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적인 컬러 컴비네이션의 미학, 자(JAR)
지난 7월 나는 뉴욕의 어느 갤러리에서 우연히 JAR의 작품 세 점을 발견했다. 취재 중인 다른 브랜드의 쇼케이스를 들여다보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JAR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일주일 뒤 다시 약속을 잡고 방문해 JAR의 귀고리를 착용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제껏 JAR의 작품에 촬영을 허락한 곳은 처음이라 나는 한껏 달뜬 상태였다. 그 중 유달리 반가웠던 한 귀고리는 작년 크리스티 제네바의 릴리 사프라 자선 경매전에 나왔던 ‘모굴 튤립 플라워 이어 클립(1987)’이다. 그런데 당시의 낙찰가($275,000)를 알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불과 1년 만에 $550,000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 내 얇은 귓불에 걸쳐놓은 거대한 플라워 클립이 조금씩 미끄러져 내리자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2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JAR의 회고전이 시작됐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에게 미국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뉴욕 출신이기에 귀향의 의미도 있다. 전시의 출품작은 대부분145명의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대여한 것이다. MET의 전시 중 생존하는 주얼러로는 최초이니 독특한 보석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예술작품 급의 창의력을 인정받았다는 뜻.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누구에게나 비슷한 강도의 감동을 준다는 취지에서 대중에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는 레드, 바이올렛, 핑크, 그린 컬러를 위주로 보석의 색상과 명암에 중점을 둔다. 무색의 다이아몬드를 쓸 때는 완벽한 투명도나 희귀한 커팅, 그리고 독특한 세팅과 함께 전체적인 조형미를 강조한다. 1977년부터 작업해온 극도로 정교한 파베 세팅은 작은 스톤들을 세밀하게 배열하면서 미묘한 그라데이션으로 회화적인 효과를 보인다. 색의 단계별 변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그만의 컬러감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만약 아주 미세한 부분의 배색이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스톤을 교체한다. 그래서 브로치 하나를 만드는데 1년이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그는 처음부터 유색석에 몰입했고, 플랫한 원석, 비전형적인 커팅, 쿠션컷이나 오벌컷 같은 부드러운 컷의 스톤을 주로 다뤘다. 평범한 세팅은 거부하여 스톤을 거꾸로 세우는 등 끊임없이 실험적인 방법을 시도해왔다. 회백색 금속을 선호하는 이유로 티타늄, 플래티넘, 스틸, 화이트 골드, 실버를 쓰며, 옐로 골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금속을 어둡게 산화시켜 유색석의 컬러를 돋보이게 하는 것도 JAR만의 특징이다.
가장 애용하는 클래식한 플라워 모티브와 오가닉 형태부터 위트 있는 ‘오브제 드아르(Objet d’Art)’의 모습으로, JAR만의 파베 세팅의 미학과 회화적인 컬러 컴비네이션은 아티스트로서의 상상력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것이 지난 35년의 시간 속에 그를 위대한 주얼러로 만든 원동력이다.
2008년도 영화 ‘섹스앤더시티’에서 사만다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 받기 위해 애썼던 플라워 모티브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실제 JAR의 ‘Gardenia Ring’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배우 엘렌 바킨이 2006년 크리스티에 내놓은 17개의 JAR 주얼리 중 하나였는데 당시 치열한 경합 끝에 50만 달러에 낙찰됐었다.
사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1년에 80 여 점(최근엔 100-120점으로 늘었다)밖에 만들지 않는 JAR의 주얼리를 소유할 수 있다. 이것이 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다. 그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기자 명단에 들기 위한 대기자들의 행렬 역시 끝이 없으니 말이다. 행여 방돔 광장에 있는 비밀스러운 쇼룸에 들어간다 해도 그가 당신이 꿈꾸는 반지를 디자인해 줄지는 의문이다. 그의 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은 후 나름의 기준으로 심사를 통과해야 하니 말이다. 그에게 있어 주얼리란 반드시 착용자를 돋보이게 해야 하며 그 착용자 역시 주얼리를 빛내야 한다는 하나의 신념이다. JAR 스스로가 마지막이 되길 희망하는 다음 전시는 2년 뒤 베니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① Poppy Brooch (1982)
Diamond, tourmalines, and gold
Photograph by Katharina Faerber. Courtesy of JAR, Paris
② Zebra Brooch (1987)
Agate, diamonds, a sapphire, silver, and gold
Photograph by Katharina Faerber. Courtesy of JAR, Paris
③ Butterfly Brooch (1994)
Sapphires, fire opals, rubies, amethyst, garnets, diamonds, silver and gold
Photograph by Katharina Faerber. Courtesy of JAR, Paris
④ Colored Balls Necklace (1999)
Rubies, sapphires, emeralds, amethysts, spinels, garnets, opals, tourmalines, aquamarines, citrines, diamonds, silver, and gold
Photograph by Jozsef Tari. Courtesy of JAR, Paris
⑤ Multicolored Handkerchief Earrings (2011)
Sapphires, demantoid and other garnets, zircons, tourmalines, emeralds, rubies, fire opals, spinels, beryls, diamonds, platinum, silver, and gold
Photograph by Jozsef Tari. Courtesy of JAR, Paris
⑥ Earrings (2011)
Emeralds, oriental pearls, diamonds, and platinum
Photograph by Jozsef Tari. Courtesy of JAR, Paris
⑦ Cameo and Rose Petal Brooch (2011)
Rubies, diamonds, silver, gold
Photograph by Jozsef Tari. Courtesy of JAR, Paris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