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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산행대상지
북한산 설교벽 - 인수 야영장에서 인수 대슬랩의 정반대 방향으로 비둘기의 반 정도 되는 어프로치 만큼 가면 된다.
2.날짜 및 인원, 기상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등반하기 참 좋은 날씨
(존칭생략)
설교벽 - 8명 / 등반순서 - 김준식 이종훈 김선옥 최광일 조근진 임수환 소순필 이재용
(비둘기 - 5명 / 등반순서 - 김남욱 박용한 김윤명 임연정 박병건)
캠프 매니저!!! - 1명 원혜영
3.출발 및 집결지 - 교통편 (소요시간) - 접근로 (소요시간)
북한산이니 알아서 잘 모였다가 야영했다가 등반했다가 암장갔다가 1차 갔다가 2차 조촐하게 갔다가 집에 간다.
4.등반루트 (소요시간) /난이도(루트 개념도)
아쉽게도 네파에서 제공하는 인수봉 안내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등반루트
- 설교벽 총 8피치 후 인수봉 정상까지 릿지 기분내는 루트
총 소요시간
- 7시간
- 오전 11시부터 등반시작(어프로치 제외) 오후 6시에 인수봉 정상에서 하강 시작.
피치별 루트 성격 / 난이도 (실제 난이도와 다르다고 하여도 전혀 책임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
(피치별 루트 성격을 신뢰할 만 하나, 난이도의 경우에는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글쓴이의 이 당시 등반실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들만 믿으셔야 합니다.?)
1피치
- 슬랩
- 난이도
5.6 or 5.7 (검악B의 1피치 종료 직전 슬랩과 비교하여 판단)
숨은벽 대슬랩보다 약간 어려운 난이도 or 백운대 교육등반 코스 중 적당한 난이도의 슬랩)
하지만 전날 비가 와서 젖은 관계로 체감 난이도 한 단계 상승
and 미끄러진다는 불안함으로 정신적 난이도 반 단계 상승.
2피치
- 우측으로 뜯는 언더 크랙을 지나서 좌향 레이벡 구간(???) or 직등하면 슬랩(5.7)
- 난이도
우측으로 돌아가는 크랙은 평이한 난이도(사실 안가봐서 모름)
직등하는 슬랩은 1피치 슬랩보다는 어렵지만 산모임 회원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난이도.
위의 괄호속 난이도는 역시 검악B의 1피치 슬랩과 비교하여 판단
3피치
- 좌측으로 언더로 뜯으며 크랙으로 진입해서 크랙 등반 or 슬랩(5.8)
- 난이도
크랙은 역시 평이한 난이도(슬랩을 오르며 바로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음)
슬랩은 중반 이후 쎈 곳이 잠깐 등장하나 물기가 없다면 한 번만 슬립을 먹고 올라갈 수 있는 곳
위의 괄호속 난이도는 역시 검악B의 1피치 슬랩과 비교하여 판단
4피치
- ????? (이러한 루트의 명칭은 언제나 궁금했음.)
- (나무를 헤치고 넘고 가는 곳)
- 난이도
?????
5피치
- 트레버스
- 난이도
5.7 (검악B의 트레버스와 비교)
아래를 한 번씩 볼때마다 난이도가 상승하기 시작.
발을 믿지 못할 때 마다가 난이도가 상승하기 시작.
6피치
- 침니
- 난이도
5.7 (침니까지 가는 구간이 쉽지 않고, 우정B의 침니가 5.6이라 한 단계 더 높다고 판단)
- 짜증도!!!!!
우정B의 30m 침니보다 훨씬 좁아서 훨씬 짜증남.
7피치
- 사선크랙
- 난이도
자세를 잘 잡으면 쉬운 곳, 글쓴이처럼 이상하게 가면 어려운 곳( → 클럽앨범을 참조하세요. 아래서 네 번째 사진)
8피치
- 크랙
- 난이도
홀드가 굉장히 좋아서 수월한 구간. 단, 고도감에 약한 사람에게는 체감 난이도 살짝 상승.
비둘기 - 생략
5.소요장비목록, 계절에 따른 의류 목록.
- 장비와 옷은 계절에 따른 것이 아니라 통장 잔고에 따른 것???
6.식단
- 행동식
- 하산 후 맥주 한 캔이 최고!
7.등반 내용에 대한 기록 및 감상(반성)
#.9 후기
마지막 후기가 언제인지 뒤져보니 교육등반 5주차 숨은벽이었다.
7월 25일이었으니, 정확하게 세 달만의 후기이다.
졸업등반 후기도 안썼다.
처음으로 인수봉 정상에 섰던 일을 기록하지 않았을리가 없을텐데, 생각해보니 블로그에 썼던 것 같다.
그 동안 후기를 쓰자쓰자 하면서도 쓰지 않았다.
아니, 올리지 않았다.
몇 줄 끄적이다 말고 한 건 몇 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설교벽은 꼭 후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당분간 마지막 등반이 될지도 모르고,
그것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설교벽을 가는 분들을 위해서.
#.7 하산 후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가을이라 해가 빨리 지긴 했지만, 해가 지고 찬 바람이 부는 6시가 되서야 인수 하강을 시작했다.
해가 빨리 진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생겨 등반이 지체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늦었다.
19기 졸업등반 때 비둘기 팀과 인수B 팀과 4시간 30분의 차이는 얘교 수준이 되버릴만큼.
광일 선배님 차를 타고 암장으로 오는 내내 생각을 해봤다.
어디서 늦은 걸까.
5피치 트레버스?
3피치 60m 구간?
8피치 종료 후 릿지?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었지만,
늘 가던 굴밥집의 굴이 정말 맛있다는 건 알았다.
굴이 제철인가보다.
윤명 선배님 따님께서 사법고시에 통과하셔서 2차를 가자고 하셨지만,
아쉽게도 일요일인지라 다들 들어가셨다.
선생님과 순필선배님과 나까지 넷이서 간단하게 마시고 헤어졌다.
골게는 왜 오늘 문을 닫았을까.
우린 왜 이렇게 오래 걸린거지.
밑에서 많이 걱정하셨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침낭보다 침대가 편하긴 더 편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3 - 1 등반 전 아침
아..
늦게 일어났다.
선배님들께서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드시고 계신다.
어제 야영을 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진 않을 것 같은데, 피곤했나?
이상하게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잠귀가 밝은 것 치곤 잘잤다.
어제도 비가 오더니, 아침이 밝지 않다.
안개가 끼고 기온은 어제 새벽만큼 떨어졌다.
다들 해가 나야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셨다.
게다가 전날 술이 적당해서 다들 일찍 일어나셨다. 하하하~
아침을 먹고 있을 무렵 일요일에 등반하시기로 한 선배님들께서 한 분 두 분 도착하신다.
등반루트를 정하는 일과 볼더링은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볼더링에 대해 얘기하다가 등반루트를 정하다가.
아닌가?
어제 저녁에 술마시면서 설교벽을 등반하기로 일단 결정했었나?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순서는 어렵지 않다.
어쨌든
남욱형은 비둘기로 가기로 했고
나는 준식대장님을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3 - 2 등반 전 아침 - 볼더링 잠깐
17구역에는 볼더링을 할 수 있는 바위가 몇 개 있었다.
하나는 볼더링이지만 다른 하나는 볼더링이라고 하기엔 뭐했다.
볼더링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는 마치 턱걸이 같은 느낌이었다.
왼팔힘을 이용해서 상체를 올린다음 오른팔을 뻗어서 홀드를 잡는 바위였는데 딱 두 번 시도해보고 말았다.
암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내가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하는 동작들을 구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그 바위를 성공하자고 여러 번 시도 했다가는 분명 왼팔 이두와 삼두근에 무리가 와서 경련이 일어날게 뻔했다.
예전에 가끔씩 왼팔이 찌릿찌릿하고 아픈이유는 분명 암장에서 무리한 동작(=볼더링)을 여러 번 시도해서 일 것이다.
이제는 볼더링은 마지막에 세 번 이하로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팔은 아프지 않다.
그러므로 그 녀석은 패스.
시간은 많다.
산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 바위는 어디 갈 수도 있나...)
대신 그 옆의 바위는 초크빨로 가볍게 성공.
아침 이슬로 바위가 미끄러워서 발이 터져 팔힘을 더 쓰긴 했지만
젖어있지 않았다면 왼발과 오른발 모두 좋은 곳을 디딜 수 있었다.
역시 등반은 초크다!
수환형님과 선옥누나와 수낭에 물을 뜨러다녀오는 길에 비둘기 팀이 출발한다.
준식 대장님을 선등으로 한 우리팀도 설교벽을 향해 출발한다.
해가 떠 있을 때의 어프로치는 언제나 상쾌하다.
힘들 때도 있지만.
#.1 어프로치
하지만 해가 진 다음 오르는 북한산 늘 긴장된다.
19기 졸업등반 다음주 여름 인수 캠프를 위해 어프로치를 하다가 왼발을 접질렸다.
그 이후로 모든 어프로치에 더 집중을 했고, 특히 해가 진 다음에는 넘어져서 다치는 생각이 계속 든다.
가장 긴장되는 '구간'씩이나 되는 곳은 인수야영장 벤치에서 더 탑 타프가 쳐져있는 그 곳까지.
발에 힘을 주고 걷느라 짧은 구간이지만 은근히 신경쓰인다.
선생님은 무슨 발이 아직도 아프냐고 하시지만, 왼발 발목은 아직도 아프긴하다.
다행히 어프로치를 할 때는 괜찮지만 가끔씩 왼발을 비트는 자세에서 "아!!!..." 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에 긴장하지만 올라가는 길에는 긴장하지 않는다.
호흡을 정리하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느라 긴장할 여력이 없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렇다.
그래도 헉헉 대긴 하지만 은근 올라가긴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근 잘 못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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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할 뻔한 어프로치
추석 바로 다음 연휴 때 검악B 를 오르기위해 아침 10시까지 인수야영장에 가야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컴퓨터를 잠시 하다가 늦었다.
아마 입사지원서를 다시 확인했었나.
택시에서 도선사 입구에 내린시간이 35분.
내리자마자 남욱형이랑 민중형이랑 만남.
화장실 갔다가 같이 출발. 37분.
형들이 나는 10시까지 가야지, 늦으면 안된다고 하셨음. 38분.
하지만 살살 올라가야지~ 하다가 물어봄.
정말요?
(남욱형, 민중형) 응. 먼저가. 지각하지 말고. 40분.
야영장 55분 도착.
두통과 함께 10분 휴식 후 등반을 위해 다시 출발.
그리고 용암슬랩(대슬랩 바로 옆) 까지 가다가 중간에 나무 붙잡고 헛구역질.
아침에 먹은 김밥을 되새김질.
거의 죽어가니까 옆을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산은 그렇게 다니는게 아니예요~
라고 친절히 알려주시고 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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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악B 어프로치가 재현될 뻔했다.
설악산을 못가서 한 주 쉬었기 때문인지, 수환형님이 빨라서 힘들었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후자라고 생각한다.
타프가 우리한테 있는데 북한산에 비가 왔었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에 둘 다 마음이 급했다.
암장에서 같이 출발하면 이래저래 얘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수환형님과 같이 출발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타프부터 쳤다.
평소보다 조금 낮게 쳤다.
#.2 야영
재용 선배님께서 낙지를 살짝 익혀주셨다.
너무 맛있었다.
회도 있었다.
용한형 큰 거 나 작은 거 하는 순간 옆에 큰 거 또 있다.
헤헤헤.
경필 선배님께서 목살을 구워주셨다.
정~말 맛있었다.
12시 30분 쯤 재만선배님께서 올라오셨다.
선배님은 산을 참 좋아하신다.
나도 산이 좋다.
안주도 적당했고, 막걸리도 적당했다.
라는 문장에서 재만 선배님과 나는 제외.
조금 더 있었으면 했다.
이제는 잘 시간~
하지만!
나는 샤워장으로 갈 시간이다. 무려 수건도 챙겨왔다.
히히.
지난 번 인수봉 야영 때 봐둔 곳이 있다.
인덕샘에서 흐르는 물길 밑으로 내려갔더니 (17구역보다 더 밑으로) 깊지 않고 씻기 좋은 곳이 있었다.
혜영누나한테 경필선배님이 주문하신 렌턴을 빌려 내려갔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올라가서 인덕샘부터 되짚으려 했는데, 인덕샘도 많이 말라있었다.
그렇다면 그 샤워장은 당연히 말랐겠다 싶었다.
역시 샤워장을 찾다가 중간에 봐둔 웅덩이를 기억해두길 잘 했다.
게다가 빠르게 꽤 걸어다녔는지 몸에 온기도 돌아서 씼기도 좋았다.
지난 번 웅덩이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씻고나니 개운하고 춥지 않았다.
야영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바지만 입고 돌아올 정도로 상쾌했다.
아무도 없었고, 밤이었으니 변태 아님.
핫 팩을 두 개 넣어놓고 양말도 두 겹이나 신고 잤더니 따뜻하게 자고 일어났다.
발이 차면 자다가 깬다.
#.4 등반
오늘은 등반을 잘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정말 텐 없이 가보자.
오늘은 높이에 무서워하지 말자.
오늘도 아무도 다치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하며 1피치를 시작한다.
1피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1피치를 무사히 마쳐야 그 날 등반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때문이다.
1피치에 대한 생각이 징크스로 이어지면 안되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든다.
그런데 젝이랑 (콩나무).
시작부터 슬랩이다.
바위가 섰다.
젖었다.
망했다?
집에 갈까?
아직 늦지 않았다?
는 막간을 이용한 개그.
스스로 강하게 크자고 내뱉고 다닌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벤치마킹.
말했으면 해야한다. 그리고 선등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등반을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등반을 잘 하고 싶으면
텐 없이
못하는 구간을 반복해서
해야한다.
나는 슬랩을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건 뭐 잘한다마는.)
못한다기 보다 싫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잡을게 없는게 너무나 싫다.
그 말은 곧 스스로 발을 잘 못쓴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4 - 1피치(슬랩)
하지만 막상에 벽에 붙어 보니 꽤 할만한 슬랩이었다.
다행이었다.
바위가 젖어서 발이 터질까봐 불안하긴 했지만 결국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광일 선배님께서 텐도 안 주셨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슬랩이었다.
손을 잡을 곳은 없었지만 경사가 보기보다 쎄지 않아서 발만 믿고 잘 갈 수 있었다.
1피치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좋게 완료.
#.4 - 2피치(슬랩)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크랙에 살짝 레이벡인 것 같았다.
게다가 멀리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슬랩이었다.
1피치에서 슬랩을 잘 해냈겠다, 여긴 바위가 젖지도 않았다.
1피치보다는 경사가 쎄 보이긴 했지만 1피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붙어보니 보던 것 보다 더 쎄보였다.
경사가 가파르게 보이면 실제로 안 그렇고,
경사가 할만해 보이면 실제로 가파르고.
눈이 이상한가 보다.
슬랩을 타기 시작한 이상 오른쪽 크랙으로 갈 순 없다.
올라가야 한다.
일단 밑에 분들에게 슬랩 별로라고 말하고 시작했다.
몇 발자국은 그런대로 할 만했다.
발을 높게 쓰고 지금 내 무게중심이 어느쪽에 쏠려있는지 파악하려 노력했다.
약 5~6m의 크럭스 부분.
손 홀드는 전혀 없었다.
텐 없이 일어설 수 있을까 긴가민가 하면서 망설였다.
살짝 힘을 주며 일어서는 느낌을 줘봤다.
발이 터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편 발로 톡톡치면서 올라서면 된다.
천천히 일어서서 성공.
크럭스를 지나서 이어지는 4~5m 의 짧은 슬랩은 걸어서도 갈 수 있을 정도.
(사진에서 재용 선배님이 서 계신 곳부터 쌍볼트까지)
무난하게 올라가서 2피치 역시 완료.
그리고 밑에 분들에게 슬랩으로 올라오셔도 될 것 같다고 말을 바꾼다.
#.4 - 3피치(슬랩)
2피치 테라스에서 대기할 때 종훈 선배님께서 3피치 슬랩은 할만하니 슬랩으로 와도 된다고 하셨다.
오늘은 슬랩데이라고 생각하고 역시 슬랩으로 올라가기로 결정.
역시 보는 것과 실제로 붙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붙어보니 크랙보다 슬랩이 쉬워보인다.
왜냐하면 크랙의 부분부분에서 홀드를 찾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가 온 다음이라서 암벽화 밑창에 진흙이라도 묻어버리면 다음 등반이 골치아파진다.
그래서 슬랩이 낫다고 판단했다.
긴 슬랩이었다.
초반 부분은 무난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크럭스 도착.
3피치 슬랩의 크럭스는 2피치 보다 경사는 덜 했다.
하지만 훨씬 매끄럽고 살짝 젖어있었다.
손 홀드는 당연히 없었다.
한 번쯤 슬립을 먹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발을 이곳저곳 디디며 발 홀드를 찾고,
이리지리 만지며 두 번째 발 홀드까지 찾았다.
2피치에서 처럼 오른발로 디디고 왼발로 톡톡 쳤다.
어이쿠!
터졌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발이 터질 때 평소에 터지는 거랑 다르다. 너무 주욱주욱 미끄러진다.
왠걸, 이미 그 전에 밑창이 젖어있었다.
그래서 많이 미끄러졌나보다.
바위에 대충 문지르고 옷에도 문질렀다.
다시 도전.
하지만 역시 터진다.
젖어버린 밑창도 문제지만 두 번째 발 홀드를 잘못 골랐다.
다른 곳으로 찾아서 다시 올랐다.
다행히 두 번만 터지고 올라갔다.
크럭스를 지나서는 역시 초반부분 처럼 할만한 슬랩이었다.
두 번 터지면서 약 7,243원 정도의 밑창을 갈아먹으면서 완료.
3피치 종료 후 수환형님 빌레이를 보면서 느꼈다.
아. 수환 형님 등반 정말 잘하시는 구나.
7피치의 사선 크랙에서 감각도 좋으시단 걸 느꼈다.
수환형님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서 등반속도가 나보다 훨씬 빨랐다.
슬랩도 휙휙 올라오셨다.
3피치의 크럭스 부분에서는 역시 발이 젖어서 두 번 슬립을 먹으셨다.
그런데 2피치에서 얘기할 때 텐 없이 가야 등반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텐을 드리지 않았다.
써놓고 보니 참 이상한 말이다.
텐을 드리지 않는다라....
어쨌든 슬립을 먹어도 발이 지지가 되고 다시 출발하실 준비가 되어도 자일은 여전히 바위에 붙여두었다.
3피치까지는 올라오시는 게 잘 보여서 올라오시는 만큼만 줄을 땡겼다.
아무런 군말 없이 등반하셨고, 8피치까지 노텐션으로 올라오셨다.
#.4 - 4피치(크랙)
크랙은 굉장히 길었다. 자일 한 동을 다 가져갔다.
60m 를 꽉채운 자일로 등반을 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56m 자일도 살짝 모자라는 감이 있었으니 앞으로 등반할 때 주의해야 할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오른쪽은 바위
왼쪽은 가끔씩 바위
앞에는 나무나 돌 등등이 있었다.
슬슬 올라가더라도 빌레이 보는 사람이 자일을 사리는 속도가 늦게 되는 그런 구간이었다.
자일이 2~3m 정도 남길래 자일이 발에 자꾸 걸리적거렸다.
넘어질 것 같아 입에 물고 올라갔다.
올라가다가 미끄러졌다.
추락.
문제는 남는 자일이었다.
바위와 나무를 번갈아치면서 우당탕탕 하면서 추락했다.
조금 놀랐다.
자일이 너무 많이 남으면 위에다가 텐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 배웠다.
중요한 걸 배우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픈 왼 무릎을 문지르며 4피치 완료.
#.4 - 5피치(트레버스)
검악 B 때 마지막 구간이 트레버스였다.
그곳에서 저질 트레버스의 전형을 보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트레버스다!
다행히 지난 번 트레버스 보다는 훨씬 짧았다.
하지만 고도감은 비슷했다.
4피치 테라스에서 대기하면서 광일 선배님께서 가시는 걸 봤다.
추락해도 스윙이 먹으면 안되므로 뒷 자일을 가볍게 잡고 있었다.
언더로 크랙을 뜯는 부분이 만만치 않아보였다.
순필 선배님이 4피치를 종료하시고 출발 준비를 했다.
역시 바위에 붙으면 볼 때와는 달라진다.
언더로 뜯는 크랙은 생각보다 홀드가 좋아 쉬웠다.
사진의 후랜드부터가 진짜 트레버스다.
후랜드를 지나서도 왼쪽으로 3~4m 가량 더 와야지 확보지점이다.
하지만 후랜드를 지나서는 손 홀드가 없어지고,
확보지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솟아오른 벽을 넘어가야 한다.(두 번째 사진의 빨간색 동그라미부분)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 대로 옆으로 왔다가는 확보지점으로 '넘어올 수'가 없게 된다. 솟아오른 벽이 옆에서 보는 것 만큼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확보지점으로 오기 위해서는 후랜드의 카라비너에 자일을 통과시킨 다음
그 상태로 수직아래 방향으로 몇 걸음 내려와서 왼쪽으로 와야지 확보지점으로 '넘어올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사진의 에메랄드색 루트)
그러니까 손 홀드가 아예 없으니 마치 슬랩에서 내려가는 기분인 셈이다.
이 때 발 홀드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 보면 1피치 시작지점까지 보인다.
끝내주는 고도감이다.
하지만 수직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고도감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것이지 사실 발 홀드가 좋은 편이다.
가장 살 떨리는 순간은 몇 걸음 내려와서 옆으로 건너가는 순간이다.
사진에서는 뭐 저거 그냥 발 옆으로 뻗으면 되는거 아닌가 싶으시겠으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솟아올랐다고 표현하기도 뭐한 부분이지만,
그 부분에 서보면 알 수 있다.
정말 살짝 올라와 있을 뿐이지만 발을 믿을 수 없는 구간에서는 그 정도의 언덕만으로도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되고,
짜릿짜릿해진다.
여기서 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겠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겁먹지 않고 잘 갔다.
검악B의 트레버스 때 보다 잘 통과한 정도가 아니라 사람답게 갔다.
조금 뿌듯했다.
역시 자꾸 하다보면 겁나던 것도 익숙해진다.
아주 사람답게 5피치 트레버스 완료.
굉장히 궁금하다.
준식 대장님은 이곳을 어떻게 간 걸까.
등반자가 추락했을 경우 스윙을 먹지 않도록 밑에서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다음 등반자가 빌레이까지 마쳐야 했다.
이 부분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4 - 6피치(침니)
최악의 루트다.
5피치 테라스에서 방금 트레버스를 끝내서 안도하고 있었는데,
침니까지 가는 길(사진의 나무빨간색 동그라미까지)은 밴드도 아니면서 옆으로 게처럼 가야한다.
그런데 트레버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어쨌든 이상한 구간이다.
문제는 어렵고 고도감이 느껴지는 구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 곳까지는 편법을 이용해서 갔다.
(편법 - 빨간색 동그라미까지 가기 전에 퀵 하나에 자일이 통과되어 있다. 그러므로 나의 뒷자를 잡고 자체 텐션을 주면서 가면 아주 쉽게 갈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면 나중에 직접설명 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가 남욱형이 말한 침니이다.
덩치가 크거나 키가 크면 불편하고 힘든 침니.
아니다.
모든 사람이 불편하고 힘든 침니이다.
우정B의 침니는 다리가 알맞게 들어맞아 오래걸려서 힘들었던 거지 딱히 어려운 침니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일단 너무 좁다.
그리고 침니 특유의 자세를 취하기까지가 굉장히 힘들다.
또한 중간에 바위가 하나 박혀있어 침니 특유의 자세를 취하는 건 박혀있는 바위를 기준으로 윗 부분에서만 가능하다.
박혀있는 바위를 기준으로 밑부분은 껄끄럽게 올라가야한다.
바위에 슬링이 걸려있지만 참 오래된 슬링이라 믿었다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어찌 올라가서 엄청난 체력소모와 함께 6피치 완료.
그리고 7피치로 가기위해서는 앞에 보이는 바위 몇 덩어리를 넘어가면 7피치 사선크랙이 나온다.
#.4 - 7피치(사선크랙)
정말 완벽하게 자세를 잘못잡았다.
바로 다음 수환형님이 올라오시는 걸 보고 확실하게 느꼈다.
레이벡이지만 레이벡이 아닌 느낌이랄까.
수환형님의 자세가 모범적인 자세였다.
한쪽 팔을 밖으로 빼고 발은 한쪽은 째밍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다른 한 쪽은 바위의 경사면을 정확하게 딛고.
그런 자세였다.
그런데 나는 양 손 두 발 모두 째밍을 시도하려 했다.
될 턱이 있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둘기의 마지막 피치와 비슷한 구간이다.
비둘기에서도 혼자서 이상하게 올라가다가 남욱형이 올라오는 걸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는데,
그걸 그새 까먹고 여기서도 빌빌댔다.
그 와중에 마지막의 퀵놈을 잡지 않고 가겠다고 잠깐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옆을 보니 이미 헤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게 보였다.
순필 선배님과 재용 선배님도 나중에 와서 다시하면 될거라고 하신다.
그래도 그냥 잡고 올라기긴 싫어서 볼트따기로 올라갔다.
불만 가득한 채로 다음을 기약하며 7피치 완료.
#.4 - 8피치(크랙)
참 이상적인 손과 발 홀드가 있는 구간이다.
그리고 왼편에 비이상적인 고도감이 펼쳐지는 구간이다.
선인봉 멀티를 떠오르게 하는 구간이다.
선인봉 멀티 당시 마지막 피치에서 왼쪽의 날개를 뜯고 올라가야했다.
그런데 선인봉도 왼편에 아주 멋진 광경이 펼쳐지면서 사람을 무섭게하는 구간이이었다.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해서 빨리 올라갔다가 하산해야 하는데,
내가 날개는 안 뜯고 빌빌대고 있으니 위에 계신 능무 선배님과 종훈 선배님께서 한 소리하셨다.
벌벌 떨며 날개를 뜯다 살짝 떨어졌고,
다시 시도해서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떨어지진 않았지만 아찔했다.
하나같이 홀드가 좋아 발 홀드를 보지않고 찾으려고 왼발을 더듬더듬 하다가 벽의 경계면을 넘어가버렸다.
발이 공중에서 버둥버둥 거렸고, 덕분에 몸이 왼쪽으로 돌아버렸다.
다행히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홀드가 암장의 1번 홀드 수준의 아주 좋은 홀드여서 손에 힘을 꽉 줬다.
아웃사이드를 하다가 몸이 도는 것 마냥 바위에서 몸이 빙~ 돌면서 멋진 경치를 감상했고,
덕분에 몸을 다시 바위에 붙였을 때는 5초 정도 쉼호흡을 해야만했다.
정상에서 느끼던 공포감, 하강할 때 느끼는 공포감 등은 많이 좋아졌다.
트레버스를 하면서 느끼는 고소공포증 역시 조금 좋아진 듯 하다.
하지만 한 쪽이 텅비어서 느끼는 고도감에는 당최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정신없이 올랐다.
발도 안보고 팔힘으로만 올라가버렸다.
그래도 다 올라가서 오른편으니 숨은벽의 단풍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8피치 완료.
#.4 - 인수봉 정상까지 릿지
8피치에서 자일 두 동으로 올라와서 순서가 조금 바뀌어 나와 재용 선배님만 남았다.
나머지 팀원들은 조금 전에 출발한 상태.
재용 선배님과 함께 자일을 사리고 후랜드를 회수해가며,
요래저래 바위를 넘었다가 탔다가 옆으로 돌아갔다가 하면서 올라갔다.
그러다가였다.
분명 쉬운 구간이었다.
다만 자일이 없었을 뿐이었다.
손 홀드, 발 홀드 모두 좋은 구간이었다. 심지어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조차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구간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재용 선배님께서 단박에 눈치채시고 줄을 스을 내려주셨다.
줄이오고 비너에 팔자를 걸자마자 사르륵 마음이 가라앉더니 텐션이 오기도 전에 올라버렸다.
선등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줄이 없는데 올라가야하는 느낌.
조금 더 가니 여름에 인수봉에 왔을 때 재용 선배님과 함께 악어바위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내려오던 길이 나타났다.
인수봉 정상에 거의 다왔다는 걸 느꼈고,
동시에 어둡다는 것도 알았다.
정상에 앉지도 않고 그대로 하강지점으로 향했다.
하강지점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설교벽 등반 완료.
#.5 하강
하강 지점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팀도 두 팀 있었다.
다들 서로 다른 길로 하강을 하고 우리는 가장 오른쪽의 오버행으로 하강했다.
인수봉 정상에서 보는 도봉구의 야경은 멋있었다.
다만 너무 추웠다.
저 멀리 백운대 정상에 불빛이 하나 아른거린다.
무사히 내려가야 할 텐데.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오버행에서 빙빙 돌지를 않나,
그건 그렇다 쳐도 자꾸 왼쪽으로 가다가 왼발이 미끄러져 매달렸다.
밑에서 보기 흉했을 것 같다.
재용 선배님까지 하강하고 자일을 풀다가
자일이 잠깐 걸려 긴장했지만 다행히 잘 풀렸다.
#.6 하산
하산을 하다가 멘붕이 오긴 처음이다.
아니, 하산을 하다가 멘붕이 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역시 아스팔트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 끝난게 아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밑에서 기다리실 분들을 생각하니 다들 마음이 급했을거다.
잽싸게 내려가신다.
그리고 밤이다.
헤드렌턴은 쓸만하지만 더 밝았으면 했다.
게다가 체력적으로도 지쳤다.
앞서도 썼지만 밤에 내려가는 길은 싫다.
발이 풀릴까봐 온 몸에 긴장을 하고 내려가니 정신이 없다.
침니가 문제였다.
대슬랩을 지나서 좌회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슬랩을 확인하고 정신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앞으로 보니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과 수풀이 펼쳐지고 앞서던 수환형님 불빛이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왼편을 돌아보니 나보다 위쪽으로 불 빛이 두 개 보인다.
아마 하나는 선옥누나 다른 하나는 수환 형님의 렌턴일터.
다시 올라가서 큰 바위를 보는 순간 아, 저 놈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수환형님이 왜 그러냐고 하신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려간다.
야영장에는 남욱형이랑 혜영누나가 기다리고 있다.
다른 분들은 일단 하산하셨다고 한다.
야영장에 들러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 남은 막걸리를 좀 마시니 공복에 뜨뜻한 것이 들어가 체력이 좀 붙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없나 확인하고 내려간다.
하루재 즈음에 와보니 20명 정도 되는 팀 역시 이제 하산을 하고 있다.
급하게 사진을 찍어드리고 다시 내려간다.
혜영누나가 쓰레기를 너무 주렁주렁 매달고 가신다.
다음부터는 내가 미리미리 챙겨야겠다.
하지만 언제 쓰레기를 챙기게 될런지...
거의 다 내려오니 병건형과 연정누나가 마중을 나와 계신다.
전화를 수십 번을 했는데 왜 이렇게 다들 안 받냐고 뭐라하신다.
전화기는 당연히 꺼놨다.
그나마 전화가 되는 재용 선배님도 야영장에 전화기를 두고 가셔서 남욱형이나 다른 사람들이 전화를 한 게 소용이 없었다.
많이 걱정하신 걸 느껴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11시에 등반을 시작한 팀이 8시가 다 되서야 도선사 입구에 출현했으니..
#.8 월요일
월요일에 각 피치를 떠올리며 곰곰히 생각해봤다.
1,2,3 피치는 빨랐다.
3피치에서 선옥누나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였다.
왜냐하면 1,2,3 피치는 나도 평소보다 빠른 템포로 올랐고, 수환형은 슬랩에서 달렸다.
둘 다 3피치의 같은 구간에서 두 번씩 터지긴 했지만 터진 구간에서 빌빌대지 않았다.
종훈 선배님과 순필 선배님도 평소보다 빨랐으면 빨랐지 느리지 않았다.
준식대장님, 광일선배님, 재용선배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도 텐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고요한 등반이었다.
시스템에서 버벅거리지도 않았다.
자신의 등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늦었다.
'나는 모르겠다' 로 결론을 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인수봉에서 가방을 팩킹(packing) 할 때 자일을 말아 넣는 것을 보고 혜경누나가 "과학적으로 가방을 싸네"라고 했었다.
좋아.
설교벽 등반이 늦은 이유를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총 8피치 + 릿지구간.
등반 인원 8명.
한 사람이 1피치를 오르는 데 평균 15분으로 계산. 1피치를 15분만에 오르면 결코 느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신 선등자 준식 대장님은 평균 20분으로 계산.
피치 종료 후 릿지 등반은 20분으로 계산.
(테라스에 머무는 인원은 평균 3명으로 계산.)
설교벽까지 어프로치 20분.
준식 대장님께서 8피치 종료하였을 때
종훈 선배님, 선옥누나, 광일 선배님이 7피치 테라스에서 대기.
나와 수환형님, 순필 선배님, 재용 선배님이 6피치 테라스에서 대기.
준식 대장님 8피치 종료 = 160분
종훈 선배님, 선옥누나, 광일 선배님 3명 8피치 등반 = 45분
나와 수환형님, 순필 선배님, 재용 선배님 4명 7피치 등반 = 60분
(7피치 등반은 실제로 1시간 보다 덜 걸렸으나 평균속도로 계산함.)
8피치는 자일 한 동 더 내려 위의 네 사람은 자일 두 동으로 등반. 즉 두 사람이 등반한 시간으로 계산
나와 수환형님, 순필 선배님, 재용 선배님 4명 8피치 등반 = 30분
릿지 코스 전원 20분.
재용 선배님과 내가 장비 회수 및 자일 정리를 위해 10분 추가.
총 8피치 + 릿지구간 = 345분 = 5시간 45분
11시 조금 넘어서 야영장에서 출발했으니, 계산은 인수 하강 5시.
하지만 실제 인수 하강 6시. 한 시간이 빈다.
즉 결론은 숫자놀음 다 필요없다.
단풍이 참 좋아서 늦었다고 해야겠다.
두 번째 결론은 설교벽은 일찍 출발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10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니
마지막 학기에 동양고전철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논어, 대학장구서, 대학, 장자, 육조단경을 공부했었다.
고등학생 때 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읽었고,
아직도 가끔씩 읽는 책을 통해 논어를 비롯한 동양철학에 대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어서 들었던 수업에서 참 좋은 구절을 배웠었다.
논어의 제6편 옹야(雍也)편
47.
子曰 知者는 樂水하고 仁者는 樂山이니 知者는 動하고 仁者는 靜하며 知者는 樂하고 仁者는 壽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며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니,
지자는 동적이며 인자는 정적이며, 지자는 즐겁게 살며 인자는 장수한다.
참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루트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던 설교벽.
설교벽에서 본 단풍이 설악산의 단풍보다 좋다는 수환형님 말마따나 북한산의 단풍은 설악산을 부럽지 않게 해주었다.
산을 다니며 자연에 들어왔다 선계도 가봤다 눈과 정신과 마음이 호강하면 인자가 되어가나보다.
(P.S : 갑자기 생각났다. 혜경누나는 분명 코타키나발루 후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서 아직도 카페에 올리지 않으신게 분명하다.)
첫댓글 핸드폰으로 후기읽다 스크롤에 지쳤음ㅋㅋㅋ 잘 봤어~ 종합세트! 나도 꼭 가봐야지ㅋ 참고로 제일 위에 설교벽 7명이라 써놓았고 비둘기팀 세컨이 용한오빠 그 다음이 윤명선배님이었어!
이틀에 걸쳐 쓰다보니 이곳저곳 틀렸네요.ㅋㅋ
설교벽 좋아요~!
내년에 꼭! ㅎㅎ
후기 잘 봤다.. 아무 간섭 안받고 가을 정취가 물씬나는 북한산을 오붓하게 등반 할 수있어 넘 좋았던것 같어....
네, 우리만 있어서 낙옆굴러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서 참 좋았어요.ㅎㅎ
섬세함이 돋보이네?! 근데 역시나(내가만든 동영상도 마찬가지로....) 길면 재미가 반감하다는것을 새삼 ㅠㅠ... 암튼 무탈하게 돌아와서 다행이고... 삔 다리는 재발확률이 높으니 조심조심....
섬세한 남자입니다!
으하하!
꼼꼼하게 잘 썻네 즐감합니다
나중에 보고 또 가려면 꼼꼼하게 써야겠더라구요.ㅋㅋ
미안해 나도 재밌게 읽다가 그말 스크롤에 지쳤어...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긴가봐요~ ㅎㅎ
근진아 좀 줄여써라. 나도 읽다가 간다. ㅡ,.ㅡ
앞으로는 밑에 다은 누나 말대로 좀 나눠서 써야겠어요.ㅋㅋ
재미있다..
근데.. 너도 연재를 하는 거 어떨까? 1부 2부.. 뭐 이건 한 5부 나오겠다야~~ㅋㅋㅋ
앞으로는 한 3~4부작으로 써야겠어요.ㅋㅋ
나도 스크롤에 지친 일인... 좀 건너뛴건 이해하길 설교벽 좋지..침니에서 멘붕왔던 기억나네 ㅋㅋ
저도 침니에서 떨어져서 손 까지고, 체력 많이 써서 힘들고 그래서
침니 최악이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침니 난이도가 5.9라고 되어있는데 다들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ㅋㅋ
응가하믄서 읽다가 결국 다리까지 저리게 만드는 후기구만...ㅡㅡ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남욱형 죄송해요~ ^^
사선크랙은 5.9야~ 후기 재미있게 잘 봤는데... 너무 길다. 읽다가 지친다. 쓰는 사람은 안 힘들었을까?ㅋ
저는 오히려 재밌게 썼어요~
ㅎㅎ
앞으로는 to be continue 를 이용해야겠어요.ㅎㅎ
읽는데도 1박 2일 걸렸어!! 한꺼번에 몰아쓰지 않고 나눠 쓰면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한결 편할텐데 말야~~
우리 19기 에이스 잘 지내는 거지??
저는 취직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ㅎㅎ
그나저나 형이야 말로 잘 지내시는지요~?
형수님께서 암벽때문에 화나신 건 조금 풀리셨어요~?
뭐 화난건 시간이 해결해 주었는데 당분간(아니면 앞으로 쭉) 암벽은 하기 쉽지 않을듯 싶네.. 암벽 빼곤 나머지 운동들은 열심히 하고 있어.. 탁구, 달리기, 자전거, 워킹 산행 등~ 10월에 10km 달리기 대회 3번 뛰고 대청봉이랑 천왕봉두 다녀오구~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암벽은 여전히 그립다~
설악산 생각을 해보니 근진 생각이 맞는것 같네.... 지금이야 길어서 읽기 힘들긴 하지만 나중에는 분명히 초등자들의 교본이 될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래도 긴건 싫다....ㅋㅋ
그러길 바라면서 썼어요.ㅋㅋ
근진 미안 두번째시도해서 이제 마무리
잘읽었어 토욜 암장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택시에서 야영장까지 많은 이런저런이야기 하면서 서로많이알게되고 등반하면서 서로 얘기한것두
많은 도움과 나름가까워진 마음또한 완전좋았어 읽어내려오는게 힘들긴했지만 다시한번 등반생각하게한 후기
이날 우리는 재용선배님에 등반모습을보고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잖아 멋진선배님
무엇보다도 2차까지합격한 취업전선도 마지막 인.적성검사도 근진정도에 댐댐이면 충분히 합격할거라고 생각하는일인 뺘샤
네, 같이 오고 등반하고 가면서 형님과 더 친해진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올해 꼭 취업해야죠!
당근 취업해야지
취업하면 효도하는것두 잊지않기 없기ㅋㅋ
ㅋ~ 이토록 많은 내용이 글로 남겨질때까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않고 있었다는게 신기하네~
난 한번에 쭈~~욱 다 봤구, 세세하게 기록 잘 남겨줘서 고마워~^________^
선배님, 고맙긴요~ ㅎㅎ
읽어주셔서 오히려 감사드리죠.ㅋㅋ
나중에 설교벽 가시기 전에 도움이 되셨으면 해요~
그리고 가기 전부터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ㅎ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나봐요.
게다가 사진을 보면서 쓰니까 기억이 나더라구요.
근진아, 6피치에서 네가 만난 좁은 침니 사이에 낀 바위를 촉스톤(chock stone)이라고 한단다. 돌의 쐐기? 음...
처음 설교 갔을 때 촉스톤을 보고 엄청 반가워 훌쩍 뛰어올랐다가 바위 뒤쪽으로 처박혀 수중발레 자세를 취했던 기억이 문득 난다.
'127시간'이란 영화가, 주인공이 바위 더미들과 함께 아래로 추락했을 때 하필 저 촉스톤에 팔이 끼어버리는 바람에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한 이야기지. ㅠㅠ
그리고 이 정도의 길이라면 변비 걸렸을 때 화장실에서 스맛폰으로 읽으면 딱 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