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2시...
전날의 숙취로 인하여 비몽사몽 오전을 두리뭉실 보낸 히트앤드런은 점심 식사후 신사동에 위치한 거래처를 업무차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운좋게 잠깐이나마 지하철에서 눈좀 붙여볼까 했는데...평일오후라도 지하철은 여전히 만원이였습니다.
거래처 사장님과의 업무협의는 언제나 중요한 자리인데 머리는 멍하고...점심을 먹고 난 뒤라 그런지 더더욱 눈꺼풀은 무거워만 지고...
오후4시...
2시간 동안 정신 바짝차리고 있다가 사무실 문을 나서니 긴장이 일순간에 풀어지는 느낌... 담배 한모금으로 한숨을 돌리고 업무보고 차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전달사항
"수고했고...오늘은 거기서 그냥 퇴근하지"
바쁜데 다시 회사로 들어가겠다는 형식적인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내 몸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옵니다.
갑자기 한가해진 오후 시간을 기분좋게 보내고싶어 바로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신사동에서 가까운 압구정동에 위치한 씨네플러스는 예상대로 한가롭게 보입니다.휴게실에 앉아 팜플렛을 뒤척이다 의자에 몸을 묻고 있으니 피곤이 밀려오는데...한 30분 정도 잠을 자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누가 보면 참 한심해 보일듯한 자세로...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은 영화가 맨 처음 세상에 알려질 때의 내 예상과 사실 많이 빗나간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느낄수있는 이미지와
메이킹필름과 포스터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다소 무거운분위기의 액션느와르풍 형사물로 짐작하고 강우석 감독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장르를 시도하는 줄 알았지만....한마디로 투캅스를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놓은 모양새 입니다.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두 배우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예의 강우석 식 코미디를 영화 곳곳에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특히 경찰서 취조실 씬은 이미 한국영화의 고전이 된 '안성기 타자기 자해장면'의 계보를 이을만한 재미있는 장면이 여전히 나오구요. 어느정도 부패한 경찰의 모습도 조금 다른 시각으로 투캅스의 뒤를 이어옵니다.
특이한 점은 철저히 설경구, 이성재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대결 구조로 일관되면서 변변한 여배우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배우중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기껏해야 구멍가게 여주인과의 실랑이 정도...(구멍가게 여주인은 유명한 뮤지컬배우인데..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나네요^^;)
철저하게 남자들만의 세계를 그려내는데...그렇다고 결코 지루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남자배우 하나 아니면 둘에 양념처럼 끼워지는것같은 여배우의 역할이 없다는것이 오히려 썩 괜찮은 시도처럼 보입니다.
웃음과 섬뜩함...재치와 비장미가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
<공공의 적>입니다.
오후 8시 40분...
간만에 일찍 집에 들어 가 푹 쉴 수 있는 모처럼만의 시간을<공공의 적>과 함께 하고서...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퇴근 시간에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겨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극장에 들어가기전 보다 훨씬 가벼워 졌으니 잠은 더 잘올거 같군요. 아무 생각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