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민일보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뉴스
강은희
경복궁 담벼락의 낙서가 연일 뉴스가 되었다
영화 공짜라는 한글의 낯빛이 부끄러웠다
보호해야 하는 것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십만 원의 유혹은 양심의 키보다 컸다
아직도 포탄이 날고 삶이 부서지는 세상이
연신 뉴스가 되었다
부서져 흩어져 버리면 찾을 길 없다며
아이의 몸 여기저기 이름을 적던 아버지
뜨겁게 흔들려서 읽을 수 없던 이름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먹어도 되는 크레용을 받은 돌쟁이 아기가
찌익
첫 그림을 그렸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아기의 세상이 더 환해졌다
저녁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다
♦ ㅡㅡㅡㅡㅡ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미담은 왜 뉴스가 되지 못하나? 평범한 사람들의 훈훈하고 평화로운 삶의 이야기들은 당연한 일상이어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나?
뉴스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늘 놀랍고, 안타깝고, 불안하다. 신뢰와 공정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언론의 사명감이 세상을 이끌고 가는 것인지, 거대 자본의 메커니즘 속에 뉴스가 이끌려 가는 것인지,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날로 잔악해지고, 대중매체가 늘어날수록 허위정보와 편향된 정보를 구별하는 것조차 헛갈리는데, 뉴스를 봐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니.......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