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드 마리니(Francoisis de Marigny)는 온통 검은색 차림으로 새로 단장한 자신의 집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보르도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다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결국 1983년에 이브 가스투(Yves Gastou)와 함께 생투앙(Saint-Ouen, 파리 근교 센 강 오른편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앤티크를 판매하는 벼룩시장으로 유명하다) 벼룩시장에서 인테리어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특이하고 이색적인 물건에 관심이 많은 마리니는 20세기 초의 가구와 소품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상점을 운영했으며 그 후 파리의 골동품 센터인 루브르 드장티케르(Louvre des Antiquaires, 파리의 골동품상들이 모여 있는 앤티크 센터), 뤼 뒤 바크(Rue du Bac), 뤼 드 릴(Rue de Lille) 등지에 갤러리를 열게 되었다. 그는 오랜 시간 희귀한 물건들을 찾아다닌 경험을 발판으로 실내 장식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보르도에서 본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모스크바, 미국, 프로방스 그리고 파리를 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목공, 패브릭 디자이너, 페인트공, 고색 전문가, 그리고 커튼 제작 재단사들로 이루어진 ‘막강 인테리어 팀’을 이끌고 고객들이 언제나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공사를 해낸다.
거실 바닥 전체에 사이잘 매트를 깔고 검은색 목재 테이블과 소파를 놓아 차분하고 중성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 사진 맨 왼쪽 앞에 보이는 낮은 검은색 의자는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가 디자인한 것이고 그 옆에 놓인 주름 잡힌 흰색 전등 갓의 플로어 스탠드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디자인한 것으로 플로스(Flos) 사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이란 사랑과 정성으로 채워가는 보석함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며 단순함과 18세기 양식, 색채와 밝은 공간 그리고 직선과 대칭을 선호한다. 마리니가 특히 높이 평가하는 작가는 렌조 몽지아르디노(Renzo Mongiardino)와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ck) 그리고 그의 친구인 알베르토 핀토(Alberto Pinto), 프랑수아 조세프 그라프(Francois Joseph Graff), 자크 그랑주(Jacques Grange).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 머릿속에서 그려낸 연출이지요. 아주 작은 공간이든 넓고 텅 빈 곳이든 그곳에 적합하고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객이 만족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작업이지요.” 이런 그가 실내 공간 중에서도 특히 중요시 하는 곳은 주방이다. 수준급 요리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그에게 주방이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며 맛난 음식을 나누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장식가로서 그는 여러 색채를 활용해 작업하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는 진한 청색과 검은색, 흰색 등 대체로 무난하고 차분한 컬러를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호하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벨벳과 실크, 자연스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사이잘(sisal)과 오래된 토기 등으로 절제된 모던 스타일을 연출했다.
또한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조명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간을 보다 생기 있고 멋스럽게 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의 새 아파트에는 1960~70년대의 디자인 거장들과 오늘날의 신진 디자이너 작품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색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항상 그랬듯이 마리니가 자신의 집을 새로 꾸미면서 가장 중시한 것은 공간의 안락함이다.
원래 방이 8개였던 아파트를 넓고 긴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서 마치 촬영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하여 시원하게 뚫린 공간 안에 햇빛이 듬뿍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너른 공간에 막힘 없이 들어오는 자연 채광은 그 어떤 장식과 색채를 사용하더라도 나타낼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브 가스투의 도움을 받아 그의 갤러리에서 고른 1960~70년대 가구들을 들여놓았어요. 현재의 시점으로 봤을 때 과거의 디자인을 사용하여 공간을 생소한 분위기로 꾸민 점은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화려한 색상의 인조 모피를 씌운 의자와 소박한 금속의 테이블과 콘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실제 함께 놓아보니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분위기는 공간이 넓은 가운데 부피가 큰 가구와 대형 그림으로 표현할수록 극대화된답니다.” 마리니의 스타일을 보고 싶다면 이곳에 문의하면 된다. 주소 38 rue Croix des Petit-Champs, 75001 Paris, 전화 01 44 55 10 66
금속 다리와 유리 상판이 독특한 네오클래식풍 책상과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의자로 꾸민 서재. 브론즈 받침대에 상어 이빨을 올려놓아 조형 장식품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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