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리石門里
이른 아침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흰민들레꽃을 닮아
머리가 더 새하얗게 센 노인네 손을 잡고
엉엉 운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안간힘을 다해 손을 이끈다
이곳이 어디냐며
안 가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티는
손가락이 곡괭이처럼 휘어진 노인네는
이빨이 다 빠진
짐승을 닮은 허물어진 잇몸을 드러내며
앙앙 운다
들어보니 난지도에서 평생 갯것을 해 먹으며 살았던
어머니가 귀먹고 나이조차 까맣게 잊은 채
홀로 살자 등에 업고 뭍으로 나와
바깥방에 삼시세끼로 모셨으나
자신이 낳은 딸조차 몰라봤다
날로 힘에 부치자 더는 수발하지 못하고
한쪽은 끌고 한쪽은 버티면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요양원 문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인은 노인네의 손을 쥐어박으며
문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하지만
노인네는 주저앉아 발버둥을 치며 우는
앙앙 울음이 길바닥에 내려앉았다
구순이 넘은 노인네를 갓난아이 젖을 떼듯이
매몰차게 손을 이끌지만
노인도 노인네도
앙앙 엉엉 울어대는 울음에 초롱꽃을 깨우고
달개비를 흔들어 깨웠다
노인네는 섬집으로 보내달라고 앙앙 울고
노인은 돌아갈 집이 없다고 어르고 달래며 엉엉 울고
출입문을 잡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다그치고 있었다
길섶 여뀌도 바람에 흔들리며 울고 있었다
첫댓글 슬픈 종말입니다
어찌됐던 요양원은 갈곳이 아닌데, ㅋㅋ
주위에서 들어봐도
요양원은 피하고 싶은 곳이라 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