각 1회 유찰된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다만, 최근 거래 사례가 거의 없어 정확한 매매가를 알기 어려운 점은 주의점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자칫 법원 감정가를 낙찰가로 오인해 고가 내지 시세와 별반 차이없는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어 입찰 전 철저한 시장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5계에서 낙찰된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 125㎡(41평형)은 감정가 16억원에서 2회 유찰돼 10억2400만원에 입찰이 실시됐으나 전 유찰가(12억8000만원)를 넘긴 13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경우, 제값을 주고 낙찰받은 것으로 향후 세금과 명도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경매의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