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 말씀에 바로 이어지는 루카 복음의 말씀으로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나타난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들에게 말씀을 건네시며 그들의 닫힌 눈과 마음을 일깨워 열어 주신 후, 골방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모든 제자들에게도 나타나 그들의 닫힌 마음을 직접 열어주시는 모습을 전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이 전하는 그와 같은 예수님의 모습 가운데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은 제자들에게 나타나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뵙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자신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일을 다른 제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그 순간을 루카 복음사가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그 무렵 예수님의 제자들은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루카 24,35-36)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 하신 첫 말씀은 다름 아닌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이 말씀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제자들은 그 순간 전혀 평화롭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스승이자 메시아 구세주 그리스도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넘어 충격을 넘어 공포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제자들은 자신도 예수님과 같이 죽음에 처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골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이 전해 준 예수님 부활의 소식과 그에 더해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그 길에서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자 제자들의 불안감은 더해만 갔습니다. 이게 모두 무슨 일인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제자들의 이 같은 마음은 예수님이 나타난 순간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 순간 제자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오늘 복음을 전하는 루카 복음사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루카 24,37)
당혹감과 불안함 공포가 얼마나 심했던지 제자들은 그 공포심이 자신들의 마음을 모조리 잠식해 버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유령인줄 알고 기겁을 합니다. 그 순간 예수님이 그들 앞으로 다가와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오늘 복음이 전하는 이와 같은 예수님의 모습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시는 분이신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상의 여러 가지 걱정과 시련들로 마음의 평화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가져다주시는 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이심을 오늘 복음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처럼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고 있는 우리가 듣게 되는 복음 말씀은 일관되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그런데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님은 단순히 제자들에게 자신의 육신 드러냄으로써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제자들에게 부활의 의미, 곧 예수님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성경의 말씀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제 복음의 내용, 곧 엠마오로 향해 길을 떠나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성경의 말씀을 풀이해 주면서 예수님이 겪으신 모든 일들, 곧 그분이 행하신 기적과 그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제자들, 곧 그분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풀이해 주며 설명해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그 의미를 깨우치게 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모습 역시, 모든 제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말로 자신을 드러내심으로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입증해보이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영혼뿐인 귀신이 아닌 살과 뼈가 있는 온전한 사람임을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눔으로써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들에게 이제 예수님이 죽음에서 삶으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신 후에 그들에게 부활의 의미를 성경 말씀과 함께 설명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이 모습, 곧 성경 말씀을 통해 당신의 모든 행적을 설명해 주며 그를 통해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 신앙 안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워 줍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삶’, 하느님 말씀으로 힘을 얻고 하느님 말씀으로 나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며, 하느님 말씀으로 내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 바로 그것입니다.
요한복음의 말씀처럼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건네시는 하느님 말씀의 살아있는 육화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오늘 복음이 전하듯 우리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 주고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는 우리 삶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들고 고통뿐인 것처럼 보이는 내 삶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매 순간 그 모든 고통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고, 하느님 말씀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며, 그 안에서 말씀으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바로 이 진리, 곧 말씀과 내 삶이 갖는 진리의 관계성을 오늘 복음 말씀, 그리고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며 계속해서 듣게 되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보며 그 말씀으로 우리 각자 각자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삶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바로 그 초대가 사람이 되신 말씀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분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고 그 사랑을 얻게 된다는 것, 이 사실을 여러분이 마음에 새기신다면, 그리하여 말씀과 하나과 되는 삶을 살아간다면 여러분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제자들과 함께 그 분으로부터 새로운 삶, 곧 부활의 삶으로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의 베드로가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분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 분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여러분 모두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