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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날 짜 : 2019. 06. 12.(수) ~ 13.(목) 맑고 쾌청, 기온 12℃/20℃
ㅇ 장 소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양양군 서면,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 일원
ㅇ 코 스 : 한계령→삼거리→서북능선→끝청→중청→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약 11km, 8시간 소요) 숙박→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오세암→
영시암→백담사(약 11.9km, 11시간 소요)→용대리
1. 흔들리는 갈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아니 아니지! 사람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니, 나의 마음이라는 것이 갈대처럼 흔들리기를 잘해서 마음먹은 것을
초지일관하지 못하고 수시로 바뀌기 일상이다.
2000년 10월, 포천에 근무할 때 나보다 더 산 좋아하는 동료를 따라 14시간 동안 공룡능선을 무박으로 처음 산행해보고 다시는 이런 산행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장거리 산행을 많이 해보지 않았던 그때 그 산행이 너무나 끔찍했었다.
‘등산이라는 것이 산 하나를 올라갔다 오면 그만이지 무슨 놈의 경사도 심하고 높이도 상당한 험한 바윗산을 대여섯 개나 넘는 등산이 어디 있어?’
인솔한 동료는 열심히 내설악이 외설악이 어떻고, 1275봉이 어떻고, 신선대는 어떻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으나 귀에 들어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때는 등로가 정비가 덜 되어 잡고 오를 줄이나 철주도 별로 없고 돌계단조차 마땅치 않아서 지친 몸 마사토 길에 줄줄 미끄러져 내리기 일쑤였다.
주변의 멋진 경치? 하나도 생각 안난다. 설악동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하여 마등령 올라서면서 이미 고갈 되어버린 체력에 그저 한시 바삐
‘언제 이 산행이 끝날까? 과연 무사히 하산을 완료할 수는 있을까?’
그런 걱정은 희운각을 지나서 아픈 다리 질질 끌며 단풍 화려한 천불동에 내려서고야 ‘야, 정말 절경이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다 있다니?’하고
감탄했으나 그것도 잠시 몇십 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천불동도 2시간을 넘어 가니 절경이고 지랄(죄송!)이고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학수고대 했다.
욕이 저절로 막 나왔다. 그때의 심경은 진짜 그랬다!
속으로 투덜투덜 대며 가자고 한 사람을 정말로 미친 사람 보듯 했다.
그 결심, 다시는 이런 산행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십여 년 간 잘 지켜진 셈이다.
그런데 그 후로 본격적 산악회에 들어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산행을 배워서 지리산 종주도 몇 번 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지리산 종주도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새파란 청춘 50을 갓 넘기고 남의 얘기만 듣고 혼자 밤 열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과연 이 나이에
내가 무사히 종주를 할 수 있을까? 중간에 구조대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아 다음날을 위해서 열차 안에서
잠을 자 둬야 함에도 도대체 잠이 오질 않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산행 정보를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니 산 좀 다닌다는 사람들에게 힘든 산행, 한번 쯤 도전해 봐야할 산행에
제일 많이 회자 되는 것이 ‘지리산 종주, 공룡능선 산행, 백두대간’이었다.
이미 지리산 종주는 여러 번 해 봤고, 백두대간은 그렇게 길게 오랜 기간에 걸쳐 경비를 들여가며 하는 것은 내게 별 의미 없고 공룡능선은
다시는 안 가기로 해봤지만 무박이 아닌 희운각대피소에서 자고 가면 할 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솔솔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결정적으로 가까운 친구가 한번 가보자고 충동질을 하는 바람에 13년 만인 2013년 드디어 다시 공룡능선에 도전을 하게 된다.
그렇게 2번째로 다녀 와서는 결심이 다시 확 바뀌어 버렸다. ‘그래, 결심했어! 내년부터는 공룡능선을 일년에 한번 이상은 꼭 해보는 거야!’
이 무렵부터 다행히 안내산악회도 많이 생겨났고, 동홍천 고속도로, 새로운 터널을 비롯한 도로 사정이 좋아져서 천안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무박이나 1박2일 일정의 설악산행이 가능해졌다.
옛날에는 설악산을 노선을 이용하여 한번 다녀오려면 3박4일 이상의 시간과 많은 비용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었었다.
얼마 전에 가입한 산악회에는 닉네임도 '공룡80'으로 만들고 내 기필코 80세까지는 일년에 한번 이상 공룡능선을 타고 말리라 결심을 다시 했다!
어느 순간 '공룡은 이번으로 끝!'하고 또 바뀔지는 몰라도 말이다! *,*;;
# 공룡능선의 중심 풍경
2. 공룡능선 중 최고의 포토존 추천
이번으로 공룡능선 산행 9번을 마쳤다.
최고의 포토존이라는 것, 이것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신선대나 1275봉 정상을 많이 얘기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공룡능선 최고의 포토존은 희운각 방향에서 1275봉을 오르는 중간 쯤
칼바위(=촛대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다. 그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면 그 뒤쪽에 내외설악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숨은 명소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올라가는데 너무 힘들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르는데 열중한 나머지 그 풍경을 못 볼 수 있다.
# 사진 정중앙의 엄지손가락같은 바위가 칼바위 - 그 왼쪽이 1275봉 오르는 길
#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칼바위(촛대바위, 공룡거시기바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음) - 그 바위 사이 좁은 틈으로
넘어가면 일대장관이 펼쳐지는 포토존이고 사진 찍을 위치도 좋다! 파노라마로 찍으면 더 멋짐.
# 포토존에서 얻은 사진 몇장
3. 이번 산행의 흑과 백
나는 산행 계획을 세울 때 꼼꼼하게 세세한 것까지 세밀한 것까지 철저히 세우는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 아주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매우 다양성이 강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해외여행을 가면서 캐리어에 온갖 것을 모두 잘 챙겨가지고 공항을 갔는데 여권을 안 가지고 왔더라는 얘기와 똑 같다.
내가 봄에 설악산 산행을 할 때마다 기대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서북능선에 쫙 깔리다시피 한 산라일락의 향기, 끝청에서 중청에 이르는 지천인 철쭉의 향연, 공룡능선 중심으로 만나기 쉽지 않은 솜다리꽃(=에델바이스),
진짜 보기 힘든 솔나리꽃!
그 외에도 연녹색의 몸 풍경, 대청봉의 털진달래, 한계령 삼거리 아래 주변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잎넓은 박새, 솜이불을 만들기 좋을 것 같은 운해,
공룡능선을 넘실거리며 넘나드는 안개 등등 많다.
이번에 날짜를 잡은 것은 솜다리꽃과 산라일락(정향나무, 꽃개회나무)의 향기에 가장 비중을 둔 것이었는데 제대로 맞은 것이 별로 없다.
준비는 잘 했는데 택일을 잘못 한 것이다. 지난 번 다녀왔던 사진만 한번 훑어보고 날을 잡았더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날씨 탓인지 솜다리꽃은 몇 개 발견하지 못했고, 라일락은 정향나무가 조금 꽃을 피우고 있을 뿐 꽃개회나무는 아직 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훌쩍 큰 박새는 때가 늦어 꽃대가 올라오기 직전이고, 철쭉은 철이 조금 지나고 긴 가뭄 탓인지 중청봉 주변에 많이 피어있는 철쭉 꽃 상태가 좋지 않다.
꽃 가장자리가 말라 있는 것이 많다. 철쭉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뭐라 할 것 같이....!
좋았던 것은 날씨가 쾌청하여 공기가 상쾌했던 것인데 아쉽게도 공룡능선을 오르는 둘쨋날은 너무 맑아서 운해도 안개도 구름도 없어서
사진의 품질이 저하되었다.
부분적으로 햇볕 강하고 바람이 막힌 곳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긴 했으나 대체로 선선한 곳이 많아 앉아서 쉴 때에는 겉옷을 걸쳐야 할 정도로
산행에 최적이었다.
또 하나, 평일이어서 텅빈 설악산에 묵언수행중인 스님처럼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고 홀로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피며 걷는 것이 좋았다.
한계령에서 같이 하차한 사람이 20여명은 되었었는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남과 같이 동행을 하면 신경 쓰이는
각종 생리문제도 남의 방해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해결할 수 있으니 그건 또한 중요한 보너스다!
나는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면서 걷기도 했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리라 ♪♬♩
- - - 후 략 - - -
남들이 들으면 듣기 거슬릴까봐 평소에는 노래를 잘 안 부른다!
# 함박꽃(북한의 국화라고 함. 산목련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음)
# 끝청봉에서 바라본 점봉산 방향
# 대청봉에서 천사표 여성을 만나 찍어준 사진
# 공룡능선의 주봉인 1275봉
# 1275봉의 위용
# 인간친화적인 다람쥐 - 희운각대피소, 1275봉 안부, 마등령삼거리 쉼터의 다람쥐들이 특히 사람을 잘 따른다.
여긴 1275봉 안부로 나는 여기만 오면 거의 다람쥐와 긴 시간을 보내며 힐링!
# 다람쥐와 놀기 동영상
# 평화스러워 보이는 길, 그러나 험난 한.....
# 오세암 만경대 - 중앙 위 대청봉. 좌측 공룡능선, 우측 용아장성 줄기, 대청봉에 이어지는 원경 좌측 화채능선, 우측 서북능선
# 수렴동 계곡물 - 이틀간 비 온후라 물 맑고 수량 풍부함
4. 공룡능선의 샘터
공룡능선의 장관은 첨부한 사진이 대신 설명해 줄 터이니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내 설명이 오히려 절경의 느낌을 반감 시킬 수가 있다.
더운 날씨의 장거리 산행에 식수는 매우 중요하다.
물을 충분히 준비하자면 더워서 걷기 힘든데 물의 무게 감당하기 힘들고, 물을 적게 가지고 가면 가벼워 좋은 대신 중간에 식수가 바닥나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날 더울 때는 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중간에 물을 보충할 곳이 있다? 이건 천국이요 오아시스다!
배낭의 무게 줄일 수 있고, 식수가 바닥 날 즈음 배터지게 물을 마셔도 시비할 사람 없다.
그 중요한 샘터가 공룡능선 1275봉 직전에 있다는데 신이 나를 밉게 보셨는지 그동안의 여러 차례 산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찾았건만
내 눈에 띄지 않았다.(같이 동행했던 어떤 사람은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나를 따라 첫 번째 산행에서 보았다는데 나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나쁜X이라 할 수도 엄꼬....!-.-;;)
그 중요한 샘터를 9번 만에 찾았다. 이 감격! 이제 물을 반만 가지고 다녀도 되겠다. 다만 많이 가물면 물이 말라버린다니까 요주의!
이번에는 이틀 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도랑물 내려가듯 콸콸 물이 내려갔다!
# 바로 마등령 2.7km를 나타내는 이정표 뒤가 샘터. 화살표 희운각대피소가 가리키는 바위 밑.
5. 금이 간 바위-동화(童話)
나는 바위길을 오를 때 매어 놓은 줄이 있으면 방법이 없을 때가 아니면 줄을 잡지 않는다. 줄을 잡고 올라가다 중심이 흔들려 손가락이나
무릎을 바위에 문질러 까진 때가 몇 번 있었다. 잡을 곳만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낫다!
이번에도 줄이 있어서 피하여 옆으로 바위를 잡고 오르는데 갑자기 ‘쿵’소리가 나며 눈 앞이 캄캄해 졌다.
무슨 소린가 놀라서 앞을 보니 바로 머리 앞에 바위가 있다. 내가 머리로 받은 것이다.
대충 살펴보니 금이 가 있었다. 나는 얼른 그러나 조심조심 다 올라가서 걸음을 빨리하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한숨 돌리고 머리를 만져보니
헤드밴드를 하지 않았으면 찢어져 피가 나올 뻔 했다.
꽤 아픈데 머리를 만지며 어디 국립공원 직원이 없나 살펴보았다.
혹시 보고나서 내가 머리로 받아 금이 간 바위를 보고 나보고 고쳐놓고 가라면 큰일이다.
다친 머리야 며칠 지나면 낫거나 대일밴드를 붙이던지 후시딘연고 살짝 발라두면 되고, 심할 경우 병원에 가서 꿰매면 일주일 후에
실밥만 뜯어내면 된다.
그런데 금간 바위는 골치 아프다.
대일밴드는 몇 박스나 가져야 될 텐데 난 한 개도 갖고 있지 않다. 후시딘 연고도 마찬가지 발라 봤자 바위는 아물 턱이 없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꿰매는 문제는 이 산중에 택시가 올 것 같지도 않고, 무거워서 실을 수가 없다. 아마 헬기로도 수송이 어려울 텐데
그 비용은 또 어떡해? 혹시 데려갈 수 있다 해도 의사 선생님은 꿰매기 어려운 놈을 데려왔다고 짜증을 내실 것 같고! 난감 난감!
거기다가 더 나쁜 건 나중에라도 도대체 아물 것 같지가 않은데 대신 돈으로 물어내라고 하면 나 진짜 감당하기 어렵다.
난 가진 건 많지만 돈은 아니거든!
그래서 힘들고 아픈데도 빨리 자리를 피한 거지!!! ^^
설악산의 그 수많은 금간 바위들도 다른 등산객들이 머리로 받아서 그렇게 된 걸거야, 아마 그럴거야!
# 무수히 금이 간 바위. 어디 금이 간 바위가 이것 뿐이랴마는.....! ^^
6. 소요경비
사전 준비비를 제외한 경비를 산출해 본다.
¤ 대피소 예약비 13,000원 - 8천원에서 무려 5천원이 올랐다.
¤ 교통비(천안역→강변역, 전철) 0원 - 무임
(동서울→한계령, 버스) 18,400원 - 교통비도 16,400원에서 2,300원이 올랐다.
(용대리→동서울, 버스) 18,000원
(동서울→천안, 버스) 6,900원
¤ 담요 대여비(2장) 4,000원
¤ 햇반 2개 6,000원
¤ 멜론소다수 1,700원
- - - - - - - - - - - - - - - - - - - - - -
계 \68,000원
7. 천안에서 설악산 가기
(1) 대중교통 이용시
05:00hrs 천안역 첫 전철 승차→06:16 금정역 4호선환승→06:46 사당역 2호선환승→07:18 강변역 하차→07:30 동서울터미널 발차→원통 경유
10분 정도 휴식(김밥, 간식 등 살 수 있음)→09:40 한계령 하차
(2) 안내산악회 이용 무박산행 시
보통 신사역에서 밤 11시경 출발하나 안내산악회, 산행지에 따라 승차장소 및 승차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산행 신청 후 자세히 내용을 숙지할 것!
- 안내산악회 이름 : 산수, 해올, 한숲, 온라인, 해누리, 반더룽 등 다수
- 중간 경유지 : 사당역, 잠실역, 강변역, 복정역, 죽전 임시 정류장 등 다수 있으니 사전에 알아보고 편리한 곳 이용
-지리산 등 호남권 산행 시 : 천안망향휴게소에서도 탑승 가능--하차는 천안삼거리휴게소
¤ 전철 : 배낭 미리 챙겨놓고 저녁 식사 후(산행일 2끼 식사나 행동식 준비)
20:18hrs 천안역 승차→
22:01 신도림역 2호선환승→22:31 교대역 2호선환승→22:45 신사역 하차
¤ 고속버스 : 천안에서 9:20시경 출발하는 고속버스 승차→서울경부(서초동) 하차→전철 3호선 승차→신사역(잠원역 다음인 2번째 역에서 하차)
첫댓글 날씨좋고 사진이 예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