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위클리 | 기사입력 2008.08.25 10:04 | 최종수정 2008.08.25 10:04
2008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애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와 종합 10위권 진입의 성과를 넘어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를 획득, 종합 7위에 올랐다. 메달을 딴 선수뿐 아니라, 대회에 참가한 25개 종목 267명 모두 자랑스럽고 대견함은 물론이다.
특히나 국제 대회 때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이라는 언론의 단골 멘트로 포장(?) 된 선수들이 이번에도 선전하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그간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참아내며 땀과 눈물을 흘렸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엉뚱한 화살 맞은 한국 축구
하지만 이번에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화살이 엉뚱하게도 축구로 돌아왔다. '축구에 편성된 막대한 예산으로 차라리 다른 종목에 투자하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이다.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모습이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실력은 물론, 매너에서도 상대팀에게 졌던 모습은 축구에 관한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투지를 불태우는 사이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한 선수가 이탈리아 선수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분명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로 인해서 '축구에 편성된 막대한 예산으로 다른 종목에 투자하자'는 이야기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국 축구는 돈 먹는 하마?
대한체육회의 1년 총예산은 599억 6천만 원이다. 그 중 대한축구협회가 179억여 원을 받아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어 대한배구협회 32억 원, 대한육상경기연맹 28억 원, 대한수영연맹 23억 원, 대한농구협회 19억 원, 대한야구협회 15억 원 등의 순으로 대한체육회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단순히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의 성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15억 원의 지원을 받고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금메달을 따낸 야구가 179억여 원의 집중 투자를 받고도 8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총예산은 '절대' 올림픽을 위해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국내의 아마추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의 예산은 유소년 육성과 용품 지원, 생활 체육 분야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지난해 대한체육회 등록선수현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 13만 3,590명 중 축구 선수는 2만 4,6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생활 스포츠로 널리 자리 잡은 2위 궁도의 등록 선수가 1만 48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인원이다. 대부분의 축구 예산은 바로 이 아마추어 등록 축구 선수의 지원에 쓰인 것이다.
전국 각지의 축구부에 물품을 지원함은 물론, 동네 '조기 축구회'가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고 사용하는 인조잔디 구장의 관리비까지 이 돈으로 충당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 체육회는 이 시설 관리를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원받은 179억여 원 중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지원된 돈은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의 예산과 따지는 것이 우스운 일인 줄 알면서도 일부의 주장에 반박하고자 비교해 봐도 축구에 지원하는 돈은 결코 많지 않다. 대한배구협회는 등록선수가 2,476명이면서 32억 원을 지원받았다. 1인당 평균 129만 원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한 선수당 72만 원씩을 지원받은 축구보다 많은 금액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엄청난 돈을 지원받으면서도 세계무대에서 성적 하나 내지 못하는 '먹튀'라면 축구보다 1인당 지원 금액이 더 많은 배구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도 나서지 못한 더 심한 '먹튀 종목' 아닌가? 필자는 국내 배구를 깎아내릴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축구에 대한 예산 지원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수치상으로 전하기 위해 배구를 예로 든 것이다.
단순히 '지원 금액=경기력과 성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1년간 지원금이 7천만 원에 불과한 핸드볼의 메달 획득을 바라는 것 또한 이기적인 일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자체적 수익 구조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지원과는 별도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스폰서를 통한 수입이 막대하다. 올해에는 나이키와 계약을 맺으면서 62억 5천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물품도 60억 원 가량 지원받기로 했다. 또한 KT와 KTF로부터도 각각 34억 원을 받았고 연습복 로고 부착에 관한 계약은 따로 맺어 각각 16억 원을 별도로 받았다.
하나은행, E1에너지, 다음, KT & G, 교보생명, 스포츠 토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코카콜라, 아시아나항공, 경남기업 등도 억대의 스폰서를 자원했다. 이 스폰서 수입만 한 해에 263억 원이다. 이 스폰서들은 2011년까지 대부분의 계약이 이어지며 더 많은 스폰서가 줄을 서 있는 상태다.
기업 논리로 봤을 때, 스폰서를 자처한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종목의 시샘을 받고 있다. 언론의 노출 빈도와 광고 효과를 고려해 본다면 타 종목에 비해 축구에 돈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2006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대한축구협회의 스폰서를 맡았던 나이키는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이 자신의 브랜드를 입고 경기에 나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고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경기는 스폰서인 하나은행을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어 하나은행 측에서도 장사에 재미를 봤다. 다른 스폰서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가장 시장이 큰 종목이 축구임을 감안한다면 대한축구협회에 스폰서가 많이 붙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맥락이다. 그만큼 투자 대비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수익 구조로 대한축구협회가 번 263억 원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필자는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서 선전한 다른 종목 선수들의 위대한 업적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논지가 엉뚱하게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싶다. 물론, 축구대표팀이 현재 보여주는 경기력이 '월드컵 4강'으로 눈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답답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점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비인기종목'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의 선전에 단순히 대한체육회의 지원 예산을 수치 삼아 '축구는 배가 불러 뛰질 않는다'는 식의 억측 논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단어 자체가 편견과 거부감을 주지만 통상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풋볼위클리 김현회 기자 90minutes@footballweekly.co.kr
사진 -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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