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 대군(平原大君) 이임(李琳)이 졸(卒)하였다.
임의 자는 진지(珍之)요, 호는 근행당(謹行堂)이며, 세종의 일곱째 아들이다.
풍도가 헌걸차고 천성이 슬기로왔다. 13세에 평원 대군으로 봉하였다. 정사년에 문묘(文廟)에 배알하고 종학(宗學)에 입학하였는데, 이로부터 날마다 종학에 나아가서 배움에 힘써서 게으르지 아니하여 경서를 깊이 연구하고, 《시전》과 《예기》와 《대학연의(大學衍義)》에 더욱 숙달하였다. 또 글을 잘 짓고 글씨가 신비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활쏘기와 말타기가 참으로 빼어났는데, 이에 와서 홍역을 앓다가 화위당(華韡堂)에서 돌아가니,
나이 19세였다, 양궁(兩宮)이 몹시 슬퍼하여 수라를 중지하고, 조회와 저자를 사흘동안 정지하였다. 중외(中外)의 위문(慰問)들은 없애게 하고, 첨지중추 변효문(卞孝文)과 소윤 민원(閔瑗)을 명하여 호상(護喪)하게 하였다. 임은 기개와 풍도가 호걸스럽고 준수하여 범상하지 아니하고, 악함을 미워하기를 원수같이 하고 남의 착함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며, 평상시에는 엄하고 꿋꿋하고 침착하고 묵중하여 말과 웃음을 함부로 하지 아니하며, 사람을 접대하고 사물을 다룰 적에는 겸손하고 공순하고 온화하고 우아하여 일찍이 존귀와 권세로 교만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효성과 우애가 천성의 지극함에서 나왔으며, 더욱이 천후를 점치기를 잘하여 바람ㆍ비ㆍ구름ㆍ천둥들의 변화를 미리 말함이 거의 다 틀림이 없었다
. 시호를 정덕(靖德)이라 하였으니, 정(靖)은 몸을 공손히 하고 말을 적게 한다는 뜻이요, 덕(德)은 의리를 굳게 잡고 착함을 찬양한다는 뜻이다. 아내는 호군 홍이용(洪利用)의 딸인데, 강녕부부인(江寧府夫人)으로 봉하였다. 아들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